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tic/Social & Political Phil

김수경 (2018) 결혼시장에서 북한이탈여성의 이미지 재현 연구

Soyo_Kim 2024. 11. 24. 16:23

김수경. (2018). 결혼시장에서 북한이탈여성의이미지 재현 연구. 여성연구, 97(2), 232-259.

Sookyung Kim (2018). Representation of North Korean Women Defectors’ Image in the South Korean Marriage Market. The Women’s Studies. 97(2), 232-259.

 

Ⅰ. 들어가며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탈북은 매우 희귀한 현상이었다. 1983년 북한 군 이웅평 상위(대위)가 미그(MIG)기를 몰고 남하했을 때 ‘귀순용사’(歸順勇 士)로 추앙받으며 보상금 및 정착금의 명목으로 13억 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금전적 지원을 받았다. 이는 당시 남한 노동자 평균 연봉의 480배에 달하는 액수였다. 당시만 해도 북한이탈주민들은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남한에 온 영웅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기근을 피해 탈북하는 사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북한이탈주민들은 정치 적 영웅이라기보다는 가난을 피해 탈출한 난민에 가깝게 여겨졌고 파격적인 금전적 지원도 사라지게 되었다. [233]

1990년대까지는 대부분의 북한이탈주민이 남성이었지만 최근에는 80% 이상이 여성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이유가 존재하는데, 여성의 대다수는 군대나 직장에 매인 몸이 아니기 때문에 거주지를 이탈해도 쉽게 눈에 띄지 않을 뿐 아니라, 북한의 경제난으로 여성들이 생활전선에 뛰어 들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중국에 건너갔기 때문이다. [233]

북한이탈여성에 대한 이러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남남북녀’ 부부의 증가로 이어졌다. 남북하나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의 배우자 가운데 남한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5년 간 21%(2012년)에서 34%(2017년)으로 증 가했다([그림 2] 참조).2) 남남북녀 부부의 증가 요인에는 북한이탈여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까닭도 있지만 북한이탈여성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결 혼정보업체의 등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들 업체들은 북한이탈여성이 언어 도 같고 동일한 민족이기 때문에 국제결혼보다 이질감이 적고 결혼생활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남남북녀의 결혼을 권장한다. [235]

탈북이 하나의 ‘성별화된’(gendered) 현상으로 발생하면서 북한이탈여성은 한국사회가 이들에게 기대하는 고정적 성역할의 구조 속에 편입되고 있다. 북 한이탈여성의 이미지가 재현되는 방식은 남한사회의 젠더구조의 단면을 보여 줌과 동시에, 그 속에서 북한이탈여성들이 강제당하는 성역할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235]

본 연구는 북한이탈여성이 결혼시장에서 어떻게 ‘바람직한’ 배우자감으로 재현되는지의 양상을 살펴봄으 로써 한국사회의 성(性)적, 이념적 편견의 다층적 갈등구조를 탐색하는데 목적 이 있다. [236]

Ⅱ. 북한여성의 이미지 재현에 대한 기존 연구

북한이탈여성에 대한 기존 연구를 구성하는 하나의 축은 인신매매, 강제결 혼 등 이들이 탈북과정에서 겪는 인권침해에 대한 것이다(Kim, Yun, Park, and Williams, 2009 ; Davis, 2006 ; Kim, 2010 ; Lee, 2005 ; 이화진, 2014 ; 김성경, 2013). 이 연구들은 북한여성들이 전문 브로커에 의해 납치되 어 중국 농촌에 팔려가 성적으로 유린당하고 육체적으로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현상에 주목하고, 그러한 경험이 북한이탈여성의 삶에 미치는 장・단기적 영향 을 연구한다. 북한이탈여성들의 참혹한 인권유린 실태는 2014년 유엔 북한인 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가 발간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 었다. 당시 30명이 넘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실태조사를 위한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인권의 참상을 증언하였다. 북한이탈여성들은 인신매매로 중국 남성에게 팔려가거나 강제북송된 뒤 강제 낙태를 당하는 등의 경험을 털어놓았고 이러 한 내용은 해외 주요 언론을 통해 전 세계에 타전되었다. 또한 2015년에는 북 한이탈여성들이 북한생활과 탈북과정의 고난을 담은 회고록을 미국에서 잇따 라 출간함에 따라 이들의 인권유린 문제가 다시금 회자되었다(Kim and Falletti, 2015 ; Park, 2015 ; Lee, 2015 ; Jang, 2015). [237]

