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아. (2013). 가족 관점에서 본 북한이탈여성의 정착과제: 자녀양육을 중심으로. 통일문제연구, 25(2), 173-205.
Hong, Seungah. (2013). The North Korean Female Defectors and Their Settlement Tasks: From the Family Perspective. The Korean Journal of Unification Affairs, 25(2), 173-205.
I. 서론
북한이탈여성의 사회적응 문제는 탈북 과정에서부터 정착생활까지 남성과는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주요한 문제로 접근되어야 한다. 우선 이들은 정착의 과정에서도 임신, 출산, 육아의 문제로 인하 여 곤란을 겪고 있으며, 남한사회와 다른 북한사회의 부부관계를 유지 하거나 해체하는 과정에서 부부 갈등의 경험까지 나타나고 있다(이미 화‧오은진 외, 2011; 장명선‧이애란, 2009). 혹은 이들은 탈북 과정에서 인신매매, 성매매, 가정폭력 등의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에 노출되어 있 는 경우도 빈번하여(장명선‧이애란, 2009; 장미혜‧김난주 외, 2010) 이 러한 경험들이 이들의 정착 과정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174]
또한 경제활동을 함에 있어서도 출산, 육아 등의 이유로 일과 가 족생활을 양립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으며, 고용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까지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하여 이들은 자녀양육 및 교육을 이유로 경제활동 참여에도 제약을 받는 경우가 빈번하다. 실제로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여성의 경우 직업훈련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직업훈련을 하지 못하는 이유로 자녀양육과 가사 병행의 어려움, 건강문제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박정란, 2009). 이러한 점에서 북한이탈여성은 빈곤여성이 경험하는 경제적 어려움에 결혼이주민 여성이 경험하는 사회적응의 어려움, 자녀양육의 어려움, 결혼생활의 어려움이 모두 중첩되어 나타나, 갈등과 위기가 이중, 삼중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174-175]
II. 연구의 배경
특히 북한에서 식량난이 심화된 1990년대 중반 이후 스스로 국경을 넘거나, 또는 인신매매로 인해 중국에서 살게 된 많은 북한여성들이 수년간의 중국 생활 과정에서 남한사회 및 남한 입국 관련 정보를 얻 게 됨으로써 이들의 입국이 급증하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강현숙, 2009) [177]
둘째, 입국자 수의 증가와 더불어 두드러진 현상은 가족동반 입국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족동반 입국의 유형은 부부가족, 부부와 자녀가족, 한부모가족, 형제자매가족 등의 다양한 유형이 있으 며, 특히 최근에는 먼저 입국한 가족들의 주선으로 제3국에 거주하고 있거나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이 뒤따르고 있는 형태로 국내에서 재 결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김영수, 2000; 강현숙, 2009) [177]
셋째, 가족동반 입국 외에도 탈북에서 중국 체류, 남한사회 정착의 과정에서 가족의 해체, 재구성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은 탈북 이후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거나, 남한 입국 이후 가족해체를 경험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들이 남한사회 적응의 과정에서는 가족생 활의 안정과 적응이라는 가족으로서의 정착의 과제가 더욱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177-178]
가족의 해체와 재구성 등 가족의 안정성이 위협받게 된다. 탈북과 중국에서의 체류 과정을 겪은 여성들의 경우 중국에서 결혼한 중국 남성과의 불화와 갈등이 있을 수 있고, 동반 탈북한 가족의 경 우에도 남한 입국 이후 변화된 부부관계로 인하여 갈등과 이혼 등 가족해체를 경험하기도 한다(진미정‧이순형, 2007). 일반적으로 새로운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부부 간의 새로운 갈등이 발생하는 것을 예견할 수 있다. 특히 어려운 탈북 과정을 거쳐 국내 입국에 성공한 부부들의 경우 남한사회 정착 과정에서 잦은 불화와 갈등을 겪는 경우가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이금순, 2006). 또한 정착의 과정에서 발생한 중혼이나 별거, 이혼, 재혼, 동거 등과 관련된 문제들도 발생하는 수가 있다. [179]
