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tic/Social & Political Phil

강재희 (2022) 탈북 여성이 북한에서 경험한 영유아기 자녀양육의 실제

Soyo_Kim 2024. 11. 30. 02:33

강재희. (2022). 탈북 여성이 북한에서 경험한 영유아기 자녀양육의 실제. 한국유아교육연구, 24(3), 221-244.

Kang Jai Hee (2022). North Korean women defectors's experiences of rearing children in early childhood in North Korea. Korean Journal of Early Childhood Education Research (KJECER), 24(3), 221-244.

북한에서 여성의 자녀양육 특징을 요약하면 여성들은 자녀와 함께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고 충분한 경제적 정서적 지원을 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자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훈육 관련해서 자녀가 버릇없을 때는 매질을 해서라도 야단을 치는 엄격한 훈육방식을 선호했으며 자녀는 이에 순종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부모가 되는 일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며 귀하게 여겼고 건강하고 공부 잘하는 자녀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사회적 관계망인 탁아소(출생~만 3세 대상)와 유치원(만 4~5세 대상)이 존재했지만 식량난 이후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곳들이 많고 유료화되어 자녀양육을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여성들은 자녀양육에서 국가의 지원에 대해 기대하지 않았다 식생활은 세 끼 식사를 겨우 하는 정도였고 채소 위주의 식단이었기 때문에 성장해야 하는 영유아기 자녀들에게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222]

북한에서 남성은 결혼 후에도 직장에 나가지 않으면 처벌을 받기 때문에 국가에서 월급이나 배급을 못 받아도 출근해야 했지만, 여성은 자녀가 있으면 부양의무 때문에 직장에 나가지 않아도 되었다. 배급체계가 무너진 현실에서 북한 주민들은 살아가기 위해 장마당에서 사적 경제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장마당에서 물건을 팔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이었다. 여성들은 실제적으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에 장마당에서의 장사 밀수 농사 부업 등이 우선이었고 자녀가 생겨도 자녀양육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은 지속되었기 때문에 일상에 큰 변화가 없었다. 여성들은 자녀양육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낸다든지 놀아준다는 생각을 못했고 온종일 너무 많은 일을 감당하면서 지내느라 잠이 부족하기도 했다. 자녀들은 어머니가 옆에 있어도 관심을 별로 못 받았고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유치원에 가고알아서 밥을 먹었다. [227]

훈육방식에 있어서 여성들은 하나같이 자녀들에게 무섭게 했으며 체벌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또한 자녀의 의견을 존중해주지 않았으며 부모에게 순종하는 것이 도덕이 있는 것이고, 예의 바른 것이라 여겨 무조건 부모에게 순종하도록 가르쳤다 이러한 양육방식은 여성이 집에 도둑이 들까 하는 불안함이 있음을, 일하러 가야 해서 마음에 여유가 없음을, 경제적으로 힘들어 스트레스가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229]

여성은 가정의 생계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자녀양육에 집중하지 못했고, 자녀들도 이런 가정환경 속에서 유아기부터 어쩔 수 없이 자립심을 키웠지만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여성이 가정에서 경제적 가장으로 생계 문제 해결을 위해 출산 후에도 출산 전과 별로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았음을 보여준다 너무 많은 노동을 감당하면서 자녀양육까지 하게 된 현실은 배급제의 중단 이후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자구적 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여성의 삶을 보여주는 것으로 여성의 건강을 위협할 정도였다 [237]

여성들은 남편, 함께 사는 가족, 인근에 사는 친척들과 함께 자녀를 양육했으며 이는 실제적인 도움을 주어 자녀양육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특히 개인차가 있긴 했지만 남편 대부분이 육아에 참여했다는 연구 결과는 남편이 가부장적 사고에 따라 자녀양육에 개입을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선행연구와 일치하지 않는 결과로 여성이 경제활동을 주도하게 되면서 기존의 가부장적 성별 위계 구도와 성역할 고정관념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시어머니가 손자녀의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여성의 봉양 대상으로서뿐 아니라 자녀양육의 조력자 역할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근거리에 친척이 사는 경우가 많았고 이들의 육아 지원은 실제적, 정서적 도움이 되었다. 북한에서 남편, 함께 사는 가족, 친척의 육아 참여는 식량난 이후 많은 제도가 무너진 상황에서 가족공동체가 사회의 제도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해결해 줌으로 복지와 보호의 기능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