‘새터민 예능’에 등장하는 북한이탈여성의 이미지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을 지 닌다. 첫 번째, 그들의 출중한 외모가 강조되며 (남성의 시선에서) 대상화된다 는 점이다. 이들은 “예쁘고 젊은 여성으로서, 타인에게 보여지고 해석되는 피 동적 존재”로 그려진다(김은준, 2016:775). 북한이탈여성 출연자에게는 “청 순함과 섹시함이 공존하는 탈북미녀”(채널A ‘잘 살아보세’), “북한 김태희”(TV 조선 ‘모란봉 클럽’), “이만갑의 애교담당 막내”(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등 뛰어난 외모를 지칭하는 수식어가 부여된다.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북한이 탈여성들은 신체적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애쓰고 이것은 남한 출연자, 나아가 남한 시청자들에 의해 소비된다(김은준, 2016;이선민, 2014;Epstein and Green, 2013). 또 다른 특징으로는 북한이탈여성이 순수하고 순종적인 전통적 여성상으로 묘사된다는 점이다(김은준, 2016;이선민, 2014;장은영・박지훈, 2015). 새 터민 예능 프로그램들은 북한이탈여성과 남한남성의 가상 결혼을 그리거나 (‘남남북녀’, ‘한솥밥’), 함께 여행을 떠나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등(‘잘 살아보 세’), 북한여성-남한남성의 젠더 동학을 보여주는데 주력한다. 여기에서 북한 여성은 가부장제에 들어맞는 온순하고 순종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북한이탈여 성은 “남한 여성에게서는 절대 볼 수 없었던, 정말 소녀 같은, 어린 아이 같은 미소”를 지닌 존재로 그려진다(TV조선 ‘애정통일 남남북녀’ 2014년 7월 4일 방송분). [238]

일반적인 중개업체에 비해 수는 적지만 북한이탈여성의 절대적 인 숫자와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로 미루어 북한이탈여성 전문 중개업체의 수 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체들의 특징 중 하나는, 많은 경우 북한이탈주민에 의해 운영되거나 북한이탈여성이 결혼중개인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스스로가 남 한남성과 결혼하였거나, 남한남성과의 결혼이 남한사회 적응의 지름길이라는 판단 아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자유아시아방송, 2010;Time, 2010). 흥미 롭게도 북한이탈여성 전문 결혼정보업체들은 스스로의 역할을 영리 목적의 사 업자라기보다 북한이탈여성의 남한 사회 적응을 돕는 일종의 지역사회 행위자 로 인식(혹은 포장)한다. 이들은 “같은 새터민 여성으로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심정에서”(http://www.**wiz.co.kr, 「대표 인사말」), “탈북여성들 의 처지를 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중략)... 내 가족을 돕는다는 마음가짐으 로”(http://www.**bn.co.kr, 「인사말」), “가입비를 떠나 북한여성 정착에 도 움을 주기 위해”(http://www.**world.co.kr, 「자주 하는 질문」) 결혼정보회 사를 설립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239]

반면 새터민 결혼정보업체들은 북한이탈여성의 남한 사회 정착을 돕는 측면 에도 주안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이들 업체들의 대부분은 북한이탈여성 회원에 게 소개비를 받지 않으며 전적으로 남한남성에게만 소개비를 부과한다. [240]

