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양규. (2024). 탈북민 수는 왜 늘어나지 않는가? 디지털 권위주의와 생체인식기술 발전. 통일연구, 28(2), 95-134.
Jang, Yanggyu. (2024). Why isn't the number of North Korean defectors increasing? : Digital authoritarianism and biometric advances. Korean Unification Studies 28(2), 95-134.
1. 서론
중국은 유엔의 난민지위협약(Convention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보다 북한과의 양자합의를 더 우선시했으며, 탈북민을 국제법상 난민이 아닌 불법 월경자로 취급해 강제송환금지원칙(Non-refoulement)을 정면으로 위반하여 무작정 주민을 가두고 북송하고 있다(Song Jiyoung 2015, 402). [96-97]
2023년 강제북송된 탈북민 수만 해도 최소 2,600명 이상으로(문화일보2023/10/12). 2023년 대한민국에 도착 한 탈북민 수에 비해 10배 이상 많은 수치이다. [97]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 이루어진 지능형 감시기술(Intelligent Surveillance System)의 확산은 이마저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감시 기술은 공공시설, 대중교통 등 모든 영역에 있어 탈북민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체포하는 데 빠르고 정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하고 평균 1,000명대에 이르던 한국에 도착한 탈북민 수가 2020년 229명, 2021, 2202년에는 각각 63명과 67명 등 두자리 수로 급감하였으며 엔데믹(Endemic)이 된 현재까지도 지난 2019년에 비해 5분의 1 수준인 196명에 그치고 있다. 그마저도 2023년의 경우 과거보다 늘어난 평양 주민(2→25 명), 고위 외교관, 해외주재원, 유학생(0→10명 안팎), 해상 탈북(2 →13명)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을 종단하여 탈출하는 한국 입국 탈북민 수는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KBS News 2024/01/18) [97]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의 목적은 코로나 엔데믹이 되었음에 도 불구하고 왜 한국에 도착한 탈북민의 숫자는 이전과 같이 회 복되지 않는가를 설명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코로나19와 북한의 국경 강화와 같은 물리적 원인으로만 전체 탈북민 수가 감소했다 고 여겨져왔다. 그러나 팬데믹 이전에도 북-중 간 국경감시는 매 우 심했으며,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민 수는 중국에 짧게 머물다가 한국에 입국하는 ‘직통생’보다 중국에서 오랜 기간 거주하다가 입국하는 재외탈북민이 더 많았다.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중국에서 거주했다면 엔데믹 이후에는 충분히 탈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 나 전체 탈북민 수는 거의 회복되지 않고 있는데 이를 볼 때 코로 나19와 북한의 국경통제 외에 다른 원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 다. 본 연구는 탈북민 감소의 원인에 중국의 처벌 강화, 북한의 상 황 외에 중국, 북한 정부가 빅데이터, AI 기술을 이용해 수집한 정 보를 가지고 어떤 식으로 시민을 통제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중국의 감시기술 발전으로 인한 억압도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97-98]
2. 탈북민 억압과 재외탈북민 환경변화
한편, 북한 주민의 탈북을 억압하는 요인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답을 찾기 어려우나 주로 학자들 사이에서는 물리적 요인을 제 시하고 있다. 탈북자가 급격히 감소하는 시점은 2011-12년, 2019- 20년 두 시기로 나뉜다. 2012년 이후는 먼저 김정은 집권 이후 출 국을 위한 행정처리의 복잡성과 처벌 강화로 인한 뇌물 수수 양 상 변화를 들 수 있다. 김정은은 2011년 말부터 탈북 행위를 경계 하며 중국으로 넘어가는 국경 지역의 경계를 강화했다. 통일연구 원의 특별보고서는 전체 탈북민 감소 원인이 출국에 필요한 서류 발급이 제한되고 통행 검사 자체와 그에 대한 처벌 강화로 인해 뇌물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통일 연구원 2017, 43-51). 또한, 보고서는 이전과 다르게 주민들이 거주지를 떠나 중국으로 넘어갈 때 여행증을 발급받아야만 통과할 수 있으며 여행증 발급 과정에서 뇌물이 만연한 점도 지적했다 (통일연구원 2017, 15-25). 김혜림(2016, 57)은 여기에 더하여 중국 공안의 적극적 협조로 인한 재외탈북민 색출, 송환 작업과 김정은 집권 이후 경제적 상황 호전으로 인해 기획 탈북의 수가 줄어든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100]
반면, 2020년 이후 탈북 억압 요인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논의 가 존재하지 않고 한국에 도착한 탈북민의 숫자가 매우 적어 유 의미한 결론을 내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통일부와 같은 정부 기관의 공식 발표를 비롯하여 BBC, 자유아시 아방송 등과 같은 다수의 북한 전문 언론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으 로 인한 북-중 간 물리적 국경 차단에서 비롯되었다고 의견이 일 치한다(자유아시아방송2021/02/24). 그 외에도 코로나19 이후로 김정은은 허가 없이 국경 근처에만 가도 즉시 사살하도록 명령한 점과(아시아프레스2024/01/14) 해외노동자의 철수, 전염병의 위 험성, 2019년 남한 정부의 어선 탈북민 강제북송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만 있을 뿐이다. [100-101]
