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 도가철학 기말고사
1. 노자(老子)가 말한 도(道)에 대하여 논하고, 자신의 견해를 기술하시오.
老子에게 있어서 道는 일차적으로 개념을 통해 포착할 수 없는 것, 말에 담을 수 없는 것이다. (道可道非常道) 즉 그것은 한계(Grenze)를 갖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한(Unendlichkeit)하며, 그렇기에 有限한 인간의 관점에서 말하는 道는 언제나 可道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老子는 道를 可道와 常道로 구분한다. 可道는 인간이 여러 제약 조건 아래에서만 현상으로서 파악할 수 있는 道이다. 즉, 可道는 시간적 혹은 공간적으로 제한되는 등의 특정한 현상 내지 사물로 나타나는 존재를 말한다. 반면 常道는 영원불멸하며 언제 어디에서나 항상 동일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그것의 全開가 곧 自然이다.
老子가 파악하는 常道는 有와 無를 포함하거나, 혹은 결국 개념에 불과한 有와 無를 초월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常道에 관하여 불완전하게나마 이야기해 본다면 그것의 핵심은 有보다는 無에 가깝다. 왜냐하면 無는 限定되지 않은 것이며, 또한 限定되는 모든 것을 生成하기에 根原的인 것이기 때문이다.
道는 이러한 無의 특성을 바탕으로 한 네 가지 성격을 지니고 있다. 첫째, 규정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생성한다는 점에서 根原的이며, 둘째, 만물이 거기에 의존하기 때문에 通一性을 지니며, 셋째, 만물에 두루 미치어 이루지 못함이 없기에 通性을 지니며, 넷째, 그럼에도 스스로를 규정하지 않기에 虛性을 지닌다. 또한 道의 이 네 가지 특성은 無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道의 전개는 無爲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 老子의 설명이다.
그래서 老子는 세상의 이치를 人爲的인 知나 禮에서 찾는 것을 비판한다. “천지(天地)는 장구하다. 천지가 진실로 장구한 까닭은 스스로 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실로 오래 살 수 있다.”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當爲는 그것을 하지 않음으로써 이루는 道에 따르는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老子가 말하는 삶은 生態的인 동시에 循環的인 삶이다. 즉 삶과 자연은 있는 그대로 가치 있는 것이지, 知나 禮를 통해 도구화하고 이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점에서 老子의 철학은 서양 철학에서 말하는 도구적 이성으로 이해 야기된 수많은 문제들에 대한 한 가지 해결책으로 여겨질 수 있다. 베이컨이 말했던 관찰과 이용의 대상으로서의 自然, 복종시켜야할 대상으로서의 自然은 인간 스스로 그 自然안의 존재자라는 점을 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 경향은 오늘날에도 이어져, 결국 현대의 심리철학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물리적인 기계에 불과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自然을 바라보는 한 가지 관점일 뿐이며, 老子의 全一的인 自然을 포용하지 못한다. 반대로, 老子의 自然이야말로 서양 철학의 기계론적 자연관을 포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無爲自然은 단순한 현실도피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2. 다음에 대하여 약술하시오.(500자 내외)
禮, 忠信之薄, 亂之首.
예, 충신지박, 란지수.
다음은 老子의 道德經 제38장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 뜻을 있는대로 풀이하면, “예는 충성과 신의의 얄팍한 껍질이며 혼란의 우두머리이다.”가 된다. 老子의 다음 구절은 孔子와 孟子를 위시한 유교 전반의 도덕 이론에 대한 비판이다. 孔子는 춘추 시대의 사회적 혼란-天下無道의 원인을 仁의 결여에서 찾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克己復禮를 제시한다. 그 실천조목은 “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이며, 그리하여 禮는 孔子 이후의 모든 유가 사상가들에게 사회적 규범이자 仁을 이루기 위한 필수적 요소로 여겨지게 되었다. 그러나 老子는 禮야말로 道에서 거리가 먼 것이라고 진단한다. 老子에게 있어 道德은 自然과의 合一이지 人爲적인 사회규범이 아니기 때문이다. 道는 無爲로서만 따를 수 있는 것이며, 그렇기에 老子는 “故失道而後德, 失德而後仁, 失仁而後義, 失義而後禮”라고 말한다. 즉, 道, 德, 仁, 義, 禮 중 禮야말로 道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것은 진정한 충성과 신의가 아니며 사회적 혼란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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