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tic/Social & Political Phil

심양섭 (2016) 탈북여성의 취업을 저해하는 요인 연구: 이주민 편입양태 이론과 관련하여

Soyo_Kim 2024. 11. 24. 14:37

심양섭. (2016). 탈북여성의 취업을 저해하는 요인 연구: 이주민 편입양태 이론과 관련하여. 북한학보, 41(2), 61-107.

Shim, Yangsup (2016). The Deterrent Factors for the Employment of North Korean Women Defectors in South Korea: An Application of the Concept of Modes of Incorporation of Immigrants, Journal of North Korean Studies, 41(2), 61-107.

1. 서론: 많은 숫자, 낮은 취업률

한국에 입국하여 살고 있는 탈북이주민 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높은 반면에 탈북여성의 취업률은 탈북남성의 취업률에 비해 크게 낮다. 표 1에서 보듯이, 2015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수는 1,276명으로 월평균 106명이 중국을 비롯한 제3국을 경유해 들어왔으며, 이 중에서 여성이 1,025명으로, 전체의 80.3%를 차지했다. 탈북자 중 여성 비율은 2002년을 기 점으로 남성을 추월했으며, 2006년 75%로 처음 70%를 넘기고 난 뒤 줄곧 70%대를 유지하다가 이제는 80%가 넘는 것이다. 2016년 9월(잠정)까지 한국에 들어온 누적 탈북자 총 2만9,830 명 가운데에서도 여성은 2만1,114명으로 71%에 달한다(통일부, 2016). 쉽게 말해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탈북자 열 명 중에서 일곱 명이 여성인 셈이다. [62]

그러나 고용률을 보면 일반국민에 비해 탈북자의 고용률이 낮고, 탈북남성에 비해 탈북여성이 낮다. 2014년 경제활동참가율은 일반국민 62.8%, 탈북자 56.6%이고, 고용률은 일반국민 60.8%, 탈북자 53.1%이며, 실업률은 일반국민 3.2%, 탈북자 6.2%이다. 일반국민에 비해 탈북자는 경제활동참가율에서 6.2% 포인트, 고용률에서 7.7% 포인트가 낮은 반면에 실업률에서는 3% 포인트가 높다(표 2). [63]

탈북자를 남녀별로 비교하면 2014년 경제활동참가율은 남성 65.0%, 여성 51.9%이고, 고용률은 남성 61.2%, 여성 48.5%이며, 실업률은 남성 5.7%, 여성 6.7%이다 (통일부·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2014).1) 탈북여성이 탈북남성에 비해 경제활동참가율은 13.1%포인트, 고용률은 12.7%포인트가 낮은 반면에 실업률은 1%가 높다(표 3). 탈북자와 일반국민 간 의 경제활동 격차는 주로 탈북여성 때문에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3-64]

탈북여성은 고용률이 탈북남성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임금수준도 크게 낮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의 ‘2014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 결과 탈북여성 취업자 중 약 28.9%는 월평균 10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으며, 그 비율은 탈북남 성(10.3%)보다 약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표 4). 특히 30~40대 탈북여성 취업자 중 월평균 10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30대 25,8%, 40대 27.0%)은 같은 연령 대 탈북남성(30대 4.2%, 40대 6.7%)에 비해 6배 가량 높다(하 현선, 2016: 33).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 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일반여성 월평균 임금은 약 209만원이 다.2) 이처럼 탈북자의 소득은 같은 탈북민 내에서도 남녀격차가 크게 발생하고 있으며, 일반국민과의 격차도 크다. 탈북자와 일 반국민 간의 경제활동 격차가 주로 탈북여성 때문에 벌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탈북자와 일반 국민 간의 소득 격차도 주로 탈북여성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64-65]

탈북여성의 상당수가 숙박 및 음식점업을 비롯한 임금수준이 낮은 직종에서 일하고 있고(21.6%), 일용직 비율이 높으며(20.8%), 주당 36시간 미만인 아르바이트 등 단 기간 근무를 많이 하고(14.4%)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65]

