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William Johnston, The Austrian Mind : An Intellectual and Social History 1848-1938을 번역한 윌리엄 존스턴, 『제국의 종말, 지성의 탄생』, 번역 고원, 김래현, 변학수, 사순옥, 신혜양, 오용록, 이기식, 채연숙, 문학동네, 2008을 요약, 정리한 글이다.
서론
합스부르크 제국 철학사의 재정립은 오늘날 현대 철학에서 가장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할 과제이다. 오스트리아 제국(1804-1867)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1867-1918)의 존속 기간 동안 빈에서는 고대 그리스, 18-19세기 독일, 20세기 프랑스에 비견될만한 일련의 사유 운동이 일어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시기야말로 대륙철학과 분석철학의 분기와 혼합이 동시에 공존했던 시기라는 사실이다. 그곳에는 헬름홀츠로부터 리하르트 아베나리우스, 에른스트 마흐로 이어지는 경험비판주의, 모리츠 슐릭, 오토 노이라트의 논리실증주의, 하인리히 헤르츠의 지대한 영향을 받았던 루트비히 볼츠만 등의 과학 철학 담론이 있었고, 프란츠 브렌타노와 마이농, 에드문트 후설로 이어지는 현상학의 흐름이 있었으며, <성과 성격>의 오토 바이닝거, 언어 비판 철학을 전개하였던 프란츠 마우트너, <꿈의 해석>을 썼던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있었다. 프리디리히 하이에크로 이어지...는 오스트리아 경제학파를 창안했던 카를 멩거와 창조적 파괴를 주장한 요제프 슘페터, 마르크스주의 사상가인 게오르그 루카치까지 등장하면 함스부르크 제국의 철학사는 그야말로 혼란스럽다는 말로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경험주의 심리학의 비판자였던 레닌과 프레게, 헬름홀츠에게 수학했던 빌헬름 분트와 윌리엄 제임스, 에렌스트 마흐에 영향을 받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도 이러한 오스트리아 철학 담론과 상호작용했던 사상가들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까지...합스부르크 제국은 정말로 무언가 “이상한 일”이 벌어진 시기이다. 더더욱 이상한 일은 그 모든 철학자들의 작업이 제국의 멸망과 함께 파편화되어 흩어지거나 망각되어버렸다는 사실이다. 푸코와 같은 고고학자가 보았다면 경악했을법한 인식론적 단절이 그곳에 있다.
"이 책의 목적은 프로이트, 브렌타노, 후설, 부버, 비트겐슈타인, 루카치를 비롯한 수많은 사상가들이...몰락해버린 바로 이 제국이 그토록 많은 혁명적 사상가를 보유하고 있었던 사실을 연구하려고 한다." 1
윈스턴은 이 책에서, 지식 사회학의 방식으로 정신사를 서술하려 시도하는데, 이는 "어느 사상가의 주요 논점을 서술하는 것만으로는 정신사를 제대로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지식 사회학의 목표는 "이론가들을 사회에 자리매김하는 것" 2으로 "사상가의 사회학"과 "참여 지식인들의 사회학"의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전자는 "환경이 한 개인의 사고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를 연구한다." 3 후자는 "사상가들이 자신의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키고자 하는가에 대해 물음을" 4 던진다. 5
사회적 영향은 사상가 개인의 삶을 다루는 미시 사회학과, 도시 및 국가의 영향을 다루는 거시 사회학을 요구한다. 이들은 모두 사상가의 사회학의 하부 분야라 부를 수 있다. 반면 참여 지식인들의 사회학은 만하임이 "지식 사회학"이라고 부른 정신사의 제 3분야로 발전했는데, 가령 "루소의 이념이 로베스피에르의 행동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의 문제들을 다룬다. 이 3번째 사회학은 "사상가가 무엇보다도 사회 변화를 추구하고 있음을 전제로 한다." 6 7