또한 남한남성의 회원가입 요건을 매우 까다롭게 책정하고 있다. 남한남성 은 많게는 1,000만원에 달하는 가입비는 물론, 신원을 증명하는 서류(주민등 록등본), 혼인 여부나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서류(혼인관계증명서, 가족관계증 명서), 직업을 증명하는 서류(재직증명서), 재산관련 서류(근로소득원천징수영 수증), 건강상태를 증명하는 서류(건강진단서) 등을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대 부분이다. 업체들은 “(북한이탈여성은) 목숨을 걸고 온 땅이다 보니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는 안정된 분을 만나려고” 하는 것이 당연하며(http://www.**world. co.kr, 「자주 하는 질문」), “목숨을 걸고 제3국의 사선을 넘어 온 분들이기에 누구보다도 먼저 행복을 찾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설명한다(http://www. **wiz.co.kr, 「대표 인사말」). [240]

물론, 북한이탈여성의 경우를 결혼이주여성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탈주민의 상당수가 자신을 이주민으로 간주하는 다문화적 접근에 거부감을 보이며 결혼이주여성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집단임 을 주장한다(최대석・박영자, 2011). 사실 두 집단이 한국사회 정착과정에서 경험하는 법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배경은 매우 상이하다. 간단한 예로, 북한이탈주민은 입국과 함께 대한민국 시민권을 획득하지만 결혼이주여성의 경우 일정한 기간 동안 남한 남성과의 결혼생활을 증명해야만 시민권 획득이 가능하다. 또한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은 경제적 자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결혼이주여성의 경우 언어교육이나 자녀양육을 위한 프로그램이 주를 이 룬다. 따라서 북한이탈여성을 중개하는 결혼정보업체의 영업방식과 내용은 국 제결혼 업체와는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터민 결혼정보업체에 대 한 기존 연구가 전무한 실정이며, 무엇보다 북한이탈여성은 종종 국제결혼의 대안으로 언급되는 등 이주여성과 비교대상이 되곤 하기 때문에 국제결혼 중 개업체의 사례는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241]

새터민 결혼정보업체들 역시 북한이탈여성을 매력적인 배우자감으로 홍보 하기 위해 전통적 성역할에 근거한 이미지 왜곡을 시도한다. 가장 전형적인 것은 북한이탈여성이 “남편을 하늘처럼 모시는”(B업체 「우리는 한민족」) 순종 적인 여성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는 남성 고객이 결혼 이후에도 가부장으로 서의 권위를 도전받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함으로써 북한이탈여성의 ‘상 품성’을 올리게 된다. [245]

유사한 맥락에서 북한여성은 남한의 전통적 여성상, 즉 자기희생적이고 헌 신적인 ‘어머니 시대’의 여성상에 비견된다. F업체는 북한이탈여성에 대해 “한 국의 고전적인 여성상을 많이 닮고 있는 분들”(「자주 하는 질문」)이라고 묘사 하고 있으며, B업체는 “남자들이 꿈꾸고 있는, 가장 한국적인 어머니의 여성 상을 두루 갖춘 성실하고 생활력, 아름다운 북한여성들”(「자주 묻는 질문」)이 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내조’의 개념이 자주 등장하는데 C업체는 한 북한 이탈여성 회원의 소개글에서 “마음이 따뜻하고 내조를 잘 합니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남편을 만나 살림하고 아이를 키우며 살고 싶습니다”(「회원검색」)라 고 적고 있다. 북한이탈여성에 대한 이러한 묘사는 남한남성들로 하여금 고정적 성역할 이 지배하던 과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북한이탈여성은 부지런 하고, 열심히 일하고, 순종적이며, 가정적인 존재로 그려지는 반면 오늘날의 남한여성은 가족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지 않는, 이기적이고 물질지향적인 존 재로 대비된다. [245-246]

