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tic/Social & Political Phil

박소연 (2017) 북한 이탈여성의 생애사 재구성: 주체사상에서 벗어나 자본주의 사상의 미망으로

Soyo_Kim 2024. 11. 27. 08:54

박소연. (2017). 북한 이탈여성의 생애사 재구성 : 주체사상에서 벗어나 자본주의 사상의 미망으로. 한국사회복지질적연구, 11(2), 5-30.

Park, So Youn (2017). Reconstruction of Life History of Female North Korean Defector Exodus from Self-Reliance(Juche) Ideology to the Illusion of Capitalism. Korean Journal of Qualitative Research in Social Welfare, 11(2), 5-30.

 

1. 서론

북한이탈주민의 탈북은 2000년 이전에는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북한 주민들이 생존을 위하 여 인접국인 중국이나 제3국을 경유하여 다시 한국으로 입국하였으나(강병의, 2016) 2000년 이후부터는 여성과 가족단위의 탈북이 많아지고 체제불만, 자유를 갈망하고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한 탈북이 증가하였다. 이와 같이 북한 이탈여성의 국내 입국 비율이 남성에 비해 높은 이유에 대해 북한 이탈하여 제3국에서 은닉이 남성보다 쉽고 취업의 기회가 많으며, 중국 내에 여성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는 점과(김태현, 노치영, 2003), 국외 거주 중국인과의 사실혼 관계 등으로 국경 이동이 좀 더 수월했던 점을 들고 있다(강차연, 2004) [6]

북한을 탈출한 여성 대부분은 다음과 같은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 북한 여성은 탈북 시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러시아 같은 제3국을 경유하여 한국에 입국하게 되는데 특히 중국을 경유할 경우 현지인 또는 조선족과의 강제 결혼, 인신매매, 성매매, 매춘, 성폭력 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한인영 외, 2010). 둘째, 북한 이탈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정신 건강을 취 약하게 만드는 원인들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이들은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에 대한 죄책 감과 그리움이 심하고(장혜경, 김영란, 2001), 국경을 넘어 중국에 도착해도 안전한 피난처가 되지 못하고 강제 북송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극도의 긴장감과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영아, 전우택, 2005). 셋째 북한이나 중국에 있는 남편과의 중혼, 이혼 등의 문제로 남한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남한 남성과의 결혼생활에서 생기는 갈등을 겪기도 하며(조영아 외, 2005) 넷째 남한 입국 후에도 자녀 양육과 한 부모 가정의 비율이 높아 가장으로서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 등에 봉착한다는 점이다. [6]

 

2. 선행연구 검토

첫째 정신 건강이나 심리적인 측면에 대한 논문이 가장 많은데 (이영선 외, 2011), 이유는 북한 이탈여성은 남성에 비해 남한 입국 전 중국에서 수많은 인권 유린과 심리적 외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김태현, 노치영, 2003). 이러한 경험은 심 각한 심리적 증상들을 유발하고 그중의 하나인 우울은 외상 후 스트레스와 더불어 이민자나 난민이 흔히 겪는 정신 장애의 하나로 보고되어 왔다(Hinton et al., 1999). [7]

둘째, 가족 관계 측면에서 박현선(2003)에 따르면 북한의 여성은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실질적으로 북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주체로 전환되면서 여성의 이동이나 장사가 매우 활발해지고 이에 따라 전문 도강(탈북) 브로커나 인신매매 브로 커의 대상이 되었다. 또한 중국인 남편이나 그 가족으로부터 아내나 며느리로서가 아니라 돈으 로 거래한 소유물 취급을 당하거나 폭력에 노출되어도 어디에도 도움을 청할 곳이 없는 인권 의 사각지대에 처해진 삶을 영위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8]

셋째, 경제적 측면에서 2009년「서울시 북한이탈주민 여성 실태조사 및 지원 정책 방안 연구에 따르면, 북한 이탈여성 은 북한이탈주민 여성은 한국 생활을 하면서 힘든 점에 대해서 ‘경제적 어려움’을 59.6%로 가 장 많이 꼽았다. 상기 보고서에서 대부분의 북한이탈주민 여성들은 취업과정에서 ‘탈북자’라고 신원을 밝힐 경우 취업을 거부당하는 경험을 함으로써 차별과 편견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8]

대다수의 북한이탈주민의 남한 적응에 관한 연구의 관점은 문제의 원인을 북한이주민에게서 찾는 경향이 있다. 이는 결여의 시각으로 이들이 자본주의 사회에 적합한 또는 경쟁력 있는 인 성, 자립자활의지, 학력 및 직업기술, 사회연결망과 같은 사회자본, 체력 등이 결여되었기 때문 이라는 것이다(윤인진, 2011) [9]

 