가부장적인 의식이 강한 북한 남편들은 남한에 와서 도 오히려 아내에게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고, 부인은 남한 사회에서는 이를 더 이상 수용하지 않아 부부 간 갈등이 생기게 되 고, 심각한 경우에는 가족해체에 이르기까지 된다(장명선‧이애란, 2009). 가부장적이고 유교적 전통이 강한 북한사회에서 생활하던 여성들이 남한사회에서 엄격한 성별 분업의 변화를 경험하면서 점차 여 성의 역할과 위상을 새롭게 깨닫게 됨에 따라 새로운 가족문제, 부부 관계의 변화가 초래될 수 있다(이부미, 2005; 이금순, 2006). [179]
IV. 분석 결과
북한이탈여성의 남한사회에서의 가족생활은 가족관계 측면에서 보면 안정적인 가족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유형과 가족의 해체와 재구성으로 인하여 가족관계가 불안정한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북한에서의 결혼생활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혹은 남한사회 정착 이후 새롭게 가정을 꾸린 경우가 해당된다. 이들은 결혼생활 속 에서 가사 및 자녀양육의 역할 분담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하거나 조정을 하는 경우 등 다양한 모습이 발견되었다. 반면에 남한사회 정착 이후 이전의 부부관계나 새롭게 형성한 부부관계에 위기와 갈등을 경험하고 있는 사례도 발견되었다. 이들의 불안정한 가족생활은 배우 자와의 이별뿐 아니라 이혼 후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경험하면서 ‘생 존을 위한 생활’로 영위하는 경우들도 나타났다 [183-184]
V. 논의와 결론
첫째, 북한이탈여성들의 가족생활은 매우 불안정했다. 면접에 참여 한 여성들 중 많은 여성들이 탈북 이후 남한사회 입국 과정에서 이 혼, 사별, 그리고 중국에서의 동거 혹은 결혼, 남한 입국 이후의 결혼 등 다양한 결혼관계를 형성하고 해체하고, 새로이 구성하면서 가족관 계의 불안정성을 경험하고 있었다. 특히 중국 체류 과정에서 만난 중 국남성과의 결혼생활은 한국에 들어와서는 훨씬 더 불안정하고 순탄 하지 못한 경우들이 많았다. 이러한 불안정한 가족관계는 결국 가족 갈등, 이혼으로 결과로 이어지게 되고, 이혼 후 경제적인 어려움과 자 녀양육을 전적으로 책임지게 되는 상황에서 이들은 고달픈 삶의 고리 에서 놓여날 수가 없게 된다. [198]
둘째, 자녀양육 및 교육과 관련하여 이들이 경험하고 있는 부모로 서의 무력감을 줄여줄 방안들이 필요하다. 이들이 만나는 부모로서의 어려움은 자녀 연령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났다. 미취학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자녀양육 방식, 어린이집 생활적응의 문제, 육아로 인한 일· 가정양립의 어려움 등이 있다. 초등학생의 경우에는 자녀의 학교생활 적응에 있어서의 어려움과 자녀교육 정보에 대한 지식 부족, 교육비 부담, 학교에서의 따돌림과 탈북자라는 낙인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있 었다. 청소년기 자녀가 있는 경우에도 자녀의 학업 및 진로에 대한 지식 및 정보의 부족, 자녀의 교육비 부담 등이 있었다. 특히 청소년 의 경우에는 학교생활에의 적응, 진로문제 등을 의논하고 도움을 받 을 수 없어서 부모로서의 무력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의 모 습은 결혼이주여성이 ‘한국인 어머니’가 되기 위해 어머니 역할의 갈 등과 대응, 무기력함 등을 경험하고 있는 정체성 혼란의 모습(이은아, 2013)과 매우 유사하다. 이들 역시 한국사회의 자녀교육 시스템 속에 서 이주여성의 한계를 고스란히 경험하면서 한국사회의 규범과 가족 문화, 교육제도 등에 취약한 집단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200]
셋째, 이들이 가족관계나 자녀양육의 현실에서 느끼는 무력감의 근저에는 심리, 정서적인 불안과 신체적인 병약함이 자리하고 있다. 면접에서 만난 대부분의 탈북여성들도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아프거 나,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이들의 탈북 과정에서 겪은 정신적, 신체 적 스트레스에, 북한에 남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염려, 남한사회 적 응에서의 어려움 등이 모두 이들이 앓고 있는 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 (홍창형, 2005). 국가인권위원회(2010)의 조사결과에서도 탈북 이후 중국 체류 기 간 동안 공안의 추격과 불법체류자의 지위를 악용하는 브로커 등을 의식해 경계와 긴장의 생활이 길었고, 현지인들이 꺼리는 힘든 일을 장기간 하면서 자아정체성과 존중감이 손상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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