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혜, 배고은, 한기덕 and 윤인진. (2021). 완경기 탈북 여성의 건강관리 실태에 관한 탐색적 연구. 통일과 평화, 13(2), 375-432.
Son, Jihye, Bae, Go-Eun, Han, Ki-Duk, and Yoon, In-Jin (2021). An Exploratory Study on the Health Care Status of North Korean Migrant Women in Menopause. Journal of Peace and Unification Studies, 13(2), 375-432.
1. 서론
탈북민의 80% 가 여성인데 이들의 고용율은 탈북 남성 고용률의 70%에 불과했다. 탈북 여성의 낮은 고용률은 무엇보다 육아의 부담과 건강문제로 인한 것으로 밝혀졌다.3) 탈북 여성의 건강문제는 선행연구에서 자주 지적되었는데, 최근 남북하나재단(2020)의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민 전체의 건강 수준은 일반 국민과 결혼이민자보다 낮고, 여성의 건강은 더욱 심각한 것으 로 나타났다. 탈북민의 안정된 사회정착을 위해 이들의 건강수준을 끌어 올리는 것이 선결과제이며, 그중에서도 탈북 여성의 건강문제는 시급한 사안이다. [377]
탈북민의 열악한 건강상태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탈북민은 북한에 거주할 때부터 질병 예방을 위한 교육, 예방접종, 그 밖의 의료서비스를 충분히 받지 못하거나 소외되었으며, 만성적인 식량부족에 따른 영양불량, 위생불량, 상수도 악화, 의약품 부족 및 보건 의료체계의 붕괴 등으로 인해 각종 후진국성 질병에 노출이 쉽고, 적절한 건강관리를 할 수 없었다. 특히 여성은 탈북부터 국내 입국까지 신변의 보호가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송, 인신매매, 감금, 구속, 원하지 않은 성관계, 자녀 출산, 심한 노동 등 육체적·심리적 고통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해 입국 후에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 게 되었다. [377-378]
탈북 여성의 건강관리를 분석한 선행연구에 따르면 탈북 여성은 임신·출산·낙태 전후로 건강관리의 중요함에도 탈북자 지위 문제로 의 료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입국 이후에도 보건의료체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경제적 적응을 포함한 전 반적인 사회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생식 건강 지식수준이 낮거나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육아 및 경제활동으 로 인한 의료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거나 건강 지식과 정보를 습득할 시간이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다. [378]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본 연구에서 사용하는 ‘완경기’와 관련된 용어 들에 대한 정의를 하겠다. ‘완경’은 월경이 영구적으로 중지되는 것을 의 미하며 ‘갱년기’는 완경 전후를 의미하는 좀 더 광범위한 기간을 뜻하는 것으로, 완경을 포함한 갱년기는 50세 전후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폐경’이란 난소의 기능중단으로 인해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감소되어 월경을 일으키는 생리기전이 정지되고 월경이 없어지는 현상으로, 완경의 개념과 일치한다. 그러나 용어 자체가 부정적인 의미가 있어 완성되었다 는 의미인 완경기라는 용어가 최근 많은 연구에서 쓰이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완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 [379-380]
2. 완경기와 탈북 여성의 건강관리
탈북 여성은 자신의 신체와 질병에 대한 전통적 인식, 탈북 후 위험하고 불안한 도피 생활, 의료서비스 접근의 문제 등으로 완경기 건강관리 를 제대로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탈북 여성은 유산이나 낙태 후 자가 치료 경험이 있고, 고난의 행군 이후 경제난과 식량난으로 인해 무상의료체제가 붕괴하면서 장마당을 통해 출처를 알 수 없는 약품을 구입 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실제로 무상 진료 및 의료체계의 확립은 1960년대 최고인민회의에서 전 지역에서 무상 진료를 실시하는 것이 결 정되고, 계층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의료 혜택을 받는 취지였으나, 실제로는 도시는 의사 한명 당 1,200여 명, 농촌의 경우 1,500여 명을 관 리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진료활동이 어렵다. 일반 병원은 병상 수 및 의약품이 턱없이 부족하여 실제로 병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 하고 있으며, 당의 최고위급 간부들이 이용할 수 있는 ‘봉화진료소’를 비 롯해 내각과 당 고위급이 이용하는 ‘남산병원’ 등 특수병원이 있다. 이들 을 제외한 일반인들은 실제로 병원의 접근 자체가 어려워 치료가 가능한 유행성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병원 이용 실태에 관한 종단 연구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병원을 이용한 경험이 없다’의 응답비율이 가장 높게 나왔으며, 이 전의 조사에 비해서 도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조사에 나타나지 않은 빈부격차와 의료 사각 지대, 빈곤으로 인한 의료 취약계층에 대한 공식적인 지표나 자료를 찾 기 어려운 점을 연구의 한계로 지적하였다 [382-383]
