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inental/Ancient & Medieval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 정리 (1) 탈레스

Soyo_Kim 2018. 12. 28. 15:57

2018-1 서양철학고전읽기 

 

1장 탈레스 (Thales)

1절 개괄

기원전 6세기 초반에 활동한 이오니아의 철학자.

희랍의 철학과 과학적 전통의 창시자로 일컬어진다.

아낙시메네스는 “탈레스는 항상 우리 대화의 시작이 되어야 합니다.”라고 전하고 있으며, 추가적으로 탈레스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라에르티오스는 “탈레스는 체조 경연대회에 참가했으며, 발열, 간염, 허약증 등으로 사망했다.”, “이 묘비는 작으나 그의 지혜는 명성으로 말미암아 하늘을 찌른다.”는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탈레스는 스스로 많은 것을 발견했고 또한 후대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쳤다. 일례로, 그는 삼각형의 맞꼭지각은 같음을 증명했다고 전해진다. 탈레스가 수학에 남겼다고 전해지는 업적들은 그가 이집트에 머물렀었다는 자료들을 참고해볼 때 이집트의 실용적인 측량 기하학을 접하고 그로부터 배워온 것으로 보인다.

탈레스에 대한 정보는 현대에 거의 전해지고 있지 않지만, 그가 그 당시의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었으며, 또한 여러 가지 업적을 남겼음은 추정해볼 수 있다. 탈레스는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 가운데 7현인에 속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탈레스에 대한 일화는 단편적으로만 남아있기에 종합하기 어려우나 첫째, 자연철학자만이 아닌 정치지도자로서도 활동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으며, 둘째, 강의 흐름을 바꾸었다거나, 일식을 예언하였다는 점에서 자연과학에 대한 탈레스의 식견을 엿볼 수 있다. 일식을 예측했다는 이야기 때문에, 탈레스가 바빌로니아의 문헌들을 자세히 살펴본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도 있다. 아무튼 이러한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탈레스는 고대 그리스 최초의 천문학자이자, 기하학자라고 볼 수도 있다.

 

2절 탈레스와 물

탈레스의 우주론에 대한 정보는 전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의존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탈레스의 주장으로 “지구가 물 위에 떠 있다.”, “물은 만물의 근원 arche이다.”라는 두 가지 명제를 제시하고 있다. 지구가 물 위에 떠있다는 주장은 신화적 우주론의 영향을 보여주며, 당시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에 널리 퍼져있던 관념을 탈레스 역시 받아들였을 거라고 보는 입장 역시 존재한다.(심플리키오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가 탈레스를 단순히 신화적 연장에서 벗어나 최초의 “철학자”라고 정의내리는 까닭은 그가 지진의 원인을 지하에 있는 물의 운동으로 “설명”한다는 것, 자연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발상으로 그러한 사고를 했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어떤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전제와 논리가 수반되어 있으며, 이 점에서 탈레스는 철학의 특징으로 꼽히는 로고스logos 즉 합리성을 사고에 도입한 사람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또한 탈레스가 세계의 시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를 최초의 철학자로 평가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이 근원이라는 탈레스의 주장을 자신의 4 원인설에 적용하여 탈레스가 물을 세계의 궁극적인 원인, 질료로 여겨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탈레스가 정말로 물이 단 하나의 요소라고 말했는지의 여부는 알 수가 없을뿐더러 우리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술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해볼 경우, 사정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해석에 따르면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는 명제는 모든 사물은 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탈레스의 문제는 “모든 사물을 구성하고 있는 질료가 무엇인가?”가 되며 탈레스와 그 이후의 자연철학자들이 계승해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는 과연 세상의 기원에 관한 탈레스의 물음이 질료를 파악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가하는 점이다.

먼저, 탈레스의 실제 생각은 세계가 생겨난 기원으로서의 물이었을 수 있다. 이런 생각은 땅이 물 위에 떠있다는 착상과 잘 연결될 뿐 아니라, 탈레스가 영향을 받았을 신화들 가운데 함축되어 있으며, 오케아노스(강)를 모든 사물의 원천으로 지목하는 호메로스의 언급하고도 통한다. 여기에서 제시되는 기원으로서의 물의 관념은 세계의 원시 상태와, 그 원시상태로부터 현재로의 이행과정에 대해 주목한다.

둘째로, arche와 substance는 같은 것이 아니다. substance, 실체는 아이티아의 하나로 edios를 말한다.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는 탈레스가 arche로 제시하는 물을 아이티아의 하나인 hyle로 보고 있지만, 탈레스의 arche로서의 물은 반드시 hyle로서 제시되어야할 필요는 없다. 또한 물을 존재자를 존재자로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그것, Ousia라고 봐야하는가에 대해도 의문을 제기해볼 수 있다. 단 이 경우, 아리스토텔레스의 질문의 핵심은 그가 수용하고 있는 파르메니데스의 명제, “무로부터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에 자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계의 시원이 물이라면, 물이 지니고 있지 않은 것은 그 무엇도 존재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혼(phyche)과 신, 그리고 살아 있는 세계에 대해서 탈레스의 생각을 엿보게 하는 간접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탈레스는 혼이 운동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자석이 쇠붙이를 움직이게 하기 때문에 혼을 가졌다고 믿었다. 혼이 있고 없음에 따라 살아 있음과 죽음이 나뉜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과 식물이 혼을 갖는다고 말했으며 나아가 운동이 생명의 특성이라고 주장했다. 이 운동은 성장과 질적인 변화를 포함하며 그래서 식물도 소유하는 넓은 의미의 운동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탈레스의 이 진술로부터, 그가 모든 것이 신으로 충만하다고 믿었다는 말을 하면서, 이 믿음을 우주에 혼이 스며 있다는 믿음과 결부시킨다. 직접적인 증거는 없더라도 혼과 신의 연결가능성을 생각하기는 어렵지 않으며, 비록 탈레스에게 신화적 전례들의 영향이 직간접적으로 강하게 작용했을지라도 그의 우주론에서 철학적 사고의 가능성들을 배제할 분명한 이유도 없다. 그렇다면 탈레스에게 있어 전체로서의 세계는 어떤 의미에서 생명령으로 충만한 것이었으며, 그러한 생명력은 광범위함과 영속성으로 말미암아, 신적이라고 불리는 것이 자연스러웠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