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 서양철학고전읽기
3장 아낙시메네스
1절 개괄
아낙시메네스의 생애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그가 밀레토스 사람이고 아낙시만드로스의 제자이자 동료라고 전해진다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로 아낙시만드로스의 제자인지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 아낙시메네스는 1) 아낙시만드로스보다 젊고 제자이거나 동료이며, 2)생몰년대는 보통 자의적이라고 판별된다. 3) 아폴로도스는 그가 올림피아력 63기(B.C 529-525)에 전성기였으며 사르데스의 정복기인 올림피아력 70기(BC.501-497)에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성기를 태어남으로 본다면 필사본이 옳을 수도 있고 이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죽은 셈이다. 그러나 아낙시만드로스는 올림피아력 58기의 두 번째 해(B.C.547/6)에 64살이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다고 나와있으므로, 이에 따르면 아낙시만드로스의 생몰년대는 B.C 610~ B.C 545 정도이고 아낙시네메스는 B.C. 529~ B.C. 497정도이므로 아낙시메네스는 아낙시만드로스의 제자일 수 없다. 또한 그의 희박화 및 응축에 관한 이론 역시 헤라클레이토스에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그를 헤라클레이토스의 사상보다 앞선 사상으로 단정짓기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
연대별 철학자들의 시기 분류
올림피아력 35 탈레스 B.C 640년 출생 B.C 624년(올림피아력 39기)이라는 설도 있다.
올림피아력 40 크세노파네스 B.C 620~ B.C 616 출생. B.C. 570이라는 추정도 있다.
올림피아력 42 아낙시만드로스 B.C 610~ B.C 545
피타고라스 B.C. 570에 태어남(폴뤼크라테스의 참주정치시기로부터 40년전)
올림피아력 63 아낙시메네스 B.C. 529~ B.C. 497/ B.C. 546 절정기, B.C. 529 사망
올림피아력 69 파르메니데스 헤라클레이토스 절정기 B.C. 504~ B.C. 501
*헤라클레이토스의 단편에서 피타고라스 헤카타이오스 크세노파네스를 언급하고 있으나 파르메니데스의 영향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파르메니데스는 크세노파네스의 제자로 알려져 있다.
올림피아력 70 아낙시메네스 사망 아낙사고라스 절정기 B.C. 497
올림피아력 80 데모크리토스 절정기
이를 통해 재구성한 철학사
기존: 탈레스 –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를 밀레토스 학파로 엮음
아낙시만드로스 -> 파르메니데스 -> 아낙시메네스로 이어지는 계보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7가지 유형
1. 아낙시만드로스
2. 헤라클레이토스
3. 엘레아 학파
4. 피타고라스
5. 아낙사고라스
6. 엠페도클레스
7. 데모크리토스 원자론자들
아낙시메네스는 모든 것이 한 원소의 응축과 희박함으로부터 생겨난다고 말했는데 한 원소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나는 방식(wie)를 설명하려 했다는 점에서 자연과학에서 특히 빼어난 인물이었다고 평가해볼 수 있다.
2절 아낙시메네스의 사상
아낙시메네스는 공기를 근원적인 실체로 보았다. 공기는 이른바 4원소(물,불,흙,공기) 가운데 하나이다. 어떤 성질도 갖지 않는 중립적인 원리(아페이론)을 가정하여 대립자들을 설명하는 아낙시만드로스의 이론과 비교해보면, 특정한 성질을 갖는 사물을 근원적인 실체로 놓는 아낙시메네스의 이론은 일견 후퇴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낙시만드로스의 아페이론은 자연과학의 관점에서 볼 때 경험적이지도 않고 실제로 존재한다는 증거를 우리가 제시할 수 없는 그런 것이다. 더구나 우주의 산출(발생)에 대한 설명에서 대립자들의 산출과정은 기원이 모호한 어떤 것(산출자)에 의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아낙시메네스의 공기가 아페이론보다 우수한 원리이다. 변화의 원리를 포함할 수 있는 단일 실체로서의 공기는 우주 내 사물들의 폭넓은 다양성을 이해 가능한 방식으로 산출해낸다. 공기는 다른 형태를 띨 수 있고 조건이 맞으면 다른 유형의 실체가 되기도 한다.
아낙시메네스에 따르면 공기가 적당히 희박해지면 불이되고 적당히 응축하면 바람이 되고 물 땅 등이 된다. 동일한 사물이 다른 형태를 띠며 바뀌는 이러한 변화의 과정은 탈레스에서 의문시 되는 문제(물이 만물의 근원이라면 왜 모든 것은 물의 성질을 갖지 않은가?)에 답을 준다. 모든 것은 공기의 성질을 갖는다. 공기는 조건에 따라서 불이되고, 물이되고 등등이 되므로 불, 물 등등의 성질을 가진다.
