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inental/German Philosophy 6

아렌트 (2019) 인간의 조건 (1)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이진우 옮김, 한길사, 2019. 활동적 삶(vita activa)이라는 개념으로 나는 인간의 세 가지 근본 활동, 즉 노동·작업·행위 labor, work, and action 를 표현하고자 한다. 이 활동들이 근본적인 까닭은 인간이 지상에서 삶을 영위할 때 주어져 있는 기본 조건들과 각각 일치하기 때문이다.노동은 인간 신체의 생물학적 과정과 일치하는 활동이다. 신체의 자연발생적 성장, 신진대사와 부패는 노동에 의해 생산되어 삶의 과정에 투입된 생명 필수재에 묶여 있다. 노동의 인간적 조건은 삶 자체다.Labor is the activity which corresponds to the biological process of the human body, whose spon..

역사와 기억 : 홀로코스트의 그늘에서

2021-1 역사트라우마의 이해 역사와 기억 : 홀로코스트의 그늘에서 1. 들어가는 글 코넬 대학교의 사학 및 비교 문학과 교수이자, ‘언어적 전환(linguistic turn)’을 중심으로 한 포스트 모더니즘 역사학을 전개한 것으로 알려진 도미니크 라카프라의 사유는 엄밀히 말해 전통적인 철학의 이론 체계에 속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가 “철학, 역사학, 문학비평, 비판이론, 정신분석학 등이 가로지르는 학문적 접경에 거주하면서 역사 이론의 수립과 새로운 지성사의 가능성을 위해 고민”해왔기 때문이다. 라카프라 스스로도 밝히고 있듯이, 그는 혼성적(hybridized) 역사이론을 제안하는 지성사가이다. 하나의 이론이 혼성적이라는 것은 한편으로 여러 학문들의 최신 연구 성과를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3부, Vom Geist der Schwere 번역

2023-1 문화철학연구 무거움의 정령에 대하여 Vom Geist der Schwere. 1. 나의 말재간 - 그것은 민중의 말재간이다: 비단 같은 앙고라 토끼들에게 나는 너무 거칠고 진심으로 말한다. 그리고 나의 말은 모든 먹물-오징어와 펜대 놀리는-여우에게 더욱더 낯설게 들린다. Mein Mundwerk — ist des Volks: zu grob und herzlich rede ich für die Seidenhasen. Und noch fremder klingt mein Wort allen Tinten-Fischen und Feder-Füchsen. 나의 손 – 그것은 몰상식한 손이다: 모든 탁자와 벽, 그리고 또한 몰상식한-치장을, 몰상식한-휘갈김을 위한 곳에 재난이 있으리! Meine Hand..

역사와 나

2018-2 서양 현대 철학 역사와 나 1 들뢰즈(Gilles Deleuze)는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철학에 대한 업적은 철학에 ‘가치’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라고 말한다. 들뢰즈의 니체 해석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독창성으로 인해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으나, 적어도 이러한 평가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반대할만한 사람이 없으리라. 모든 존재자의 존재는 그것이 존재한다는 바로 그 이유에서 그 자체로 정당하기도 하고, 또 부당하기도 하다는 점. 그러기에 존재에 대한 정당화는 있을 수 없고, 우리는 다만 도덕 내지 윤리라는 이름 아래에서 존재의 가치에 대한 정당화를 시도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 니체의 통찰은 존재의 가치에 대한 정당화가 언제나 특수한 관점 아래에서만 이루어질 수 ..

철학의 위기

새로운 해석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기존 해석에 대한 비판이라는 예비작업이 필요하다. 니체식으로 말하자면 “우리 문헌학자들”의 작업은 창조하는 자의 발자취를 따라갈 뿐이라는 점에서, 열등한 것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니체 역시 철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소처럼 되새김질하는 문헌학을 거쳐야만 했다는 사실은 다음의 점을 시사한다. 즉, 학문에 있어 대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으니, 하나는 소극적인 “~이 아님”의 규정이며 다른 하나는 적극적인 “~임”의 규정이다. 플라톤은 후자를 철학 탐구에 있어 가장 탁월한 방식인 정의(Definition)라 부르는데 소크라테스가 말했듯이 우리가 궁금한 것은 대상의 개별적인 사례들이 아니라 그 존재자들을 존재자로서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그것이기 때문이다..

니체(Nietzche)의 《반시대적 고찰 3: 교육자로서의 쇼펜하우어》를 읽고

2018-2 서양 철학 원전 강독 니체(Nietzche)의 《반시대적 고찰 3: 교육자로서의 쇼펜하우어》를 읽고  사람을 먹어보지 않은 아이들이 혹시 아직 있을까? 아이들을 구하자…… . -루쉰, 광인 일기[각주:1]  3년 전의 일이다. 이 글에서 고백할 수 없는 여러가지 이유들 때문에 고통 속에 빠져 지냈고, 하루가 멀다 하고 삶의 의미와 자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내가 한번도 의도하거나 선택해본 적이 없건만, 어느새 사회에서 비주류의 위치에 놓여 철저한 이방인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것이 그 이유가 아니었을까 한다.그러한 상황에 분개하면서, 너른 땅이라도 무작정 파는 심정으로 비트겐슈타인을 읽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읽기 시작했던 비트겐슈타인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를 갖게 된 것은 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