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부아르 (2022) 제2의 성 (14) 매춘부와 고급창녀

시몬느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2022. 

 

14. 매춘부와 고급창녀

화려한 궁전의 위생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하수구가 필요하다고 가톨릭 교부들은 말했다. 그리고 맨더빌Bernard de Mandeville1670~1733142도 논란을 일으킨 한 저작물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여자들을 지키고 혐오감을 한층 더 일으키는 불결함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여자들을 희생시킬 필요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미국의 흑인 노예제도 지지자들이 노예제도 찬성을 위해 언급한 논거 가운데 하나는, 남부 백인은 노예제도를 통해 노동에서 면제되었기 때문에 상호 간에 더 민주적이고 더 세련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타락한 여자’ 계급의 존재는 ‘정숙한 여자’를 가장 기사도다운 존경심으로 대우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매춘부는 속죄양이다. 남자는 매춘부에게 파렴치한 욕망을 분출하면서도 그녀들을 부정한다. 법적 신분 규정에 따라 경찰의 감독 아래 활동을 하든, 은밀하게 활동하든 아무튼 그녀는 천민 취급을 받는다.

경제적 관점에서 매춘부의 상황은 결혼한 여자의 상황과 대칭을 이룬다. “매춘으로 자기를 파는 여자들과 결혼으로 자기를 파는 여자들 간의 유일한 차이는 계약의 금액과 기간에 있다”라고 마로Marro는 말한다. 양쪽 모두에게 성행위는 하나의 서비스다. 후자는 한 남자와 종신계약하는 것이고, 전자는 돈을 지불하는 여러 명의 고객이 있는 것이다. 후자는 한 남자를 통해 다른 모든 남자로부터 보호되고, 전자는 모든 남자를 통해 각 남자의 배타적 횡포에 대해 방어된다. 아무튼 그녀들이 자기 육체를 제공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경쟁을 통해 제한된다. 남편은 자기가 다른 남자의 아내와 계약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부부의 의무’의 이행은 은혜가 아니라 계약의 실행이다. 매춘에서 남자의 욕망은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종種의 본능이므로, 그 어떤 육체에 대해서나 만족할 수 있다. 아내나 창녀는 둘 다 남자에게 독특한 영향력이 없으면 남자를 활용하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 양자 간의 차이라면 합법적인 아내가 결혼한 여자로서 억압당하기는 하지만, 인간적으로는 존중받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존중은 실제로 억압을 저지하기 시작한다. 한편 창녀는 한 인격체의 권리를 갖지 못하며, 그녀 속에 여성 노예제의 모든 양상이 동시에 요약되어 있다.

 

매춘부의 대부분은 정상이며, 어떤 여자들은 대단히 총명하다. 그녀들에게서 어떤 유전적 숙명도, 어떤 생리적 결함도 발견되지 않는다. 사실, 빈곤과 실업이 맹위를 떨치는 세계에서는 직업이 생기면 바로 덤벼드는 사람들이 있다. 경찰과 매춘이 존재하는 한 경찰관과 창녀는 계속 있게 될 것이다. 이런 직업들은 다른 많은 직업보다 평균적으로 수입이 더 높은 만큼 더욱더 번창할 것이다. 남성의 수요가 일으킨 공급에 대해 놀라는 것은 매우 위선적이다. 이는 초보적이고 보편적인 경제적 과정이다. 19세기 파랑 뒤 샤틀레Alexandre Parent du Chatelet1790~1836145는 설문조사에 이렇게 쓰고 있다. “매춘이 일자리의 부족과 불충분한 급료에서 오는 불가피한 결과라는 것은 명백하다.” 보수적인 도덕주의자들은 매춘부들의 가련한 사연이 순진한 손님을 속이기 위해 지어 낸 이야기라고 답한다. 사실 많은 경우에 창녀는 다른 수단으로 생계를 마련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선택한 직업을 가장 나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녀가 본래부터 타락했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직업이 아직도 많은 여자에게 그다지 혐오스러워 보이지 않는 사회를 단죄한다. 그녀에게 왜 그것을 택했냐고 묻기보다는, 차라리 그녀가 왜 그런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는가를 물어야 한다. 대다수의 ‘매춘부’가 하녀들 가운데서 나왔다는 것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그것은 파랑 뒤 샤틀레가 모든 나라에서 확인한 것이며, 독일에서는 릴리 브라운이, 벨기에에서는 리케르Ryckère가 조사한 결과다. 매춘부의 약 50퍼센트가 하녀 출신이다. ‘하녀의 방’을 한 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실을 설명하기엔 충분하다. 착취당하고 예속되고 인간이 아닌 물건으로 취급받는 만능 하녀나 가정부는 장래 자기 운명에 대하여 어떤 희망도 걸지 않는다. 때로 그녀는 집주인의 바람기를 견디지 않으면 안 되기도 한다. 즉, 가정의 노예 상태나 하녀의 상황에서 그녀는 그 이상 더 타락할 수도 없고, 더 행복한 것이라 꿈꾸는 노예 상태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게다가 고용살이 하는 여자들은 대개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이다. 파리 매춘부의 80퍼센트가 지방이나 시골에서 올라온 것으로 평가된다. 가족 가까이 있거나 자기에 대한 세상의 평판을 꺼리는 여자는 일반적으로 나쁘게 여기는 직업을 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도시에서 길을 잃고 사회에 더 이상 동화되지 못했다면, ‘도덕성’이라는 추상적 관념은 그녀에게 아무런 장벽이 되지 못한다. 부르주아 계급이 성행위를 – 특히 처녀성을 – 무시무시한 금기로 에워싸고 있는 것만큼이나 대다수 농부와 노동자 계층에서는 그런 것들이 아무렇지도 않아 보인다. 이 점에 대해서 많은 설문조사의 결과가 일치하고 있다. 즉, 상당히 많은 처녀가 처음 만나는 남자한테 아무렇지도 않게 처녀성을 상실하고, 그다음에 또 아무 남자에게나 몸을 맡기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매춘부 대부분은 정신적으로 자기의 사회적 신분에 적응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들이 유전적으로나 선천적으로나 부도덕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서비스를 요구하는 사회에 정당하게 통합되어 있다고 느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녀들은 자기의 신상을 카드에 기록하는 경찰관의 훈계가 무의미한 객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자기 고객이 매음굴을 나가 밖에서 과시하는 고상한 감정에 별로 주눅 들지도 않는다. 

