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tic/Social & Political Phil

강동완 (2019) 국내 입국 탈북여성의 경계짓기: ‘직행’과 ‘중국행’ 사이의 차이를 중심으로

Soyo_Kim 2024. 11. 26. 15:25

강동완. (2019). 국내 입국 탈북여성의 경계짓기: ‘직행’과 ‘중국행’ 사이의 차이를 중심으로. 정치·정보연구, 22(1), 1-26.

Kang Dong Wan (2019). Setting a boundary among female North Korean defectors in South Korea. The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 Communication. 22(1), 1-26.

대표적으로 국내 입국 탈북민 가운데 70% 이상이 여성이다. 그들 사이 에서 북한을 탈북 하여 중국에 거주하지 않고 한국에 입국한 경우를 ‘직행(직통)’이 라 부른다. 이에 반해 중국에서 일정기간 거주하다 입국한 여성은 ‘중국행’이라 한 다. 탈북과정의 차이에 따라 탈북여성의 정체성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사례다. 탈북여성이라는 한 단어로 일반화하기에는 그녀들의 출신지역에 따른 정체 성과 공동체 관계맺기, 남한 생활의 적응도 등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2]

이 글은 국내 입국 탈북여성 가운데 출신지 및 탈북과정에서의 차이에 따른 ‘직행’과 ‘중국행’ 사이의 갈등과 공존의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탈북민은 물론 탈북여 성이라는 한단어로 지칭하기에는 이미 그 안에서의 다양한 경계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탈북여성을 주 대상으로 하는 탈북민정착지원정책의 추진과정과 효과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사회통합이라는 관점에서 그들 사이에 나타나는 다 양한 현상과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3]

‘직행’이라는 표현을 학술적 용어로 사용한 기존 연구로는 김화순(2017)의 연구 를 들 수 있다. 이 연구에서 “식량난민이나 식량위기 이후 오랫동안 중국에 체류 해온 식량난민들을 제외한 집단, 즉 2000년대 중반부터 북한 내부에서 한국을 목적지로 하여 이동하기 시작한 집단”을 직행 탈북 이주자로 규정하고 있다. [4]

탈북민은 먼저 성별에 따라 탈북남성과 탈북여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탈북여성 은 출신지 및 탈북과정에서의 체류국 거주기간에 따라 중국행과 직행으로 나뉜다. 직행은 말 그대로 북한을 탈북하여 남한 입국 시 까지 제3국 거주 경험이 없는 경 우를 말한다. 즉, 남한행을 목적으로 탈북하여 중국을 비롯한 제3국을 경유지로 하 여 6개월 정도 기간에 한국에 입국한 경우다. 이에 반해 중국행은 애초부터 남한행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중국을 목적지 로 한 경우도 있다. 남한행을 목적으로 탈북했다 해도 6개월 이내 국내에 입국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중국에서 장기간 거주한 경우를 의미한다. 보통 직행을 6개월 이내로 산정하는 것은 일부 선교단체가 중국 현지에서 3개월 가량 합숙하며 교육을 시키기 때문에 3개월 교육기간과 제3국 대기시간 등을 감안하면 직행이라 하더라도 6개월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6]

한국에 온 북한이탈주민은 중국 내 거주기간이 2년 이상인 경우가 많다. 그동안 불법체류로 인하여 중국 공안당국이나 북한 정보원의 단속에 시달리거나, 취업 시 저임금으로 착취당하거나, 아예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신분 불안 이 중국 거주를 장기간 지속하기 어렵게 할 것이고 식량 위기가 여전하며 처벌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 귀환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한국으로의 이주 가 유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6]

중국말을 할 수 있느냐는 중국행과 직행을 가르는 경계의 기준이 된다. 브로커를 만나 길을 떠나는 순간부터 서로 감정이 상하고 마음이 맞지 않아서 갈등이 시작된 다. 탈북경로에서 이미 중국행과 직행은 서로 같은 팀이 되어 무리가 나누어진다. 이 과정에서 중국행들은 조선말이 아닌 중국어로 자기들끼리 대화를 하며 구별짓는 다. 더욱이 중국행은 직행으로 온 사람들을 간첩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사례1은 직행으로 온 경우인데 탈북과정에서 중국행이 자기들끼리만 모여서 중국말 을 하며 자신을 따돌렸다고 말한다. 직행으로 왔다 하면 간첩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어요. 여권 떼고 나온 사람들은 더 위험해요. 중국행이 직행하고 말도 안 섞으려 해 요. 탈북과정에서 얼마나 힘들어요. 자기들끼리만 앞서 걸어가고 도 와주려 하지도 않아요. 막 중국말 자기들끼리 하면서 우리 욕하는 것 같고... (사례 4). [9]

사례 6은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경제적으로 풍족한 생활은 아니었지만 먹는 문제 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고 한다. 중국에서 생활하는 탈북여성들은 중국 현지 에서 결혼을 하는 경우 남편의 경제적 지원으로 가정을 꾸려간다. 대상자 마다 빈 부의 차이는 있지만 최소한 중국에서의 생활에서 끼니를 걱정할 정도의 경제상황이 열악하지는 않다. 더욱이 제한적이나마 식당이나 상점에서 임시적으로 일을 하는 경우 일정한 수입이 있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소비와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 다. [12]

