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주 (2020). 탈북여성의 인신매매에 대한관계국의 법제와 과제. 이화젠더법학, 12(3), 67-104.
Min-ju Kang (2020). Legal Gaps and Challenges in Transnational Human Trafficking of North Korean Refugee Women. Ewha Journal of Gender and Law, 12(3), 67-104.
1. 탈북여성의 인신매매
‘인신매매 의정서’에 따른 인신매매의 정의는 제3조를 통해 살펴볼 수 있 다. 이 정의조항은 구체적으로 인신매매를 행위(act), 수단(means), 목적(purpose)의 세 구성요소를 가지는 것으로 설명한다. 가장 먼저 인신매매의 ‘행위’란 인신의 모집, 운송, 이송, 은닉 또는 인수하는 것으로서, 인신매매의 직접적인 거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국경에 걸쳐 여러 사슬로 연결되어 피해자를 은닉・이송하는 주체나 이를 돕는 주체까지 범죄 행위자로 포함한다. [73-74]
인신매매의 수단으로는 ‘위협이나 무력의 행사 또는 그 밖의 형태의 강박, 납치, 사기, 기만, 권력의 남용이나 취약한 지위의 악용, 또는 타인에 대한 통제 력을 가진 사람의 동의를 얻기 위한 보수나 이익의 제공이나 수령’이 제시된다. 이때 제3조의b는 “의도된 착취에 대한 인신매매 피해자의 동의는 문제가 되지 아니한다.”고 함으로써, 피해자가 그 상황에 대하여 일부 혹은 전부 알고 있 었다는 ‘자발적 참여’가 인신매매의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74]
마지막으로 ‘목적’은 인신의 착취로 정의하는데, 이때 착취란 “타인에 대한 매춘의 착취나 그 밖의 형태의 성적 착취, 강제노동이나 강제고용, 노예제도나 그와 유사한 관행, 예속 또는 장기의 적출을 포함한다.”고 되어 있다. 이때 착취 의 첫 요건으로 매춘과 그 밖의 형태의 성적 착취가 제시된 것은 국제적인 인신 매매의 현상에 있어 여성의 성이 가장 주요한 착취의 목적이 됨을 보여준다. [74]
또한 인신매매의 ‘수단’으로는 탈북여성에 대한 폭행, 피해자 가족의 신변안 전 위협이나 수용소로 송환되리라는 겁박, 강제결혼 등이 아니라면 살아남을 수 없다거나 탈북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식의 회유, 일자리를 소개해준다는 명 목으로의 사기나 기만 등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행위는 모두 탈북여성들의 강 제송환과 처벌, 제3국에서의 언어와 열악한 경제적 지위 등 취약지위를 악용하 는 것이다. 이 때 탈북여성이 인신매매의 위험이나 가능성을 알고도 ‘자발적’으 로 참여하였을 경우나 강제결혼을 수용하고 가정을 유지하기를 원할 경우에도 위 언급한 ‘자발적 인신매매’에 대한 제3조b의 규정을 통해 인신매매의 요건이 구성된다. [75]
2. 탈북여성의 인신매매 문제에 대한 중국의 대응
중국은 탈북여성의 인신매매에 대해 그 발생 자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중 국에서의 탈북여성 인신매매와 관련하여, UN북한인권조사위원회(Commission of Inquiry, COI)를 위시한 국제사회의 많은 권고가 이루어져 왔다. 주된 내용 은 탈북여성들에 대하여 북한 당국이 인신매매 의정서 및 국제난민법상 부과된 피해자의 신분 및 체류 보장을 중심으로 보호조치를 이행하라는 것이었다. COI 보고서는 특별히 이들 피해여성과 그 자녀가 중국 호구에 등록되지 못하여 대 부분의 법과 사회제도로부터 배제되는 사실 및 여성의 강제노동, 강제임신 및 낙태, 노동, 강제송환을 지적하며 중국국민과 결혼하거나 아이를 가진 인신매매 피해자 및 그 아동에 대한 지위 정규화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COI의 조사내용에 대해 ‘중국으로 허가 없이 들어오는 모든 공화국 주민은 불법 경제 이주민’이며, 인신매매와 관련하여는 ‘중국에 체류하는 북한여성들과 그 자녀들 과 관련하여 중국정부는 어떤 사례도 발견하지 못하였다’고 일축하였으며 이와 같은 중국의 태도는 줄곧 유지 되고 있다 [88]
