2021 건국대학교 철학과 4단계 BK21 사업팀 참여대학원생 연구계획서
2023.12.21 - [Research/Publications] - 전기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 나타난 바이닝거적 세계관의 극복-자살에 관한 윤리적 성찰을 중심으로-
바이닝거와 비트겐슈타인 : 가치에의 의지와 자살의 윤리
목차
1. 들어가는 글 : 바이닝거의 철학은 무엇을 말하려 하였는가?
2. 가치에의 의지와 가치평가의 논리
3. 청년 비트겐슈타인의 가치 이론
4. 바이닝거와 비트겐슈타인, 그리고 자살의 윤리
5. 나가는 글
Ⅰ. 연구 목적 및 문제 제기
오토 바이닝거(Otto Weininger)의 철학에는 흔히 ‘가장 논쟁적인(the most controversial)’이라는 수식어가 덧붙곤 한다. 엄밀히 말해, ‘그의 철학의 내용이 무엇인가?’라는 것이 문제라면 여기에는 여기에는 별다른 논쟁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바이닝거는 그의 유일한 책인 『성과 성격』에서 자신이 주장하는 바와 그에 대한 논증을 한 문단으로 정리할 수 있을만큼 매우 명료하게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닝거에 따르면, 인간은 여성성과 남성성의 결합으로 파악될 수 있으며 어떠한 인간도 100%의 여성성을 지니고 있거나 100%의 남성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100%의 여성성을 지니고 있는 이상적인 여성과 100%의 남성성을 지니고 있는 이상적인 남성을 추상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여성성과 남성성의 본질을 탐구할 수 있다(바이닝거는 그러한 이상적인 여성과 남성을 간단하게 W와 M이라 부른다). 이에 따라 바이닝거는 W의 본질을 시간과 공간, 그리고 성욕으로 파악하며, M의 본질을 이성과 논리, 그리고 윤리로 파악한다. 또한 그는 칸트의 도덕철학의 영향을 받아 자율적으로 도덕법칙을 세우고 이에 따를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인간은 누구나 시간을 초월하는 것을 추구하는 가치에의 의지(Wille zum Wert)를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모든 인간의 목적이자 유일하게 올바른 삶은 자신 안의 여성성을 극복하고 남성성을 극도로 고양시키는, 즉 천재가 되는 방향이라는 것이 바이닝거의 핵심적인 주장이다. 바이닝거는 이러한 논리를 바탕으로 (그 자신은 여성해방이라 주장하는) 여성 혐오와 동성애 혐오, 그리고 유대인 혐오의 철학을 전개한다. 책의 말미에서 그는 인류가 정신의 삶을 살기 위해서라도 금욕을 통해 멸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이제 바이닝거의 철학이 왜 논쟁적이라 불리는지, 그리고 왜 오늘날 더 이상 읽히지 않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오늘날의 독자들이 보기에 바이닝거의 철학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플로지스톤설을 견실한 과학이론을 간주하는 것 만큼이나 시대착오적이고 황당무계한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우리는 바이닝거의 철학을 어떻게 이해해야할 지에 관한 아무런 전망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바이닝거의 철학을 탐구하고자 하는 이유는, 그의 책이 동시대에 미쳤던 영향이 광범위하면서도 강렬했기 때문이다. 바이닝거의 철학은 나치즘, 시오니즘과 같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 사상에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 태동했던 페미니즘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그리고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도 영향을 주었다. 슐테가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는 그들이 바이닝거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 영향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어째서 이러한 사상가들이 바이닝거의 작업을 진지하게 간주하였는지와 같은 물음들에 대해서는 제대로된 답을 알지 못하고 있다.
