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cellaneous/Poetry

나는 왜 되지도 않을 연애에 온통 마음 쏟고 있는가?

Soyo_Kim 2024. 10. 14. 09:23

 만남 같지도 않은 만남을 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쓰러져

공포영화 보는 꿈을 꾼다

 

남들이 지르는 비명을 뒤로 하고

두 시간 내내 멍하니 스크린만 바라보다 나오는

공포영화 같은 꿈을 꾼다

 

이는 그저 내가 목소리가 없는 탓인데

이루어지지도 않을 연애에

왜 벌써부터 설레고 있을까?

 

삶이 예술이고, 표현이라는

누구누구의 철학을 신나서 떠들다 가도

정작 앞에서는 내색 한번 하지 못하고

왜 우두커니 서 있었을까?

 

남들이 호흡처럼 편하게 뱉는 말들도

이런 날엔 그저 비탈길

 

간신히 뱉은 말이

허공 속에 흩어지는 건 두려운 일이니

그렇다면 시작도 못할 연애 주변에서

왜 서성이고 있을까?

 

비가 내려 모든 말이 빗속에 잠겼으면

젖은 마음의 망설임만큼만

말에도 녹이 슬면 좋을 텐데

 

작년처럼 시린 봄바람은 텅 빈 마음에 맴돌다 어눌한 숨결에 다시 골목 뒤편으로 천천히 흘러가고 있는데

그럼에도 나는 왜 되지도 않을 연애에 온통 마음 쏟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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