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99

보부아르 (2022) 제2의 성 (13) 어머니

시몬느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2022.  13. 어머니여자는 자기의 생리적 운명을 모성에 의해 완전히 성취한다. 여자 몸의 모든 기관이 종種의 존속으로 방향이 정해져 있으므로, 여자의 ‘자연적’ 소명은 바로 모성에 있다. 그러나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인간 사회는 결코 자연 그대로가 아니다. 특히 약 1세기 전부터 재생산 기능은 단지 생물학적 우연에만 지배되지 않고, 의지로 통제되어 왔다.93 몇몇 나라들은 ‘산아제한’의 적확한 방법을 공식적으로 채택했다. 가톨릭교의 영향 아래에 있는 나라에서도 불법이지만 행해지고 있다. 혹은 남자가 사정을 중단하든가, 관계가 끝난 뒤에 여자가 정자를 체외로 배출한다. 이는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서 흔히 싸움과 원한의 원천이 된다. 남자..

보부아르 (2022) 제2의 성 (12) 결혼

시몬느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2022.  12.  결혼경제적으로 발전한 여성의 조건이 현재의 결혼제도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 결혼은 자율적인 두 개인이 합의한 자유로운 결합이 되었다. 배우자 간의 계약은 개인적이고 상호적이다. 간통은 쌍방 계약의 파기이며, 양자 모두 같은 조건으로 이혼할 수 있다. 여자는 더 이상 재생산 기능에 갇혀 있지 않다. 임신·출산의 재생산 기능은 자연이 부과한 의무라는 성격을 대부분 상실하고, 자신의 의지로 수락한 임무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생산노동과 동일시된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 국가나 고용주가 임신·출산으로 인한 휴직 기간의 급여를 산모에게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련에서 몇 년 동안 결혼은 오로지 부부간의 자유에만 기초..

보부아르 (2022) 제2의 성 (11) 레즈비언

시몬느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2022.  11.  레즈비언동성애 여자와 남자 같은 여자를 혼동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회교국 하렘의 여자, 특히 터키 황제의 처첩이나 창부들처럼 가장 ‘여성적인 여자들’ 가운데에도 많은 동성연애자가 있다. 역으로 다수의 ‘남성적인’ 여자들은이성애자들이다. 성과학자와 정신분석학자들은 흔히 관찰되는 사실을 확증하고 있다. 즉, ‘저주받은 여자들’의 대다수는 생리적 구조가 다른 여자들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 어떤 ‘해부학적 운명’도 그녀들의 섹슈얼리티를 결정하지 못한다. 물론, 생리적인 여건이 특이한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경우들도 있다. 남녀 양성 사이에는 엄밀한 생물학적 구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체세포가 원형적으로 방향이 결정된 ..

보부아르 (2022) 제2의 성 (10) 성 입문

시몬느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2022.  10.  성 입문이러한 문제에 관해 생물학적·사회적·심리적 관점에서 동시에 살펴볼 때, 남자와 여자의 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남자의 경우, 유아의 섹슈얼리티에서 성숙기에 이르는 과정은 비교적 단순하다. 거기에는 에로틱한 쾌락의 객관화가 있는데, 이 에로틱한 쾌락은 내재적인 현전에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초월적 존재에게로 지향된다. 발기는 이러한 욕구의 표현이다. 남자는 성기, 손, 입 등 온몸으로 상대를 향해 자기 자신을 내민다. 그러나 그는 이런 활동의 한가운데서도 자기가 지각하는 객체와 다루는 도구 앞에서 일반적으로 주체로서 머무르고 있다. 그는 자기의 자율성을 잃는 일 없이 타자를 향해 자신을 던진다. 여자의 육체는 남..

보부아르 (2022) 제2의 성 (9) 자기포기의 운명

시몬느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2022.  9.  자기포기의 운명여자가 이런 자기 포기를 감수하는 것은 육체적·정신적으로 소년들보다 열등하고 그들과 경쟁할 수 없게 된 때문이라고 사람들은 흔히 주장한다. 헛된 경쟁을 포기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행복을 책임지는 책무를 우월한 계급의 일원에게 떠맡기는 것이라 한다. 사실상 여자의 겸양은 선천적 열등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이러한 겸양이 그녀의 모든 무능을 낳는다. 그 겸양의 근원은 사춘기 소녀의 과거와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 그리고 그녀에게 제시된 바로 그 미래 속에 있다.이성적 사유와 논리가 우울증에서처럼 아무 손상도 입지 않은 채 남아 있기만 한다면, 그것들은 유기체의 혼란의 한가운데서 터져 나오는 정열적인 ..

보부아르 (2022) 제2의 성 (8) 젠더로서의 여성

시몬느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2022.  8. 젠더로서의 여성오늘날 여자들은 여성성의 신화가 차지하는 권위를 뒤엎고, 자신의 독립을 구체적으로 확립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자들이 인간으로서의 조건을 완전히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성의 세계 한가운데에서 여자들에 의해 키워진 그녀들의 통상적인 운명은, 여전히 그녀들을 남자에게 실질적으로 종속시키는 결혼이다. 남자의 위신은 아직도 공고한 경제적·사회적 기반 위에 서 있기 때문에 사라지려면 한참 멀었다. 그러므로 여자의 전통적인 운명을 면밀하게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여자가 자기에게 주어진 조건을 어떻게 학습하는지, 그것을 어떻게 느끼는지, 어떤 세계 속에 갇혀 있는지, 그리고 여자에게 어떤 ..

보부아르 (2022) 제2의 성 (7) 여성 예속의 역사

시몬느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2022.  7. 여성 예속의 역사“가장 훌륭한 여자는 남자들의 화제에 가장 덜 오르는 여자다”라고 페리클레스는 말했다. 공화국의 행정에 부인위원회를 받아들이고, 소녀들에게 자유로운 교육을 제공하기로 마음먹었던 플라톤은 예외적인 존재였다.여자는 결함이 있어서 여자이며 자기 집에 갇혀 남편의 휘하에서 살아야만 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선언은 사회 통념을 표현한 것이다. “노예는 토의할 자유를 완전히 빼앗겼다. 여자는 자유가 있으나, 그 자유는 약하고 효과적이지 못하다”라고 그는 단언한다. 크세노폰XenophÕn31에 따르면, 여자와 그 남편은 서로에게 근본적으로 낯선 사람이다. “여자처럼 이야기 상대가 안 되는 사람이 있을까? - 아마 없을 것..

보부아르 (2022) 제2의 성 (6) 사유재산제

시몬느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2022.  6. 사유재산제여자의 운명은 사유재산제의 도래로 인해 왕좌에서 쫓겨났으나 여러 세기에 걸쳐 사유재산에 결부되어 있다. 여자의 역사는 대부분이 상속의 역사와 일치한다. 소유자가 자기의 실존을 재산 속에 물질화시킨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이 제도의 근본적인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다. 소유자는 자기 삶 자체보다 재산에 더 애착을 갖는다. 재산은 이 덧없는 삶의 좁은 한계를 넘어서, 불멸하는 영혼의 현세적이고 감각적인 화신인 육체가 사라진 뒤에도 존속한다. 그러나 이러한 존속은 재산이 소유자의 수중에 남아 있어야만 실현된다. 재산은 소유자가 그 속에서 존속하고, 자기를 그 속에서 알아볼 수 있는 개인들, 곧 자기 자손들에게 속할 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