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영, 강향숙, 백형의. (2013). 북한이탈여성들의 성적 외상 경험. 사회과학연구, 29(3), 187-207.
Han, In-young, Kang, Hyang-sook, and Baik, Hyung-ui. (2013). Sexual Trauma of North Korean Female Defectors. Social Science Research Review, 29(3), 187-207.
이렇게 북한을 탈출하는 여성이 증가하는 이유는 북한에서는 여성들에게 식량을 구하는 책임이 있으며 인신매매조직이 탈북과정에깊이 개입(문 숙재등,2000:141)되어 있고, 시장활동 및 국외거주 중국인과의 사실혼 관계 등으로 남성보다는 여성의 국경이동이 좀더 수월(강차연,2005:63)하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188]
이들은 중국이나 제3국에서 현지인 또는 조선족과의 강제결혼, 인신매매, 성매매, 성폭력등의 수많은 인권유린과 심리적 외상 경험을 하게 된다(한인영등,2010:87). 이와 같은 성적 외상은 같은 북한이탈주민이라 하더라도 남성과 구별되어 여성으로서 경험하게 되는 독특한 현상이다. 다양한 외상 경험중에서도 특히 인신매매나 성매매와 같은 성적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극도의 수치심과 분노, 고통을 느끼며 체념과 우울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188]
「북한이탈주민의보호및정착지원에관한법률」제2조1항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은 ‘북한에 주소·직계가족·배우자·직장 등을 두고있는 사람으로서 북한을 탈출한 후 외국의 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자’를 의미한다. 북한 이탈 주민은 공식적으로 위에 해당하는 모든북한주민을 의미하며, 행정적의미에서는 이들 중 남한으로 입국하여 정부에 의해 보호대상자로 지정된자를 주로 일컫는다 (통일부,2011) [189]
이들은 북한을 탈출하여 한국으로 들어오기까지 중국이나 제3국을 경유하는 과정에서 현지인 또는 조선족과의 강제결혼과 인신매매, 성매매, 성폭력, 등의 위험 속에서 수많은 인권 유린과 심리적 외상을 경험(김태현,노치영,2003:1-17; 문숙재등,2000:137-152;이원웅,2001:23-36;장혜경,김영란,2000:1-252)한다. 이러한 경험은 ‘성’을 매개로 이루어지며, 같은 북한 이탈주민이라 해도 여성들만이 경험하게 되는 일이다. 탈북과정에서 여성들만이 겪는 이러한 외상경험은 한국생활적응에 있어 남성과 구별되는 독특한 양상으로 이어질수있다. 이들은 한국 입국 후 심리적 충격으로 인한 불안, 우울,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신체 질환을 남성보다 더많이 호소하며(이민영,김현경,2007:525), 신체화, 강박증, 대 인민감증, 우울, 불안, 적대감, 공포불안, 그리고 신경증 등의 증상이 일반여성에 비해 높다(김희 경,전진용,2010:335). 또한 가족 및 친척관계, 자아감 및 일반적 삶, 신체 및 정신건강, 직업 및 하루 일과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김미자,2010:1-18). 이외에도 자신의 뜻과 다르게 북한 남성들의 폭력적 구애를 쉽게 받아들이거나 한국남성과의 결혼을 두려워 하여 조기에 결혼상대자를 결정하는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조영아,전우택,2005:19에서 재인용). [192]
살아남기위해 북한을 떠나 중국으로 넘어온 탈북 여성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인신 매매의 덫이다. 때로는 돈을 벌수 있다는 인신매매 조직의 꼬임에 빠져 도강을 결심하는 경우도 있고, 중국으로 넘어온 후 아무런 정보나 대안없이 전전하다 인신매매의 덫에 걸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탈북 이후 중국에서 살아남기위한 생존의 방편으로의 자발적 인신매매를 경험하기도 한다. [195-196]
이러한 관계는 북한을 떠나온 직후의 절대적 고립상태에서 맺어진 관계이다. 때문에 부평초처럼 떠돌며 돌보는이없던 이들에게 인신매매를 통해 형성되는 관계는 단순한 학대와 착취의 관계로만 보기는 어렵다. 북에 송환되었다가 다시 탈출하는 과정에서 도움의손길을 내밀어주거나, 중국에서 병을 얻어 힘든 상황에서 그나마의 가족 역할을 해주는 이들이 바로 이들이기때문이다. [197]
본 연구를 통해 북한 이탈 여성들의 성적 외상 경험의 본질은 “사람다움을 잃고 생존을 건지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탈북 과정에서 여성으로서의 이들의 성(性)은 보호 받지 못하는 억압된다. 생존이라는 절대적 명제 앞에 이들의 성(性)이 철저히 소외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의 성(性)은 생존을 도모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로서 활용된다. 여성이기에 취약하고 착취 당하지만 그러한 여성을 이용하여 생존을 도모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의 성(性)은 도구적 성격을 띠고 비인간화된다. 이러한 도구화 현상은 여성으로서의 스스로의 성(性)뿐 아니라 남성의 성(性)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결과적으로 이들에게 성(性)은 온전히 체험되고 존중받기보다는 감정을 잃고 화석화된다.이렇게 도구화되고 화석화된 성(性)은 이들에게 생존을 보장할지 언정, 그 생명력을 앗아감으로써 사람다움을 잃게한다 [200]
.그 첫번째는 감정의 차단이다. 이들은 인신매매나 성매매와 같은 외상적 상황에서도 어떤 정서적인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성매매 여성들에게서 볼 수 있는 해리 경험과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이는 외상 사건과 연관되는 고통으로부터 스스로를 분리시키는 자동적 방어과정으로서, 정서와 사고에 대한 의식을 감소시키고 이로부터 회피하는 과정(최현정등, 2007:39)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회피는 이후 외상으로 인한 증상의 지속을 가져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한다 [200]
비인간화의 두번째 양상은 이들의 남성에 대한 태도에서 발견된다. 반복적으로 광범위한 외상적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복합 외상(Complex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의 경우 학대 가해자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가해자에 대한 이상화의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
세번째는 관계의 회피이다. 중국에서의 과거를 부인하기 위해 연구 참여자들은 한국 사회 적응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관계망과의 연결을 회피하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모습을 보인다 [201]
이들이 탈북과정에서 생존을 유지하는데 최선의 이익을 주리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은 인신매매나 성매매와 같이 자신의 ‘성’을 이용하는 것으로, 이는 일반적인 시선에서는 외상적 사건들로 인식되는 것이다. 때문을 이들을 단순한 피해자나 희생자의 시선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이들만의 독특한 경험을 이해하는 것이 이들의 외상에 대한 개입을 하는데 있어 필요하다. 자신이 선택했거나 그러한 관계를 통해 도움을 받았던 상황은 단순한 피해의식과는 다른 복합적인 감정이나 대처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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