그러므로 2020년 이후 한국 에 도착한 탈북민 수가 갑작스럽게 급감한 이유는 전염병으로 인 한 북한 국경 강화뿐만 아니라 중국 내부에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창궐 직후 전 국민 이동제한 조치를 실시 했으며 타지로 이동할 때마다 코로나 발병 유무를 확인할 수 있 는 건강진단서 및 백신접종 증명서를 의무화했다. 즉, 불법월경자 신분인 재외탈북민은 병원에서 진단서를 발급받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동 제약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은 2022년 12월 26일 중국이 동태적 제로 코로나(動態清零, dynamic zero-COVID) 정책을 폐기하고 위드 코로나(With-COVID) 정책을 도입하여 중국 내 시민들의 이동이 자유 로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재외탈북민의 국내 입국 숫자가 거의 증 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조영남 2023, 8). 지금까지 전염병 및 이동통제가 재외탈북민의 국내 입국 수를 감소시켰을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탈북 억압 요인에는 다른 원인도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기존의 관점과 다른 새로운 연구를 요한다. [101-102]
국경통제 강화로 탈북 중개인 비용 증가와 같은 경제적 원인은 예전부터 상승세였으며 2000년대 초반 몇백 위안이었던 탈북 비용 은 이미 2017년 탈북민 소득 수준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미화 1∼2 만 달러를 돌파하는 실정이었다(자유아시아방송2018/12/05). 북 한이탈주민 실태조사 통계에서도 드러나듯이 탈북 동기를 묻는 질문에 과거 김정일 시기에는 먹고 사는 문제라고 응답한 비율이 대 부분이었다면, 현재는 자유를 위해서 탈북을 시도했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서울대학교 평화통일연구원이 조사한 탈북 결심 이유에 따르면 20대는 “자유 체제에 대한 동경”이 가 장 크며, 30-50대 역시 “북한 정권에 대한 불만, 정치적 탄압”이 크다고 나타난다(서울대학교 평화통일연구원 2022). 전체 탈북민 을 억압하는 데 있어 경제적 상황과 금전적인 부분의 영향도 존 재하겠지만 대다수 탈북민의 탈북 의지를 억압할만큼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102]
그동안 중국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과 악화에 따라서 중국 내 탈북민에 대한 강도를 조절해왔다. 이기현(2012)에 따르면 중 국은 시기별로 탈북민에 대한 집중적인 단속과 방관 정책을 사용 해왔으며 북한 최고 지도부의 방문 시에는 강제송환 작업 절차에 착수하거나 대대적인 단속을 강화했다고 설명한다. 이후에도 탈북 민 송환 관련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열병식에 참석하는 등 한중 간 관계 개선이 있자 탈북민의 강제송환과 단속이 줄어들었 고 2015년에 비해 2016년의 한국에 도착한 탈북민 수 또한 증가 한 점을 보아 탈북민 송환과 남한으로의 입국 수 문제는 한반도 관계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북중 관계가 좋았던 2019년 이후 2023년 8월 29일에 80명, 2023년 10월 9일에 지린성과 랴오닝성 감옥에 수감 중인 600명의 탈북민이 북송 되었으며(휴먼라이츠워치2024/05/08),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는 2023년 8월 27일 기준 재외탈북민과 북한국적 수감자는 2,000명, 항저우 아시안게임 전후 620명이 강제북송되고 현재 1,000 명이 수감된 채로 남아있다고 주장했다(통일과미래2023/10/26). 이처럼 중국 내 재외탈북민은 정치적 관계에 따라 남한으로의 입 국이 제한되어왔다. [103-104]
3. 지능형 감시기술 확산과 위험성
불과 2018년 안면인식(FRP) 사용자 인구는 6,100만 명에 불과 했지만, 불과 4년 만에 중국 전역에서 7억 6천만 명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그 규모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艾媒 网2019/11/21). 전자신분증 제도가 시민 사회에 필수품이 되고 있는 만큼 전자신분증을 발급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사 회 내 대중교통이나 공공시설을 이용할 수 없게 되며 그만큼 일 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중국 내 PC방과 같은 특 정 시설을 이용하려면 ‘신분증 확인 - 얼굴인식 - 앱 인증’이라는 3단계 시스템을 거쳐야만 출입이 가능한 점에서 신분을 보장받지 못하는 개인은 시설 이용을 원천 봉쇄당한다. 또한, 만약 보장받 는다더라도 개인의 지난 모든 이동 행적은 정부 데이터베이스에 흔적이 남는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높다.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 믹 때 알리페이와 위챗에 의해 항저우에서 만들어진 헬스코드 (Health Code)는 이러한 과정을 잘 보여주는 예시이다. 헬스코드는 정부가 코로나19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했다. 헬스 코드는 평범한 보건 위기 앱과 다를 바 없어보이지만, 스마 트폰 GPS가 사용자의 위치를 기반으로 전염병 접촉 위기 등급에 따라 녹색, 황색, 적색으로 나누어 자유를 통제했다. 녹색 코드는 모든 시설 이용에 자유를 부여했지만, 황색, 적색은 공공시설 방 문을 제한하였다(Liang. Fan 2020, 1-3). 헬스 코드는 GPS와 신분 제도를 통해 개인을 차별하고 통제하기 위한 디지털 기술을 현재 두 회사가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11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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