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tic/Social & Political Phil

장영은, 박지훈 (2015) 북한과 탈북자를 재현하는 텔레비전에 대한 수용자의 시선: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대한 수용자 해독을 중심으로

Soyo_Kim 2024. 12. 1. 13:32

장영은, 박지훈. (2015). 북한과 탈북자를 재현하는 텔레비전에 대한 수용자의 시선: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대한 수용자 해독을 중심으로. 한국소통학보, 27, 225-254.

Jang, Young-Eun and Park, Ji-Hoon. (2015). Audience Reading of North Korea and North Korean Refugees on TV: A Case Study of <Now On My Way to Meet You>. Journal of Speech, Media and Communication Research (JSMCR), 27, 225-254.

 

1. 북한(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한과 북한인에 대한 한국인의 시선은 이러한 사회적 담론에 기인한 바가 크다. 북한에 대한 한국인의 고정관념은 북한에 대한 적개심이나 우월감 등으 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이우영, 2000) 한 연구에서는 응답자의 71%가 북한 의 정권에 대해 반감을 느낀다고 대답했고 북한은 경계 대상 혹은 적대 대상 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65.1%에 달했다(박명규 외, 2013). 한국 대학생들은 북한 정부는 전쟁을 도발할 수 있는 감시해야 할 공격적인 적으로, 주민들은 경제적 고난으로 인한 불쌍한 대상으로 인지하고 있었다(전우영·이훈구, 1998). 북한인에 대한 인식은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었는데 한국인은 북한 남 성을 공격적이고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으로 인식하는 반면, 북한 여성은 가정 적, 순종적, 희생적이며 때로는 가부장제의 희생양이나 성매매의 희생양으로 도 인식하는 성향을 보였다(전우영·조은경, 2000; Choo, 2006) [228]

탈북자에 대한 인 식은 북한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데(양회성, 2013) 오영숙(2012)은 탈북자를 “걸어 다니는 작은 북한”으로 표현하기도 했 다. 탈북여성의 경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무지하거나 국경을 건너 중국 으로 넘어가면서 인신매매의 희생양으로 여겨지는 등 폄하의 대상으로 인식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Green & Epstein, 2013). 한국인들은 탈북자에 대해 동정심이 느끼고(정기선, 1999) 이들에 대해 사회적 거리감을 느끼며 결혼상 대자나 사업 동업자와 같은 깊은 관계가 요구되는 상대로도 받아들이기 어렵 다는 입장을 보인다(박명규 외, 2012). 한편 한국인들은 탈북자를 이방인이나 무임승차하려는 사람, 하층민, 2등 국민, 한국사회에서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오영숙, 2012; 윤인진, 2001) [229]

 

2. 분석

탈북자에 긍정적인 재현을 보여주는 <이만갑>에 대한 비판은 명목주의 (tokenism), 즉 일부가 성공적인 사례가 전체를 대표하게 됨으로써 현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야기하는 현상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탈북 자가 한국사회에 적응해서 한국인들과 다름없이 잘 살고 있다고 오해하게 함 으로써 한국인들이 탈북자 문제를 외면할 수 있다는 비판일 수 있다. 하지만 탈북자에 관한 긍정적 재현에 관한 비판은 북한인과 탈북자들의 삶은 반드시 녹녹치 않고 한국인들에 비해 열등해야 한다는 위계의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응답자들은 북한과 탈북자에 대한 새로운 재현 을 통해 친근하게 느끼거나 인간적으로 보게 되는 등의 대안적인 담론을 만들 고 있었지만 북한이나 탈북자를 바라보는 해석의 틀이 ‘가난’이나 ‘간첩’ 등의 기존 담론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응답자들은 북한과 탈북자의 밝고 긍정적 측면을 보여주는 <이만갑>은 한국의 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240]

응답자들에게 북한은 여전히 독재체제와 사회주의의 폐단으로 고생하고 있 는 불쌍한 북한 사람들과 가난과 기아 등의 문제로 고생하고 있는 아이들이 살고 있는 나라이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북한이나 탈북자에 대한 지식이 부 족한 편이었는데, 직접 북한 사람들을 만나서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북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는 연구자의 질문에 많은 응답자들이 뉴스에서 본 사례들을 예로 들면서 공통적으로 ‘가난’, ‘김정일’, 또는 ‘핵’에 대 해 이야기하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응답자들의 탈북자들에 대한 시선은 북한인을 남루하고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고정관념들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북한인에 대한 제한된 인식이 해석의 틀로 작용하므로, 겉모습으로 판 단했을 때 북한출신이라는 티가 나지 않고 한국인과 구별이 되지 않는 <이만 갑> 출연진의 모습에 이질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240-241]

흥미로운 부분은 응답자들이 ‘남한화’라는 표현을 통해 북한인과 한국인의 차이를 고정시키고 한국인의 우월함을 전제한 점이다. 응답자들은 <이만갑> 의 탈북여성들이 외모, 사상, 말투, 생활모습 등의 측면에서 ‘남한화’ 되었다고 표현했는데 이는 열악한 북한 출신의 탈북자들이 한국을 부러워하고 동화되 고 싶어 한다는, 즉 탈북 출연진에 대한 응답자들의 우월적인 태도를 내포하 고 있었다. “북한 사람이라고 하면 후질 것 같은데 얘들은 너무 남한화가 됐잖 아”라는 한 응답자의 발언은 북한인들이라면 세련되지 않고 남루한 상태가 더 적합하다는 당위성이 내포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이만갑>에 대한 논의에 자주 등장한 ‘남한화’라는 표현은 북한은 가난하고 수수하고 미개한 반면 남한 은 화려하고 유복하고 발전했다는 해석의 틀이 작용한 것으로, 한국의 문화나 사상 등이 북한보다 우월하다고 믿고 있는 응답자의 생각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