아낙시만드로스의 대립쌍이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임에 반해, 아낙시메네스의 이론에서는 희박과 응축이다. 희박과 응축은 대립 쌍이지만, 아낙시만드로스와 달리 밀도 차이라는 양적 개념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아낙시메네스는 자신의 이 대립 쌍을 사용하여 아낙시만드로스의 대립 쌍을 설명한다. 희박해진 숨은 따뜻하고, 응축된 숨은 차갑다. 온과 냉은 이렇게 희박과 응축으로 즉, 밀도의 차이에 의해서 연결되며 따라서 설명 가능한 것이 된다. 그러나 응축과 희박은 운동과 변화의 원인이 되는 원리는 아니다. 이것을 운동의 원리로 놓는다는 것은 운동의 대상이 되는 사물과는 별개의 것으로 간주한다는 뜻이 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그런 뜻의 운동 원리는 엠페도클레스에 이르러 정식화된다. 응축과 희박은 공기의 운동 양태를 묘사한 말이다.
공기가 어떤 장소에서는 응축되고 어떤 장소에서는 희박해져서 다른 물체들이 생기게 된다 공기가 희박해지면 불이되고, 응축되는 정도에 따라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되며 물, 흙, 돌이 된다는 진술에서 이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아낙시메네스는 모든 종류의 자연물이 공기에서 직접 생긴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기본적인 형태의 사물들이 있고 다른 종류는 그것의 복합물이라 여겼다. 여기서 공기는 불이나 물과 마찬가지로 다른 물체의 구성 성분으로 동등하게 기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다고 이 기본적인 사물들이 엠페도클레스의 원소들과 같은 것은 아니다. 원소는 다른 것을 구성하지만 그 자신은 다른 것에서 생기지 않는다. 반면 불이나 물 등은 공기에서 생기며 밀도 차이에 따라 변화한다. 그리고 공기마저도 다른 것에서 생긴다는 언급이 남아있다.
그렇다면 아낙시메네스가 굳이 공기를 arche로 택한 것에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희랍어로 aer 아에르라고 불리는 공기는 우리의 공기(대기) 개념에 가까운 것으로 이해된다. 이 공기의 개념은 아낙시만드로스의 아페이론처럼 범위가 무한히 광대하다. 그것은 모든 것들을 에워싸며 그래서 무한정한 것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나아가 공기는 숨에 비교된다. 이런 의미에서 아낙시메네스의 우주론은 공기-혼/ 숨-세계의 도식을 따른다.
이제 통상의 이해에 따르자면, 밀레토스 학파의 자연 이해에는 생성 소멸하는 현상이나 불변하는 실재에 대한 이해가 철저히 분화되어 있지 않고 융합되어 있어서, 실재로서의 퓌지스(물, 무한정자, 공기 등)은 모두 현상인 것이자 그것의 원리인 것으로 여겨진다. 즉 그것은 한편으로 생성 소멸하는 변화 자체이자 양적으로 불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모순되기 때문에 이후 철학자들에게 극복의 대상이 되었다. 이를테면 현상을 변화하는 실재(운동)과 동일시하여 운동을 실재 자체로 이해한 헤라클레이토스와 실재에서 운동과 변화를 감각-지관의 착각이라고 해서 제거해버린 파르메니데스의 철학 가운데에서 나타난다.
다시 말해, 아낙시만드로스의 존재와 생성을 포괄하는 매개 없는 이원론으로부터 헤라클레이토스는 토 아페이론을 제거함으로써 변화/생성 속 코스모스의 세계를 자신의 세계관으로 삼았고, 파르메니데스는 반대로 생성을 부정하고 존재의 세계에 머무름으로써 모든 생성을 감각의 착각으로 부정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낙시메네스가 실제로 아낙시만드로스의 제자가 아닐뿐더러 오히려 파르메니데스의 밑에서 수학했다고 가정한다면, 아낙시메네스를 아낙시만드로스의 계승으로 보는 것은 너무 나이브한 이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경우 아낙시메네스는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 중 자연과학적인 사고에 가까웠던 철학자로서 그 자신의 고유한 위상을 지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아낙시메네스가 논리적 사유보다는 경험 과학적으로 사유했다는 이유에서 아낙시메네스 본인의 철학적 위상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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