4. 연구 분석

41살 때 소위 고난의 행군 시대가 닥쳤다. 그는 반동분자의 딸로 분류되어있고 또한 직장도 없었기에 식량배급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당시 큰 아들은 군대에 가 있었고 작은 아들과 같이 극도의 배고픔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 주민 30만 명이 아사했다고 하는 고난의 행군 시 대 때 그는 장마당 장사를 해서 생계를 영위했지만 자본이 없고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는 장마 당 장사도 여의치 않았다. 그녀는 산간오지를 전전하며 거지와 같은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 다. 당시 생애사 주체는 한 번도 회의를 품지 않았던 북한의 체제, 즉 국가의 의미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국가는 인민을 먹여 살리는 것이 국가였다. 인민을 먹여 살리지 못하는 국가는 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나도 당원이 되려고 학습을 열심히 했는데 그때 김일성 사상에 대해서 주체사상에 대해서 누구 못지않게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하지만 막상 내가 배가 고파보고 거의 굶어죽을 지경이 되니까 사상이나 국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어요. 그때 처절하게 느낀 게 국가는 인민을 위해서 있는 거고 인민을 먹여 살려야 국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22]

그녀가 경험한 남한은 돈이면 무엇이든 다 되는 사회였고 돈과 배경이 없는 북한이탈주민들은 남한 사회에서의 거추장스러운 존재에 불과했다. 생애사 주체는 이때 생애 전략으로 생활기반이 있는 남한 남성과 결혼하는 것이 최고로 빠른 길임을 느꼈다. 14살 연상의 퇴역군인과 결혼을 했다. 남한 남성은 자신의 주택은 물론 연금 수입 이외에도 상당한 현금 재산을 가지고 있었다. 생애사 주체의 전략은 그와 같이 살면서 받 는 생활비를 절약하여 자기의 자립기반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었으나 그는 결혼한 지 1년도 되 지 않아 사망했다. 남편의 사망에 대해서 생애사 주체는 자신의 박복함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그리고 곧 논농사와 양돈업을 하는 남성 노인과 결혼을 했는데 결혼 목적 역시 남한에서의 안 정적인 기반을 갖추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혼인신고는 할 수 없었다. 자녀들이 극구 반대를 했 기 때문이다. 생애사 주체는 남편과 격렬하게 싸웠고 결국은 타협 조건으로서 수도권 근교에서 실내포장마차를 할 수 있는 자본금 5,000만 원을 얻었다. 생애사 주체는 같은 탈북여성과 조선 족 여인을 고용하여 포장마차를 운영하고 있다. 생애사 주체의 포장마차에는 주로 50대 이상의 장년 남성들이 주로 출입한다고 한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이탈주민 특히 여성의 삶의 이야기가 아주 좋은 술안주 거리가 된다. 그들은 북한 정권을 비판하고 북한이탈 주민의 삶을 동정하면서도 북한에서의 삶과 중국에서의 삶에 대해 많은 호기심을 지니고 있었 다. 생애사 주체는 이에 대해 한 개인의 고통스러운 삶을 안줏거리로 삼는 것에 대해서 불쾌해 했고 비판했지만 이것이 좋은 상품이 됨을 알고 있었다. 남성 손님들이 오면 실내포장마차임에 도 불구하고 동석하여 술을 마시곤 하였다. 이미 생애사 주체는 남한 남성의 속성을 파악하고 있기에 북한에서의 삶과 중국에서의 삶을 그들이 원하는 대로 드라마틱하게 때로는 과장하여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근동에서는 북한 이탈여성이 운영하는 주점으로 소문이 났고 주변에 다 른 주점들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23]

“북한에 있을 때는 사상이 전부이자 최고고 북한에서는 돈보다도 학력보다도 사상이 최고니까. (이하 생략) 나도 사상을 인정받고 3대 혁명 소조원들처럼 남들 앞에 서고 지도하고 싶었는데 또 사상이 북한을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했어요. 중국에서는 사상이 이미 사라진 거를 봤고 남한에 오니까 사상이라는 게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나는 지금도 남한 사람들이 선거 때마다 이념이 어 쩌고, 사상이 어쩌고 하는거 보면 한심스러워요. 사람이 먹고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사상이 뭐 냐고요. 내가 그토록 갖고 싶었던 사상이었지만 지금 남한에 와서 그리고 내가 그런 사상 속에서 헤매다가 그 고통을 겪고 나니까 사상은 껍데기에요. 아무것도 아니고 사상만큼 허망한 게 없지요” [24]

 

5. 결론과 논의

첫째 탈북의 상품화에 대한 논의이다. 본 연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생애사 주체는 현재 실내포장마차를 경영하고 있는데 그녀의 표현 처럼 탈북이 자본이고 상품이다. 남한 사람들은 이들의 대한 이해보다는 단순한 이야깃거리 내 지는 호사적 취미에서 접근하고 북한이탈주민 역시 이에 대응하는 경향이 많이 드러난다. 우리 나라에서 북한 이탈주민이 출연하는 많은 TV프로그램을 보면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고 북 한 이탈주민에 대한 인권과 사회 적응을 지원하기보다는 탈북을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서 부 가가치를 올리는 현상 임도 부인하기 어렵다. 탈북이 이토록 상품화되면 북한이탈주민과의 사 회통합은 점점 멀어지고 그들의 인격은 남한에 입국하는 순간 물화되고 자신의 고유성과 잠재 성을 제시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