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륜. (2017). 탈북 여성을 향한 세 겹의 시선 : 한국현대소설에 나타난 탈북 여성의 문학적 형상화에 관한 고찰. 여성문학연구, 41, 109-143.
Kim, So-ryun. (2017). Three gazes toward North Korean female defectors : A study on the literary imageries of North Korean female defectors in the Korean contemporary novels. Feminism and Korean Literature, 41, 109-143.
크리스테바는 문학이란 저자와 독자로 하여금 그들의 영혼을 고통스 럽게 하는 어떤 질병들을 통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한다 문 학을 통해 우리는 고통스러운 상처를 드러내고 비로소 치유를 향해 나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실제 탈북을 경험한 작가들이 자신 의 탈북 경험을 서사화한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들은 소설 을 통해 지나온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세계를 수용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신분 노출을 꺼려하던 과거의 분위기와 달리년대에는 자신이 겪은 북한 사회와 탈북 과정에 대한 기억을 서사화하는 작가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문학적인 면에서 탈북 작가들의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경우는 쉽게 찾 아보기 어렵다 이는 그들의 작품이 주로 자신이 경험한 고통을 날것 형 태로 증언하는 수기류의 기록 문학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탈북 과정에서 경험한 극적인 트라우마를 기록하겠다는 강한 욕망으로 인해 개인의 경험이 집단적 사회적 의식으로 확장되지 못한 채 주관적이고 생생한 논픽션의 목소리가 작품 표면에 거칠게 형상화되고 있는 까닭이 다. 따라서 탈북자 출신 작가들의 작품 대부분은 강렬한 기억의 형상 화와 증언에 대한 욕망을 토대로 내용의 유사성 단순함 등을 초래 한다는 한계를 지닌다고 지적된다. [122-123]
그런 면에서 2012년도에 발표된 탈북 작가 김유경의 청춘연가를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김유경의 소설은 일반적인 탈북 작가들의 재현 욕 망에 따른 수기 중심성에서 상당 부분 탈피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전의 기록문학과는 달리 소설의 미학적 측면과 허구성을 바탕으로 탈북자의식을 총체적으로 담아내려는 증언문학의 성격을 보여 준다는 점이 유의미하다 그 결과 탈북 작가의 작품에 관한 최근 연구 에서 김유경의 소설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123]
김유경이라는 가명을 사용하고 있는 작가는 평양에서 작가로 활동하던 북한의 조선작가동맹 출신으로년도에 탈북한 대의 여 성이라는 정보만이 알려져 있다 한국 사회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북한 에 남아있는 삶으로 인해 파편적인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과 북한에서 모두 타자적 존재로 부유하고 있는 셈이다 즉 남 그런 면에서 그녀의 작품은 기존의 탈북자를 소재로 한 소설에 나타난 타자의 문제 를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할 근거를 제공한다 물론 작품 내에서 주인공 선화가 탈출하여 남한에 이르는 과정 선화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이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 선화를 향한 성철의 헌신적인 사랑 특히 결말에 이르러 시한부 선고를 받는 선화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선화의 중국 인 남편이라는 진부한 설정들이 산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춘연가 속에는 탈북 여성을 동일한 타자의 이름으로 동질 화하거나 전체화하려는 기존 문학의 한계를 넘어서는 지점들이 존재한 다 김유경은 탈북 여성을 연민과 동정의 대상이라는 동일성으로 환원해 온 기존의 문학 작품에서 벗어나 탈북 여성들 내에 존재하는 균열에 주 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하나원에서 함께 생활하는 비슷한 또래의 경 옥과 미선의 관계를 통해 형상화된다. [124]
경옥과 미선이 싸우고 난 뒤 여자들은 묘하게 두 패로 갈렸다 중국에 인신매매로 팔려 간 여자들은 곱게 한국으로 들어온 여자들을 미워했다 반면 한국에 먼저 온 가족들이 줄을 놓았거나 미선네처럼 북한에서부터 돈을 뿌 리며 한국으로 직행한 소수의 여자들은 저희들끼리만 소통했다. 그리고 탈북자라고 다 같이 대접을 받는 것에 억울해했다. [중략] 돈에 팔려 여성의 존엄을 짓밟힌 여러분들이야말로 가장 심각한 인권 유린의 수난자들이에요. 탈북자 여성분들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파요. 이때였다 갑자기 미선이가 얼굴이 발개져 흥분하여 말했다. 아니에요 탈북자들이라고 해서 다 돈에 팔려 다니지 않았단 말이에요. 정말 수치스러워요 탈북자 여자들이라고 다 같지 않단 말이에요. 이런 인터뷰에 참가한 게 창피해요. 청춘연가 71쪽.
위의 인용문에 나타난 미선의 발언을 통해 탈북 여성이라는 동일한 대상 내에서도 계급과 자본에 의한 타자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탈북 여성의 문제를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구도 내에서 재단할 수 없음을 가시화하는 중요한 사례가 된다 뿐만 아니라 탈북 여성들이 경험한 인신매매와 성적 유린이라는 동일한 경험 역시 동 질화될 수 없음을 드러낸다 물론 대부분의 탈북 여성들이 인신매매를 통 해 성적 유린을 당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피해자의 서사를 구축한다 청춘연가의 중심인물인 선화 복녀 경옥 모두 인신매매로 인해 성적 착취를 당한 피해자라는 점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발견되는 상처 극복의 과정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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