한 가지 가능한 대답은, 동시대에 같은 정체성을 공유했던 비트겐슈타인에게 바이닝거의 철학은 하나의 중요한 도전이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바이닝거는 그 스스로 동성애자이고 유대인이었으며, 여성과 동성애, 유대인 혐오의 철학자이기 이전에 무엇보다 자기 혐오의 철학을 전개했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회적 구조에 의해 정립된 편견을 자신 안의 내적 모순의 문제로 간주했고, 이에 따라 스스로의 여성성을 극복하고 천재가 되고자 했다. 그리고 그러한 시도가 실패했을 때, 바이닝거는 별다른 망설임없이 자살을 선택했다. 그의 자살이 동시대 비엔나 사람들에게 가져왔던 전율은 『성과 성격』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었으며, 바이닝거의 장례식에 따라갔던 어린 시절의 이후 평생동안 그의 추종자로 남아 있었다.
이후 바이닝거의 철학에 대해 불쾌함만을 느꼈던 무어에게 비트겐슈타인은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낸다.
“당신의 편지에 감사합니다. 저는 당신(Moore)이 바이닝거(Weininger)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리라는 걸 충분히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끔직한 번역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당신에게 매우 낯설다는 사실 때문일 겁니다. 그가 기이한 사람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위대하면서 기이한 사람이라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의 사상에 동의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도 아니며, 오히려 거의 불가능한 일일테지만, 위대함은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지점에 있습니다. 거칠게 말해, 당신이 그저 책 전체에 ‘~’ 기호를 덧붙인다면 그 책은 무언가 중요한 진리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돌아간 후에 같이 얘기해보는 편이 더 좋을 겁니다.”
그리하여 나는 이 논문에서 다음과 같은 물음들을 다루고자 한다. 첫째, 비트겐슈타인은 구체적으로 바이닝거의 철학의 어떤 부분을 부정하였으며 또 어떤 부분을 진리로 간주하였는가? 둘째, 비트겐슈타인이 파악한 바이닝거 철학의 진리는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나는 이 두 물음에 대한 답을 가치에의 의지와 자살의 윤리라는 키워드를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
Ⅱ. 선행 연구 및 참고 문헌
Harrowitz, Nancy A., Hyams, Barbara, Jews and Gender - Responses to Otto Weininger. Philadelphia, PA: Temple University Press. 1994.
Janik, Allan, Tulmin, Stephen, Wittgenstein’s Vienna. Chciago: Ivan R. Dee, 1997.
Sengoopta, Chandak, Otto Weininger: Sex, Science, and Self in Imperial Vienna.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0.
Stern, David G., Szabados, Béla (eds.), Wittgenstein Reads Weininger.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4.
Weininger, Otto, Geschlecht und Charakter. Eine prinzipielle Untersuchung. Wien/Leipzig: Kiepenheuer / Braumüller. 1932. (Sex and Character: An Investigation of Fundamental Principles: An Investigation Of Fundamental Principles. L. Lob and D. Steuer(trans.). Bloomington, IN: Indiana University Press. 2005)
Wittgenstein, Ludwig, Briefwechsel: mit B. Russell, G.E. Moore, J.M. Keynes, F.P. Ramsey, W. Eccles, P. Engelmann und L. von Ficker. B. F. McGuiness und G. H. von Wright (Hrsg.). Frankfurt am Main: Suhrkamp. 1980.
Wittgenstein, Ludwig, Wittgenstein in Cambridge: Letters and Documents, 1911–1951. 4th ed. B. McGuinness (Ed.). Oxford: Blackwell. 2008.
Wittgenstein, Ludwig, Tractatus Logico-Philosophicus. in: Werkausgabe Bd. 1. 23. Aufl. J. Schulte (Hrsg.). Frankfurt am Main: Suhrkamp. 2019. (『논리-철학 논고』. 이영철 옮김. 책세상. 2006.)
Wittgenstein, Ludwig, Tagebücher 1914-1916. in: Werkausgabe Bd. 1. 23. Aufl. J. Schulte (Hrsg.). Frankfurt am Main: Suhrkamp. 2019. (『 전쟁일기 』. 박술 옮김. 읻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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