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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부아르 (2022) 제2의 성 (17) 해방을 향해

시몬느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2022.  17. 해방을 향해오직 노동만이 여자에게 구체적 자유를 보장해 줄 수 있다. 여자가 기생하는 존재가 되는 것을 멈추는 즉시, 여자의 종속을 토대로 세워진 체계는 붕괴한다. 여자와 세계 사이에 더는 남자의 매개가 필요하지 않다. 가신인 여자를 짓누르는 저주는 여자가 무엇을 하도록 허용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자는 나르시시즘이나 사랑이나 종교를 통해서 존재에 대한 불가능한 추구에 몰두하는 것이다. 생산적이고 활동적인 여자는 자기의 초월성을 회복한다. 자기 계획 속에서 그녀는 자기를 주체로서 구체적으로 확립한다. 그녀가 추구하는 목표나 자기 것으로 만드는 돈과 권리와의 관계를 통해서 그녀는 자기의 책임을 느끼고 있..

보부아르 (2022) 제2의 성 (16) 정당화

시몬느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2022.  16. 정당화정신분석학자들은 보통 여자가 애인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추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릴 적 아버지가 아이의 경탄을 불러일으킨 것은 그가 남성이었기 때문이지 아버지였기 때문이 아니다. 그래서 모든 남자는 이러한 마법에 동참하고 있다. 여자는 한 개인을 다른 개인에 환생시키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 그녀가 어른들의 보호 아래 경험했던 상황을 되살리기를 바란다. 그녀는 가정에 깊이 동화되어 있었고, 거기서 거의 수동적인 평화를 맛보았다. 사랑은 그녀에게 아버지뿐만 아니라 어머니도 돌려줄 것이고, 어린 시절도 돌려줄 것이다. 그녀는 자기 머리 위에 천장 하나와, 세상 한가운데에 버려진 자기를 숨겨 주는 네 벽과..

보부아르 (2022) 제2의 성 (15) 여자의 상황과 성격

시몬느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2022.  15. 여자의 상황과 성격 여자가 매우 ‘육체적’ 존재로 보인다면, 그녀의 삶의 조건이 동물성에 극도로 중요성을 부여하도록 남자가 자극했기 때문이다. 여자라고 해서 남자보다 육체의 외침이 더 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기 몸의 가장 작은 소리도 귀담아듣고 증폭시킨다. 성적 쾌감은 고통의 예리함과 마찬가지로 전격적인 즉각적 승리다. 순간적인 난폭성으로 미래와 우주는 부정된다. 육체의 타오르는 불길 바깥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 잠깐의 화려한 개화에서 여자는 자기를 더 이상 불구나 욕구 불만 상태로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그녀가 내재적 승리에 그토록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오로지 내재성이 자기의 유일한 몫..

보부아르 (2022) 제2의 성 (14) 매춘부와 고급창녀

시몬느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2022.  14. 매춘부와 고급창녀화려한 궁전의 위생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하수구가 필요하다고 가톨릭 교부들은 말했다. 그리고 맨더빌Bernard de Mandeville1670~1733142도 논란을 일으킨 한 저작물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여자들을 지키고 혐오감을 한층 더 일으키는 불결함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여자들을 희생시킬 필요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미국의 흑인 노예제도 지지자들이 노예제도 찬성을 위해 언급한 논거 가운데 하나는, 남부 백인은 노예제도를 통해 노동에서 면제되었기 때문에 상호 간에 더 민주적이고 더 세련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타락한 여자’ 계급의 존재는 ‘정숙한 여자’를 ..

보부아르 (2022) 제2의 성 (13) 어머니

시몬느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2022.  13. 어머니여자는 자기의 생리적 운명을 모성에 의해 완전히 성취한다. 여자 몸의 모든 기관이 종種의 존속으로 방향이 정해져 있으므로, 여자의 ‘자연적’ 소명은 바로 모성에 있다. 그러나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인간 사회는 결코 자연 그대로가 아니다. 특히 약 1세기 전부터 재생산 기능은 단지 생물학적 우연에만 지배되지 않고, 의지로 통제되어 왔다.93 몇몇 나라들은 ‘산아제한’의 적확한 방법을 공식적으로 채택했다. 가톨릭교의 영향 아래에 있는 나라에서도 불법이지만 행해지고 있다. 혹은 남자가 사정을 중단하든가, 관계가 끝난 뒤에 여자가 정자를 체외로 배출한다. 이는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서 흔히 싸움과 원한의 원천이 된다. 남자..