하급 매춘은 괴로운 직업이다. 여기서 여성은 성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억압당하고, 경찰의 횡포와 굴욕적인 의료 검사, 손님들의 변덕에 복종해야 하고, 세균과 질병과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진정 말 그대로 물건 취급을 받는다.

하급 창녀에서 고급 창녀에 이르기까지 매춘에는 많은 등급이 있다. 핵심적 차이라면 전자는 완전한 일반성 속에서 거래하므로 경쟁으로 인해 비참한 생활 수준에 놓이는 데 반해, 후자는 개별성 속에서 인정받으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후자는 잘만하면 높은 신분도 바라볼 수 있다. 미모나 매력 혹은 성적 매력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즉, 세상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흔히 여자의 가치는 남자의 욕망을 통해 드러난다. 남자가 세상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녀의 가치를 선언하면, 그때 비로소 여자는 ‘팔리게’ 될 것이다. 19세기에는 저택과 마차, 진주 장신구가 자기 보호자에 대한 ‘화류계 여성’의 영향력을 표시하는 것이었으며, 그녀를 고급 창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남자들이 그녀를 위해 돈을 물 쓰듯 하는 한 그녀의 가치는 확실했다. 사회적·경제적 변화는 블랑슈 당티니Blanche d’Antigny 같은 유형의 여자들을 사라지게 했다.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의 평판을 확고히 할 수 있는 ‘반사교계demi-monde’란 없다. 야망에 불타는 여자가 명성을 획득하려면 다른 방법에 의존해야 한다. 고급 창녀의 마지막 화신은 스타, 곧 영화배우다. 남편 – 할리우드에 의해 엄격하게 요구된 – 이나 착실한 남자 친구를 대동한 그녀는 프리네Phryne, 임페리아Imperia,, 황금투구Casque d’Or와 비슷하다. 그녀는 남자들의 꿈에 여자를 넘겨 주고, 남자들은 그 대가로 재산과 명성을 준다.

‘인기 연예인’을 고급 창녀와 같은 부류에 속하게 하는 것은 둘 다 어떤 개인들이나 군중의 마음에 들어야 하는 필요성 때문이다. 그녀들은 사회에서 유사한 역할을 한다. 여기서 나는 고급 창녀라는 단어를 자신의 육체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인격 전체를 활용해야 할 자본으로 취급하는 모든 여자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하겠다. 그녀들의 태도는 한 작품에서 자신을 초월함으로써 주어진 조건을 극복하고, 타인의 자유에 호소하여 그에게 미래를 열어주는 창조자의 태도와는 전혀 다르다. 고급 창녀는 세계의 베일을 벗기지 않으며, 인간의 초월성에 어떤 길도 열어주지 않는다. 이와 반대로 자기 이익을 위해 그 초월성을 교묘한 수단으로 삼고자 손에 넣으려고 한다. 자기를 찬미하는 남자들의 인기에 영합함으로써 자신을 남자에게 바치는 수동적인 여성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런 여성성에 마력을 부여해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고, 그 함정에 남자들을 빠지게 해 그들을 자기의 먹이로 삼는다. 그녀는 자기와 더불어 남자들을 내재內在 속으로 침몰시켜 버린다.