북한 사회는 여성들이 생식기에 대한 교육이 부재한 상태에서 자신의 상태를 드러내고 치료를 받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나원 산부인과 진료 시 탈북 여성의 80~90%가 질염, 부인과 진료 경험이 없었다고 응답하였고, 부인과 질환 증상이 있어도 의사소통과 의료비 등으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입국했고, 검사 결과, 대부분이 여성생식계 질환 유증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완경기 탈북 여성의 건강관리 문제는 자신의 신체와 질병에 대한 인식과 신념, 북한의 붕괴한 의료체계에서 생존 전략으로 택하는 자가 치료의 관습 등에 일정 부분 기인하는 것을 알 수 있다. [383-384]
3. 건강행위에 영향을 주는 남한사회 정착 이전의 요인
북한의 열악한 의료 환경: 민하주 외(2015)의 연구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북한의 열악한 보건위생환경은 ‘고난의 행군’ 시기와 별반 차이가 없다. 또한 대부분 지역은 상하수도 시설이 노후하고 낙후되어 목욕이나 빨래 등의 기본적인 개인위생 활동이 불가능한 실정이며, 공공시설이나 직장에서도 전기나 수돗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손 씻기기는커녕 식수마저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 하고 있다. 또한 고위급 간부들만 이용하는 특수병원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197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시설과 설비가 낙후되고 오래되어 그 역할 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서 전염병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한다 [395-396]
3.1 낙후된 의료시설과 접근성의 문제
연구참여자들에 따르면 북한의 의료 시스템은 일상생활과 동떨어져 있다고 진술하였다. 이는 북한의 보건의료체계가 무상치료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의료기관이나 의료기기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지리적 접근성이 좋지 않아 쉽게 병원을 방문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출신성분이나 가족의 배경에 따라 병원 진료의 차원이 달라지기 때문에 심각한 고통이나 가시적인 질환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 예방 차원에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396]
3.2 의약품 부족
연구참여자 대부분은 재북 시 북한에서 생산된 약을 처방받은 경험이 전혀 없었고, 항상 의약품 부족으로 적시(適時)에 처방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술하였다. 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이후 암시장인 장마당에서 출처와 성분을 알 수 없는 중국산 약을 구매하여 복용하였고, 질병의 호전을 위해 복용한 것이 아닌, 치료 대용으로 구매하여 복용할 수밖에 없 었다고 진술한 참여자도 있었다. 그러나 출신 성분이 좋았던 연구참여자 의 경우 소련제 약을 구해 복용하기도 하였고, 또 다른 출신 성분이 좋았던 연구참여자는 시술 후 회복기에 약을 구해 복용하였던 것을 진술하기 도 하였다. [396-397]
3.3 보건교육 부재
연구참여자들 전부는 북한에서 여성의 몸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과 결 혼 전 여성의 몸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터부시된다고 증언하였다. 그 래서 결혼 전 어떠한 질환이 있을지라도 병원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몸 에 ‘흠’이 생기며, 이는 결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됨을 진술하였다. 또한, 일부 연구참여자들은 성교육을 받지 않아도 출산이나 임신에 큰 문제가 없음을 진술하였고, 오히려 왜 그러한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연구자에게 반문하였다. 또한, 정규 학교 교육에서 의료에 대한 단편적인 교육조차 없다고 진술하였다. [398]
3.4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여성건강
연구참여자들 중 일부는 고난의 행군 시기 가임 및 출산을 경험하면서 충분한 영양 공급 및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아 자연 유산이 된 일도 있고, 당시 장기간 지속된 기근으로 자녀 출산 및 양육에 대해 막막함으로 낙태를 한 일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또한 고난의 행군 시절부터 의료체계의 붕괴로 제대로 된 건강관리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여 의 료기관을 방문하는 것보다 장마당을 통한 자가치료가 일반화되었음을 진술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은 장마당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중국산 약물 구매 및 복용 혹은 민간요법에 따른 약초를 오남용하는 경우가 일상이라고 응답하였다.