보부아르 (2022) 제2의 성 (12) 결혼

시몬느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2022.  12.  결혼경제적으로 발전한 여성의 조건이 현재의 결혼제도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 결혼은 자율적인 두 개인이 합의한 자유로운 결합이 되었다. 배우자 간의 계약은 개인적이고 상호적이다. 간통은 쌍방 계약의 파기이며, 양자 모두 같은 조건으로 이혼할 수 있다. 여자는 더 이상 재생산 기능에 갇혀 있지 않다. 임신·출산의 재생산 기능은 자연이 부과한 의무라는 성격을 대부분 상실하고, 자신의 의지로 수락한 임무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생산노동과 동일시된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 국가나 고용주가 임신·출산으로 인한 휴직 기간의 급여를 산모에게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련에서 몇 년 동안 결혼은 오로지 부부간의 자유에만 기초..

보부아르 (2022) 제2의 성 (11) 레즈비언

시몬느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2022.  11.  레즈비언동성애 여자와 남자 같은 여자를 혼동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회교국 하렘의 여자, 특히 터키 황제의 처첩이나 창부들처럼 가장 ‘여성적인 여자들’ 가운데에도 많은 동성연애자가 있다. 역으로 다수의 ‘남성적인’ 여자들은이성애자들이다. 성과학자와 정신분석학자들은 흔히 관찰되는 사실을 확증하고 있다. 즉, ‘저주받은 여자들’의 대다수는 생리적 구조가 다른 여자들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 어떤 ‘해부학적 운명’도 그녀들의 섹슈얼리티를 결정하지 못한다. 물론, 생리적인 여건이 특이한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경우들도 있다. 남녀 양성 사이에는 엄밀한 생물학적 구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체세포가 원형적으로 방향이 결정된 ..

보부아르 (2022) 제2의 성 (10) 성 입문

시몬느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2022.  10.  성 입문이러한 문제에 관해 생물학적·사회적·심리적 관점에서 동시에 살펴볼 때, 남자와 여자의 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남자의 경우, 유아의 섹슈얼리티에서 성숙기에 이르는 과정은 비교적 단순하다. 거기에는 에로틱한 쾌락의 객관화가 있는데, 이 에로틱한 쾌락은 내재적인 현전에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초월적 존재에게로 지향된다. 발기는 이러한 욕구의 표현이다. 남자는 성기, 손, 입 등 온몸으로 상대를 향해 자기 자신을 내민다. 그러나 그는 이런 활동의 한가운데서도 자기가 지각하는 객체와 다루는 도구 앞에서 일반적으로 주체로서 머무르고 있다. 그는 자기의 자율성을 잃는 일 없이 타자를 향해 자신을 던진다. 여자의 육체는 남..

보부아르 (2022) 제2의 성 (9) 자기포기의 운명

시몬느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2022.  9.  자기포기의 운명여자가 이런 자기 포기를 감수하는 것은 육체적·정신적으로 소년들보다 열등하고 그들과 경쟁할 수 없게 된 때문이라고 사람들은 흔히 주장한다. 헛된 경쟁을 포기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행복을 책임지는 책무를 우월한 계급의 일원에게 떠맡기는 것이라 한다. 사실상 여자의 겸양은 선천적 열등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이러한 겸양이 그녀의 모든 무능을 낳는다. 그 겸양의 근원은 사춘기 소녀의 과거와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 그리고 그녀에게 제시된 바로 그 미래 속에 있다.이성적 사유와 논리가 우울증에서처럼 아무 손상도 입지 않은 채 남아 있기만 한다면, 그것들은 유기체의 혼란의 한가운데서 터져 나오는 정열적인 ..

보부아르 (2022) 제2의 성 (8) 젠더로서의 여성

시몬느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2022.  8. 젠더로서의 여성오늘날 여자들은 여성성의 신화가 차지하는 권위를 뒤엎고, 자신의 독립을 구체적으로 확립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자들이 인간으로서의 조건을 완전히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성의 세계 한가운데에서 여자들에 의해 키워진 그녀들의 통상적인 운명은, 여전히 그녀들을 남자에게 실질적으로 종속시키는 결혼이다. 남자의 위신은 아직도 공고한 경제적·사회적 기반 위에 서 있기 때문에 사라지려면 한참 멀었다. 그러므로 여자의 전통적인 운명을 면밀하게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여자가 자기에게 주어진 조건을 어떻게 학습하는지, 그것을 어떻게 느끼는지, 어떤 세계 속에 갇혀 있는지, 그리고 여자에게 어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