탈북여 성의 숙박 및 음식점업 종사 비율이 21.6%인 것은 일반여성 (12.2%)에 비해 매우 높다(하현선, 2016: 33-37). 더욱이 음식 점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정부 고용지원금을 받기 어렵다. 숙박 및 음식점업은 가장 대표적인 저임금업종인데다가 정부 고용지 원금도 상대적으로 받기 어려운 업종인데, 그러한 업종에 탈북 여성들 다섯 명 중 한 명 이상이 종사하기 때문에, 탈북여성은 만성적 저임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65-66]

 

2. 기존 연구의 검토와 이론적 분석틀

탈북여성에 국한하지 않고 탈북자 전체를 대상으로 취업문제 에 접근한 연구에서 유지웅은 선행 조사결과를 종합하여 탈북자 들의 노동시장 상황을 볼 때 사회적 배제가 진행되었다고 결론 지었다(유지웅, 2007). 김화순은 2009년 탈북자 일자리의 특성, 즉 직종별, 업종별, 임금수준으로 미루어 볼 때 탈북자의 일자리 가 주로 저임금 직종군에 속하고 노동시장 분절로 인하여 탈북 자들이 주로 제2차 노동시장에 속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김화순은 2010년 북한에서의 노동경험이 한국에서의 탈북민 고 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는데 탈북민의 북한에서의 시장활 동 경험과 학력 같은 인적자본 요인을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의 미가 있다(김화순, 2013). 김화순은 2011년 탙북민의 북한에서 의 계층과 경제활동 경험이 한국 노동시장에의 편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김화순, 2011a). 김화순은 같은 해 또 다른 연구에서 한국기업이 탈북이주민 노동력을 어떻게 평가 하는지를 분석하였다(김화순, 2011b). [70]

다음으로 탈북자의 가족관계와 자녀교육에 관한 연구도 이루 어지고 있다. 박정란은 2010년 연구에서 최근 탈북여성들이 배 우자 없이 자녀와 입국 하는 비율이 늘어나는데 이들의 경우 부모나 친지를 통해 자녀 양육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며, 따라서 신뢰할 만한 공적 자녀 돌봄 지원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노동시장 진입이 제약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 한다(박정란, 2009). [70-71]

 

3. 탈북여성의 취업을 저해하는 요인

한국 정부가 탈북여성을 비롯한 탈북민 집단에 대해 취하는 정 책적 입장은 수용적이다. 즉, 그들의 정착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다. 문제는 그 정책이 얼마나 효과적인가 하는 것이다. [76]

탈북자의 취업문제에 있어서는 남한 출신에 비해 탈북자의 실 업률이 높은 원인이 무엇인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다. 그 원인 으로는 첫째, 탈북자 정착지원 체계가 복지중심체계로 되어 있 고, 둘째, 탈북자 자신의 인적자본이 낮으며, 셋째, 노동시장이 분절되어 있고, 넷째, 탈북자에 대한 노동시장에서의 일자리 차 별과 직종차별 혹은 배제가 존재한다는 등의 네 가지가 주로 지적된다(김화순, 2010a: 33-36). 우선 정부의 탈북자 정착지원 정책의 한계를 살펴보자. [76]

우선 현실적으로 탈북여성 의 특수성이 취업을 더 어렵게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탈북여 성에 초점을 맞춘 제도나 정책적 지원은 부족하다. 탈북여성들 은 중국을 비롯한 제3국에서 체류하는 동안에 인신매매, 매춘, 폭행, 구걸 같은 인권유린 혹은 극빈생활 경험을 많이 하였다. 그 뿐만 아니라 제3국에서의 이중결혼으로 자녀를 국내에 데려 오는 경우가 많으며, 그 결과 한부모 가정의 비율이 높다.5) 그 만큼 경제적 필요가 크지만 현실적으로는 제대로 뒷받침이 되지 않아 ‘여성의 빈곤화’를 겪는다. [78]

탈북민들은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북한 출신’이라는 요 인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커서 그 이외의 다른 요인인 성별이 나 학력, 경력, 생활형편 같은 것들의 차이점은 완전히 묻혀 버 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김석향, 2010: 61). ‘북한 출신’에 대해서는 일방적 수혜대상자, 빈곤계 층, 사회적 취약계층 같은 왜곡된 이미지가 고착되었다(최영애, 2010: 69).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탈북자 간첩, 탈북자 재입북, 탈북자 범죄 소식은 그렇지 않아도 탈북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을 더욱 강화한다(오태봉, 2010: 77). [85]