중국행은 중국에서 생활할 때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중국 공안의 감시가 있기는 하지만 북한에서처럼 조직생활을 하거나 엄격한 통제에서 생활한 것은 아니다. 중 국에서의 자유로운 생활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아무래도 하나원에서의 생활이 편 하지만은 않았다. 중국행이 하나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평가한 사례4는 그 이유로 중국행이 이미 중국에서 경험한 자유로운 생활 때문에 하나원에서의 조직생 활에 적응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15]

직행이 인식하는 중국행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경제적 상황의 차이뿐만 아니 라 정체성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직행인 사례 3은 중국행이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던 고난의 행군기 때와는 달리 지 금은 북한에서도 먹고사는데 크게 지장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행들은 자신들 이 북한에서 여전히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서 중국행이 마치 중국 사람처럼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졌다. 척 봐도 조선사람이잖아요. 근데 자기들은 중국에서 살았답시고 중국사람이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우리보다는 중국에서 잘 살았으 니까요. 지금 직행으로 온 사람들을 자기들이 굶어죽어서 중국에 오 던 그 때처럼 여전히 생각하는 것 같아요. 완전 개무시하고 ‘직행은 저렇다는데’ 하며 자기들끼리 수군대요. 자기들은 조선사람도 중국 사람도 아니면 도대체 어디에서 온 사람들이에요?(사례 3) [17]

직행은 중국행에 대한 인식에서 가장 두드러진 차이로 중국에서의 생활 자체가 팔려간 것이라는 인식이다. 자신들은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도 중국으로 가 지 않고 조국에 남아있었는데 중국행은 팔려가서 중국인 남성과 결혼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17-18]

두만강을 불법으로 건너오는 북한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국경 근처에는 도착하는 북한 사람들을 연계하는 브로커 조직이 형성되었고, 여성들의 경우 대부분 인근 한 족 남성들에게 팔려가거나, 혹은 노인집안의 노동력으로 팔려가기도 하였다.14) 직 행들이 바라볼 때 중국행은 브로커에 의해 중국으로 ‘팔려간 사람들’이라는 점이 바 로 자신들과 다른 점이라 강조한다. 이에 대해 중국행은 팔려간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직행들보다 “깼기 때문이다”라고 표현한다. 북한에서 고지식하게 지금까지 남아 있으면서 산게 아니라 일찍부터 바깥세상을 경험한 것을 강조한다. [18]

현재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여성의 수가 어느정도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문제 는 그들의 거주가 장기화되었다는 점이며 최근 몇 년 사이 한국행을 결정하는 경우 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거주 탈북여성의 중국 생활 중 가장 큰 어려움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호구가 없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에서 호구 조사가 엄격하게 이 뤄지면서 탈북여성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현실이다. 단속에 적발되면 강제북송 을 당하기도 하고, 최소한 뇌물을 주어야 하는데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지닐 수밖 에 없다. 결국 장기간에 걸쳐 중국에서 생활하던 탈북여성들이 최근 한국행을 선택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중국 내 한 지역에 여러 명의 탈북여성들 이 생활할 만큼 그 수가 많은데, 중국 가족과 상의하여 한 지역에 거주하던 탈북여 성 4-5명이 집단으로 국내에 입국한 사례도 있다. [20]

특히, 오랜 기간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탈북 시기 때 이미 북한에서 영양불균형 및 열악한 보건의료 환경에 노출된 지병과 건강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경향이 나타 나고 있다. 북한에서 열악한 보건의료 환경으로 인해 정상적인 치료나 예방을 받지 못했다면 중국 체류 시에는 호구(신분증명서)를 받지 못하는 불법체류자의 신분으 로 인해 병원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 노출되었다. 이러한 보건의료 체계의 시스 템을 이용하지 못한 중국 체류 여성의 경우 국내 입국 시 산부인과 질환이나 결핵, 간염 등의 질병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탈북 유형 의 차이는 탈북여성에 대한 지원정책이 탈북시기와 국내입국 시기의 차이와 중국 생활 여부 등을 고려하여 세밀하게 구분되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21]

현재 우리의 탈북민 지원 정책은 북한에서 생활한 사람의 사상과 의식을 염두에 두고 이를 바꾸기 위한 교육 이 전제가 된다. 북한에서 사상교육을 받고 집단생활을 하며 독재체제에서 엄격한 규율아래 살았을 거라 전제한다. 하지만 이 여성들은 이미 그러한 요인으로부터 벗 어난 지 오래다. 오히려 중국에서 생활하며 집안의 감시와 가정폭력, 학대, 강제북 송에 대한 심리적 장애 등 비인권적 상황에 따른 트라우마가 더 깊다. 중국에서 경 험한 생활문화와 여성에 대한 지위와 가치관, 인식 등이 남한 생활에 영향을 미친 다. 탈북과정에서의 트라우마 보다 더 심각한 것은 중국에 두고 온 자녀문제다. 중 국에 자녀를 두고 온 탈북여성의 경우 모성애를 가진 어머니로서 늘 죄책감으로 살 아간다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