이러한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방관 하에 탈북 인신매매 피해 여성들은 모든 사법적 구제와 인권 보호로부터 배제되고 있다. 탈북인신매매 여성에 대한 광 범위한 연구 중에도 인신매매뿐만 아니라 폭력, 강간, 강제노동 등에 대해 그 어떤 피해구제조치를 받은 기록을 확인할 수 없다. 심지어 중국의 지역 경찰인 공안이 직접 탈북여성에 대한 납치와 인신매매를 하였다는 증언도 왕왕 발견된 다. 이러한 중국당국의 탈북여성 인신매매에 대한 전면적 현상 부인과 관련 범죄에 대한 방지, 보호, 구제 노력은 상게 언급한 중국이 동남아 지역 다른 국 가와의 초국경 인신매매 피해방지 노력과 대조적이다. [89]
3. 탈북여성의 인신매매 현상에 대한 젠더적 함의
탈북은 냉전체제 이후 한반도 분단과 동아시아 체제긴장의 산물일 뿐만 아니라, 최근 수십 년간 그 전 과정에 성(sexuality)과 젠더로서의 여성적 특성이 개 입하여 온 현상이기도 하다. 90년대 이후 탈북민 중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커진 것은 북한의 경직된 가부장 문화와 지속된 경제난에 따라 여성이 공식경 제에서 우선적으로 열외 되고, ‘장마당’과 같은 지하경제 활동을 하게 된 데 있 다.49) 남성에 비해 당국의 감시로부터 자유로우면서도 실질적인 생계부양의 부 담을 지는 여성들이 탈북의 용이성과 필요에 노출되는 것이다.50) 이렇듯 북한 사회 내의 젠더역할이 견인한 탈북은, 월경과 동시에 인신매매와 연계되어 여 성에게 “거래 가능 자원으로서의 성(sexuality)”51)의 굴레를 씌운다. 이 인신매 매의 수요 또한 농촌거주자 및 극빈층, 장애남성이 “일하고, 가계를 잇고, 부모 를 봉양할” 신부(新婦)나,52) 음성적 성매매를 구하는데서 발생하는 것으로, 중 국의 오랜 남아선호사상 및 재생산권 통제(1가구 1자녀 정책)로 인한 성비불균 형으로 인해 증폭된 것이다. [92]
탈북여성 인신매매의 범죄현상 뿐만 아니라, 관계국의 국가적 대응방식에서 확인되는 북한의 민족주의・순혈주의, 중국의 민족차별 및 농촌지역 가부장제 사회유지 노력은 모두 전통적 가부장 담론의 젠더억압의 전형이다. 남한의 탈북민 정책에서 드러나는 몰성적(탈북시의 인신매매 피해, 정착시의 여성의 위 험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 가족주의 및 민족주의적(제3국 출생자녀 관련) 관점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탈북여성 인신매매 및 그 현상에 특정한 관계국의 ‘묵인’은 냉전과 한반도 분단에서 이어지는 역사에서 특정민족의 특정 성별에 집단적, 구조적, 초국경적으로 발생하는 차별이라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특정한 집단의 범죄피해에 대하여만 법의 실현이 보장되지 않을 때, 각 관 계국은 그 폭력에 대한 용인의 주체이자 곧 가담자로서의 책임에서 면제될 수 없다. 이는 구조적 피해로서의 탈북여성 인신매매는 개별피해의 구제를 넘어 장기적으로 초국경적이자 개별 국가적 차원의 회복과 화해의 과정으로 이어져 야 함을 시사한다 [9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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