 

어떤 남자도 이런 여자들의 결정적인 주인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그녀들은 남자를 가장 절박하게 필요로 한다. 만일 남자가 그녀에 대한 욕망을 멈추면, 유녀는 자기의 모든 생활 수단을 상실한다. 초보자는 자기의 모든 장래가 남자들의 수중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남자의 뒷받침을 잃는다면 스타조차도 인기의 빛을 잃는다. 오손 웰스가 떠나버리자 리타 헤이워스Rita Hayworth1918~1987는 알리 칸을 만나기 전까지 고아와 같은 병약한 기색으로 유럽 전역을 떠돌아다녔다. 천하의 미인도 내일에 대해서 결코 확신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녀의 무기는 마법적이며, 마법은 변덕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기 보호자 – 남편이나 애인 – 에게 ‘정숙한’ 아내가 남편에게 매여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긴밀하게 매여 있다. 잠자리에서 그에게 봉사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의 곁에 있어야 하고, 그의 이야기 상대가 되어야 하며, 그의 친구들을 맞아들여야 하고, 무엇보다도 그의 허영심에 찬 요구를 들어주어야 한다. 기둥서방이 정해 놓은 여자에게 하이힐과 새틴 스커트를 사 주는 것은 자기에게 정기 수입을 가져다주도록 투자하는 것이다. 남자가 실업가나 생산업자라면 여자 친구에게 진주나 모피를 선물하면서 그녀를 통하여 재산과 권력을 확인한다. 여자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되었든 돈을 써 버리기 위한 구실이 되었든, 이는 같은 예속이다. 그녀에게 마구 뿌려지는 금품은 그녀를 묶어놓는 사슬이다. 그녀가 몸에 지니는 의상과 패물은 진정 그녀의 것인가? 예전에 사샤 기트리Sacha Guitry1885~1957가 우아하게 그랬던 것처럼, 때로 남자는 헤어진 후에 그런 것들의 반환을 주장한다. 여자가 자기의 쾌락을 포기하지 않은 채 후원자를 ‘지키기’ 위해서는 평범한 부부 생활이라면 수치를 안겨줄 만한 간계와 술책과 거짓말과 위선을 사용할 것이다. 그녀가 단지 꾸며 보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꾸며 보인다는 자체가 비열한 것이다. 아름답고 유명한 그녀에게 현재의 주인이 가증스러운 짓을 하면 그녀는 다른 주인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미모라는 것은 근심거리이며 부서지기 쉬운 보물이다. 고급 창녀는 시간이 가차 없이 망가뜨리는 자기 육체에 단단히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노화에 대한 투쟁은 가장 처절한 모습을 띤다. 만약 대단한 인기를 누린다면 그녀는 자기 얼굴과 몸매가 쇠퇴한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재산인 이러한 명성을 관리하려면 그녀는 전제專制 중에서도 가장 가혹한 여론의 전제에 복종해야만 한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얼마나 노예 같은 상황에 놓여 있는지는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그녀들의 육체는 더 이상 그녀들의 것이 아니다. 제작자는 그녀들의 머리 색깔, 몸무게, 몸매, 유형까지도 결정한다. 뺨의 곡선을 변화시키기 위해 그녀들의 치아까지도 뽑는다. 다이어트, 체조, 의상, 화장은 일상적 고역이다. 사생활의 완전 공개라는 명목으로 외출은 물론 연애까지도 폭로된다. 이제 사생활은 공적 생활의 한순간에 불과할 따름이다. 프랑스에서는 아직 그렇게까지 확실히 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신중하고 눈치 빠른 여자는 자기 ‘홍보’가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복종하기를 거부하는 스타는 즉시 혹은 서서히,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인기의 하락을 겪게 된다. 어쩌면 자기 몸만을 넘겨 주는 매춘부는 인기를 직업으로 하는 여자보다 노예 상태가 덜할지도 모른다. 진정한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그 재능이 인정된 ‘성공한’ 여자 – 여배우, 성악가, 무용가 – 는 고급 창녀의 신분에서 벗어나 있다. 그녀는 진정한 독립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들 대부분은 평생 위험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녀들은 쉴 새 없이 새롭게 대중과 남자들을 유혹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