[북한이탈여성들은] 같은 부모님(조상님)을 모시고 살아왔고, 같은 언어와 문자 (한글)를 사용하며, 같은 전통문화・생활문화를 이해하고 있으며, 관혼상제(冠婚 喪祭)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남편과 웃어른을 공경하고 존경할 줄 아는 순 수하고 순박한 여성들입니다. 한국 도심 속 삶과 치열한 사회생활 속에서 살아가 면서 황금만능주의에 사로잡혀있고 자기중심적 이기적인 사고를 지닌 일부 철없 는 남한 여성보다는 훨씬 몸과 마음(心身)이 건강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훌륭한 품성을 지닌 북한여성분들이 많이 있습니다.(B업체, 「한민족 한반도」)

새터민분들은 한국여성에게 잊혀져가는 순수함과 순박함과 강한생활력 등 부모형 제를 공경할 줄 알고, 남편을 섬길 줄 아는, 한국여성과 비교를 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오히려 더 장점이 많은 정말 멋지신 분들입니다.(F업체, 「자주하는 질문」)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북한여성과 남한여성의 차이점이 드러나는 방식이다. 북한여성은 남한여성과는 다르게 순박하고 순수한 존재로 묘사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남한여성과 다를 바 없는 ‘이웃’ 또는 ‘형제・자매’로 그려진다. Q 업체는 “새터민은 단순 탈북자들이 아니고 우리의 민족이며 가슴 아픈 역사를 겪은 우리의 이웃”(「대표 인사말」)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며 J업체는 북한이탈여 성을 “아름다운 북한출신 동생들”(「대표 인사말」)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한반 도가 70년 가까이 분단된 상황에서 남북 간 문화 격차는 점점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많은 업체들이 북한이탈 여성이 남한과 똑같은 문화와 관습, 언어를 지녔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북 한여성이 지나치게 이질적인 존재로 그려질 경우 남성 고객들의 심리적 장벽 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46]

이들은 이주여성을 돈이나 국적을 얻기 위해 결혼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북한이탈여성에게는 그 럴 염려가 없다고 강조한다.

외국여자들이 한국국적이 필요해서 결혼을 어떤 수단으로 이용해서 입국하고는 후에 결혼 목적이 아닌 돈 벌러 나간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결혼에 실패한 한국 남성들이 많이 북한여성 결혼을 선택하세요. 북한여성들은 외국여자들과 달라요. 북한은 돌아갈 수도 없는 땅이고 또 북한여성에게 대한민국 국적은 물론 이미 주 민등록증, 여권 다 나와 있고 정부에서 아파트도 줬어요. 그니까 북한여성들이 생각하는 결혼은 정말 가족과 평생 함께 살아갈 내 살붙이를 만나는 거라 생각을 많이 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절대 가족을 포기하지 않아서 이혼율이 없어요.(A업 체, 「자주 하는 질문」)

저희 OOOOO 결혼정보회사에서는 다문화 여성보다, 또 국내 여성보다 많은 장 점을 가진 새터민과의 결혼을 통해 행복한 인생을 설계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합 니다.(N업체,「인사말」) 많은 분들이 국제결혼을 생각하시는데, 어디 국제결혼인들 쉬운가요? 경제적 부 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언어, 문화, 음식, 생활패턴, 그 모든 면에서 우리와 차이날 수밖에 없고 낯설고 오랫동안 이질감으로 가득한 이성과 만나 둘이 하나 된다는 과정이 어디 그리 쉬운가요!(H업체, 「대표인사말」) [247]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이들의 탈북동기에 대한 서술에 있어서만큼은 행위주 체성이 지나치게 강조됨을 발견할 수 있다. 북한이탈여성은 그 누구보다 북한 정권을 혐오하고 자유를 갈망하는 ‘투사’의 이미지로 투영된다. 이들은 “길고 도 험난한 사선을 넘어 자유를 찾아오느라 정말 고생이 많았던”(Q업체,「대표 인사말」),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의 자유를 찾아 정착을 하려고 온”(F업체, 「자 주 하는 질문」), “자유를 찾아 정든 고향, 부모 형제들과 생이별하는 가슴 아픈 사연들을 품고 목숨을 걸고 제3국의 사선을 넘어 온”(O업체, 「대표 인사말」) 사람으로 묘사된다. 북한이탈여성의 탈북 동기에는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요 인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으나, 유일하게 정치적 동기만이 부각되고 다른 동기 들은 언급되지 않는다. [248]