"마르크스는 그가 사회주의를 통해 얻을 수 있다고 믿었던 객관적 진리를 부르주아의 왜곡된 계급의식으로부터 구분짓기 위해 이념을 도입했다. 마르크스는 사상가들의 이념이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촉진시키는지 방해하는지에 따라 그들을 평가했다." 8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사회학이 오스트리아의 수많은 문필가들을 평가하는 데 있어 장애로 작용한다는 사실에 있다. 물론 오스트리아의 사상가들 중 "정치에 대한 경멸 속에서 살아온 카를 크라수스Karl Kraus 같은 사람이 확연히 보여주고 있듯이, 어떤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는 경우도 물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국외자적 삶의 동기가 크라우스나 니체의 경우처럼 이념적인 것인지, 아니면 (...) 무관심에 불과한 것인지" 9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이들의 정치적 무관심이 그 자체로 비판받을 수는 있겠으나, 이러한 기준 아래에서 이들이 지녔던 사상적 차이는 소거되며, 우리에게 어떤 유의미한 관점을 제공해준다고 보이기는 어렵다. 존스턴은 이러한 이유에서, 지식사회학의 두 유형을 이념사와 연결시키려 시도한다. 10 11
"사상가의 사회학이 창의성의 비밀을 해명할 수는 없다. (...) 미시사회학이 극도로 명상적인 철학자들에게 적용될 경우 그것은 창조적인 인간에 대해서보다는 모방자들에 대해 더욱 많은 것을 말해줄 수 있다." 12
하지만 그는 "학술용어"가 특정 시기, 특정 담론에서 쓰이는 방식을 고찰함으로써 이러한 오류를 방지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거시사회학은 뵈멘의 개혁카톨릭주의가 어떻게 라이프니츠주의와 연관되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이념적 사유 역시, 그 시대의 특정 모순과 적대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세 가지 분석의 총체적 접근을 요구한다. 이는 특히 오늘날 당황스러울 정도의 다양성으로 인하여 해석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스트리아-헝가리의 담론사를 연구하는데 필수적이다.
"오스트리아 사상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왜 오스트리아의 광채가 망각 속에 빠지거나 심지어 악명 속에 빠지게 되었는가에 대해 놀라워하며 자문한다. 수많은 역사가와 문예학자들은 독일적인 것에 대해 글을 쓰면서 오스트리아-헝가리와 비스마르크 제국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렇게 소홀히 다뤄지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합스부르크 제국이 지리적 단일체로서 존재한 것이 아니라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13
"합스부르크 제국의 정신사에 눈을 돌리는 역사가에게서 용기를 빼앗아가는 또다른 장애물들이 있다. 첫째, 독일어의 복잡성을 단순히 정신적 혼란이라고 치부해버리는 영어권 및 프랑스어권 학자들의 오만함과, 둘째, 독일어를 잘하는 사람들조차 고전에 대한 교육이 거의 결핍돼 있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그들에게는, 모든 사고 에 있어서 반드시 그리스어와 라틴어 지식을 요구했던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전제가 결여돼 있다. 14
"놀랄 만한 다양성을 지닌 프로이트, 노이라트, 비트겐슈타인마저도 오늘날 비전문적이라고 평가절하될 위기에 있을지 모른다. (...) 철학자들은 빈에 있던 비트겐슈타인의 선각자들을 기억해낼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며, 심리분석사가들은 프로이트의 스승이자 생체학자인 브뤼케Ernst Brücke가 프로이트 못지않게 다양한 면을 지니고 있었음을 망각하고 있다." 15
- 윌리엄 존스턴, 『제국의 종말, 지성의 탄생』, 번역 고원, 김래현, 변학수, 사순옥, 신혜양, 오용록, 이기식, 채연숙, 주 문학동네, 2008, p.19 [본문으로]
- Ibid. p.21 [본문으로]
- Ibid. 같은 곳 [본문으로]
- Ibid. 같은 곳 [본문으로]
- Ibid. p.22 [본문으로]
- Ibid. p.23 [본문으로]
- Ibid. 같은 곳 [본문으로]
- Ibid. p.24 [본문으로]
- Ibid. 같은 곳 [본문으로]
- Ibid. 같은 곳 [본문으로]
- Ibid. p.25 [본문으로]
- Ibid. 같은 곳 [본문으로]
- Ibid. p.26 [본문으로]
- Ibid. p.27 [본문으로]
- Ibid. p.2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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