3.5 만성적인 영양불균형
연구참여자들 전부는 고난의 행군 시기를 북한에서 보냈고, 이때의 장 기간의 굶주림은 결국 신체의 영양상태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하였다. 가족 혹은 주변인들이 기근과 질병에 시달려도 제대로 된 약 한번 써보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흔했고, 일상생활에서의 식사조차도 어려운 시간이 장기화하여 조기 폐경, 월경 불순, 치주 질환 악화를 경험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4. 건강행위에 영향을 주는 탈북과정 시기의 요인
4.1. 의료서비스 소외
북한 이탈 주민 대부분은 중국을 거쳐 국경을 넘는다. 이들은 국경을 넘는 순간부터 불법체류자가 되어 개인 신변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절박한 처지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숨어지내거나 신분 을 조선족으로 위장하여 거주하는 경우도 발견된다.45) 특히 여성들은 북 한에서의 열악한 보건의료 환경에 노출되어 건강이 악화되었고, 중국에 서의 장기 거주기간 동안 보건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들은 신분증 이 없어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되면 서 발병률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400]
실제로 연구참여자들은 중국 거주 시 북 한에서보다도 더 열악한 의료 환경이었다고 진술하였는데, 병원이 존재 하지만, 이들은 시민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불법체류자 신분인 관계로 병 원을 쉽게 갈 수 없는 현실을 이야기하였다. [402]
4.2 탈북 이후 인신매매, 성폭행, 성매매에 쉽게 노출 됨
기존 선행연구에서 나타났듯, 탈북 여성들은 탈북의 과정에서 인신 매매가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나 여성들은 성폭행, 강간 등 여러 위협에 노출되며, 이는 정신적 트라우마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우울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본 연구참여자들 중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400-401]
4.3 북송에 대한 위협으로 심리적인 압박 가중
연구참여자 전부는 중국에서 언제 닥칠지 모를 북송에 대한 심리적 불 안감과 압박감에 거주기간 내내 시달리고 있었으며, 일부 연구참여자들 은 이 기간에 폐경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폐경기 증상을 심리적 압박으로 자가진단하여 대수롭지 않게 인식하는 때도 있었다. [401]
4.4 불법 의료 시술에 의존
불법체류자의 신분은 합법적으로 시기적절하게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없다. 응답자 대부분은 타인의 신분증으로 병원을 방문하거나 민간요 법에 의존하여 자가시술을 하였던 것으로 응답하였다. 또 일부 응답자는 조선족 출신의 불법 의료 시술자들로부터 수액, 영양주사, 뼈주사 등의 처치를 받은 것으로 진술하였다. [403]
5. 결론과 정책 제언
첫째, 연구참여자 대부분은 낮은 수준의 ‘지각된 위협(민감성/심각성)’ 을 보인다. 이는 북한과 제3국에서의 월경과 폐경, 임신·출산·낙태, 그 밖의 여성질환과 같이 여성의 몸과 여성 보건에 대해 터부시하는 사회문 화적 요인과 자신의 건강과 질병, 그리고 그릇된 의료서비스에 대한 지 식과 완경이나 완경기 건강관리에 대한 정보의 부재로 인해 적절한 ‘건 강과 보건의료에 대한 신념’을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절 한 완경기 건강증진이나 건강행위에 대한 교육 및 의료지식에 대한 눈높 이 교육이 필요하나, 연구참여자의 주된 지식습득 방법은 TV와 같은 대 중매체, 주변의 권유 등으로 한정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건강신념모형 에 따르면, 이와 같은 대중매체나 주변의 권유와 같은 적절한 건강 행위 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이와 같은 정보는 그릇되거나 편향 된 정보가 있어 오히려 탈북 여성의 건강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전문 의료진에 의한 지식습득 시에 완경기 관련 지식수준이 높았다는 선행연구 결과58)를 고려할 때, 완경과 완경기에 대한 전문의학 지식정보 교육 및 건강관리 방안, 보건의료이용 등에 대하여 전문의료진 내지 전문의료상담사 등을 통해 전문적인 교육과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단순히 하나원에서의 사회적응교육 시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남 한 정착 이후에 지속해서 시행하여 탈북 여성의 ‘지각된 위협’을 개발하 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2019년에 개관한 통일부 산하 단체인 ‘남북통합문화센터’에 완경기 여성의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완 경기 여성들이 회원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전문 상담사가 회원들에게 필 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의료상담을 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완경기 여성들이 빈번하게 경험하는 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기 위해 검사 주기를 공지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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