새터민 결혼정보업체들이 북한이탈여성들의 탈북 동기로 자유에 대한 동경 과 갈망을 강조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잔존하는 ‘레드 콤플렉스’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비록 냉전이 종식된 이후 극단적인 반공주의는 점차 사라 지게 되었으나 여전히 남한사회에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막연한 우려와 편견 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통일연구원이 2015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을 배우자로 맞이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75.4%의 응답자가 “꺼려진다”고 답변했다(박종철 외, 2015). 북한이탈여성과 결혼하면 국정원이나 정부로부터 계속적인 감시를 받아야 한다고 믿는 경우도 적지 않 다(시사인, “젊은 ‘북녀’들의 남한 생존법, ‘남편을 찾아요’”, 2010년 11월 2 일자). 이러한 우려는 결혼정보업체에 게시된 남한남성 고객들의 질문에서도 드러난다. [248]

남한시민의 배우자가 되고자 하는 북한이탈여성은 사적영역에서는 순종적이 라 할지라도 공적영역에서는 이념적 순수성을 증명하기 위해 투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경우 투사의 이미지는 북한이탈여성의 여성성을 상쇄하지 않 으며 오히려 이들의 결혼적합성을 상승시키는 기제로 작동한다.[250]

Ⅴ. 결론

본 연구는 북한이탈여성 전문 결혼정보업체 웹사이트 분석을 통해 북한이탈 여성이 결혼시장에서 어떻게 ‘바람직한’ 배우자감으로 재현되는지의 양상을 탐구했다. 북한이탈여성 전문 결혼정보업체들은 이들의 정체성을 가부장적 언 어로 규정하고, 북한이탈여성이 기존의 성차별적 고정관념에 부합하는 양순한 여성임을 강조하였다. 또한 남한여성 및 이주여성과의 차이점 및 유사점을 과 장 또는 축소함으로써 남한남성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여기까지 는 일반적인 국제결혼 중개업체들의 전략과 매우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 나 북한이탈여성의 경우 ‘적국’(敵國)으로부터 왔다는 정치적 배경을 희석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들이 마련되었다. 북한이탈여성은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고 사선을 넘어온 투사로 묘사되었으며, 이들이 사상적으로 ‘안전한’ 배우자임을 강조하기 위해 신원보증인으로서의 정부의 역할이 강조되었다. 그 결과 북한 이탈여성의 이미지는 가부장제의 젠더 위계를 거스르지 않는 순종적인 여성이 면서도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만큼 용맹한, 매우 모순된 양상으로 재현되었다. [253]

남남북녀 부부는 통일한국의 미래를 가늠하는 일종의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결혼정보업체에서 정확한 정보가 교환되지 않으면 이는 결혼 이후의 삶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결혼의 경우 중개 업체가 이주여성에게 남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결혼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사례는 이미 여러 연구에서 입증된 바 있다(박재규, 2009;김 재련, 2011). 북한이탈여성 역시 결혼시장에서 왜곡된 이미지로 재현될 경우 결혼생활에 불화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확한 통계는 존재하지 않지만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남남북녀 부부의 경우 문화적 이질감 때문 에 이혼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서울신문, 2016;월간중앙, 2011). 이들은 막상 결혼을 하고 나면 서로가 공유하는 문화가 거의 없으며, 심지어 오랜 기간 분단을 겪으면서 언어마저도 달라져 소통에 어려움이 있음 을 깨닫게 된다고 한다. [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