특히 탈북여성들의 경우 탈북남성들보다 더 심한 외상 후 스 트레스(PTSD)를 겪는데 설상가상으로 한국에서 “차별과 부당한 대우, 낙인, 적과의 동침 상황, 끝나지 않는 빈곤, 용서불가, 그 리고 자살의도 등과 같은 트라우마 경험의 재현을 겪고 있었다. 이런 트라우마 경험의 재현 경험으로 인해 연구 참여자들(탈북 여성 다섯 명: 인용자 주)은 남한 입국에 대한 후회와 분노, 그 리고 타인과의 관계 철회와 무희망 등의 부정적 정서를 경험하 는 것으로 나타났다(성정현, 2014: 117).” 탈북여성을 비롯한 탈북자들은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자신들의 직설적인 대화법으로 인해서도 어려움을 겪는데 탈북자들의 직설법에 대 해 한국 사람들은 부정적이면서도 차가운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김화순, 2010a: 55). 실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우 회적이며 간접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남한 출신들의 대화방식보 다 진솔한 북한식 대화법의 장점이 더 클 수도 있는데 현실에서 는 그러한 장점을 인정받기는커녕 ‘거칠고 공격적인 사람들’이라 는 취급을 받고 마는 것이다. [87]

우선 탈북여성의 심리적, 신체적 건강은 매우 취약하다. 다문화가족의 이주여성들이 언어의 장벽으로 인한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는데 비해서 탈북여성은 탈북과정에 서 겪었던 고통으로 인한 심신의 불안정, 자기자신감의 비하와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을 경험하게 된다는 점에서 한국에 와서 정착하는 외국인·이주민과는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탈북여성들 이 북한에서, 혹은 중국을 비롯한 제3국 체류 과정에서 여성이 기 때문에 겪었던 어려움이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난 것으로 전 문가들은 파악한다. 탈북여성의 경우 북한에서 영양공급은 물론 병원시설과 의료서비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고, 탈북과정에서도 임신과 낙태, 적절하지 않은 민간요법 등으로 남성에 비해 건강이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인신매매로 중국 농촌에 강제 시집가서 언어적 의사소 통이 전혀 되지 않는 가운데 고된 시집살이를 하면서 출산과 육 아를 경험하는 동안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악화된 경우도 없지 않다. 일부 탈북여성들은 인신매매 후 중국에서 화상채팅이나 노래방 도우미로 종사하면서 성병에 걸린다든지 유흥업소 친화 적 성향을 지니게 된 경우마저 있다. 김정은 정권 등장 이후 북 한의 국경지역 탈북자 단속이 심해지자 북한의 경비병, 중국의 탈북브로커들이 합세하여 북한여성의 탈북을 도와준 뒤 취업을 미끼로 감금시켜 화상채팅을 비롯한 성매매산업에 종사하게 하 는 일이 새롭게 일어나고 있다. [89-90]

북한사회의 고질적인 가부장적 문화와 여성들의 오랜 전업주부 고착화 현상은 탈북여성들이 남한에서 적극적으로 취업전선 에 나서는 것을 방해한다. 탈북민 “아내들은 여전히 남편 내조 를 가장 중요한 역할로 여기는 경향을 강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이는 탈북 여성들에게 남편에 대한 복종과 헌신이 아내의 미덕 으로 뿌리 깊게 내면화되어 있음을 시사한다(윤인진 외, 2004: 7).” 일부 탈북여성들은 단기간에 고소득을 올리고 싶은 마음에 성매내나 유흥업 종사자의 길로 들어서기도 하였다. 정착지원금 이 줄어든 2005년경부터 20-30대 젊은 여성 중에서 성매매 및 유흥업 종사자가 늘고 있다(장미혜, 2010: 49-52). 그런 일에 종사하는 젊은 탈북여성들은 대개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사실에 대해 무지하거나 그런 일에 종사하면서도 도덕적 죄책감을 느끼 기보다는 손쉬운 돈벌이수단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9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