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tic/Feminist Philosophy

보부아르 (2022) 제2의 성 (6) 사유재산제

Soyo_Kim 2024. 12. 26. 16:43

시몬느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2022. 

 

6. 사유재산제

여자의 운명은 사유재산제의 도래로 인해 왕좌에서 쫓겨났으나 여러 세기에 걸쳐 사유재산에 결부되어 있다. 여자의 역사는 대부분이 상속의 역사와 일치한다. 소유자가 자기의 실존을 재산 속에 물질화시킨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이 제도의 근본적인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다. 소유자는 자기 삶 자체보다 재산에 더 애착을 갖는다. 재산은 이 덧없는 삶의 좁은 한계를 넘어서, 불멸하는 영혼의 현세적이고 감각적인 화신인 육체가 사라진 뒤에도 존속한다. 그러나 이러한 존속은 재산이 소유자의 수중에 남아 있어야만 실현된다. 재산은 소유자가 그 속에서 존속하고, 자기를 그 속에서 알아볼 수 있는 개인들, 곧 자기 자손들에게 속할 때에만 죽음을 넘어서 자기 것이 될 것이다. 아버지의 토지를 경작하고 아버지의 영혼을 위해 제사를 지내는 것이 상속자에게는 유일무이한 의무다. 즉, 그는 지상에서 그리고 지하세계에서 조상들의 사후의 삶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자는 재산도 아이들도 자기 아내와 공유하기를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완전히 그리고 영원히 관철시키는 데 이르지 못한다. 그러나 가부장제가 강력할 때 남자는 여자로부터 재산 소유 및 상속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박탈한다. 게다가 여자에게 그 권리들을 부정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한 여자의 아이들이 더는 그녀의 자식들이 아니라는 것이 인정되면, 그 아이들은 여자가 나온 집단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여자는 더는 결혼을 통해서 한 씨족에서 다른 씨족으로 대여되지 않는다. 여자는 자기가 태어난 집단에서 뿌리째 뽑혀 남편의 집단에 병합된다. 남편은 가축 한 마리나 노예 한 명을 사듯이 여자를 사서 여자에게 가정의 신들을 섬기도록 강요한다. 그리고 여자가 낳는 아이들은 남편의 가문에 귀속된다. 그러므로 만약 여자가 상속인이면, 그녀는 친정의 부를 부당하게 남편의 가정으로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상속에서 여자를 치밀하게 제외한다. 그러나 상속받지 못하면, 여자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기 때문에 인격체의 존엄을 누리지 못한다. 여자는 남자의, 우선은 아버지의, 다음으로는 남편의 세습재산 일부가 된다.

모권사회에는 여러 금기가 존재하지만 아주 자유로운 풍기를 허용했다. 결혼 전의 순결은 그다지 요구되지 않았고, 간통은 그리 심각한 것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반대로 남자는 아내가 자기 재산이 되었을 때 처녀이기를 원했고, 가장 가혹한 처벌하에 완전한 정절을 요구한다. 남의 자식에게 상속권을 넘겨 주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더 큰 죄는 없을 것이다. 그 때문에 가장Pater familias은 죄를 지은 아내를 사형에 처할 권리를 갖는다. 사유재산제가 지속되는 한, 아내가 부부간의 부정(不貞)을 저지르면 대역죄로 간주했다. 오늘날까지 간통에 관한 불평등을 유지한 모든 법규는 혼외자를 가정에 들일 위험이 있는 아내의 죄의 중대성을 논하고 있다. 남편이 자기 마음대로 재판을 하는 권리가 아우구스투스 황제 이래 폐지되었다고는 하지만, 나폴레옹 민법은 여전히 재판권을 행사한 남편에게 배심원이 관대히 다루는 것을 용인하고 있다. 여자는 아버지 씨족과 부부의 가족에 동시에 속해 있을 때, 서로 얽히고 대립하는 두 유대 관계 사이에서 꽤 큰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두 계통 중 각각이 다른 한쪽에 대항해 그녀를 지지하였다. 예를 들어, 결혼이 사회의 근본적인 구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세속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에 여자는 종종 자기의 일시적인 기분에 따라서 남편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부장제에서 여자는 아버지의 재산이고, 아버지는 자기 마음대로 딸을 결혼시킨다. 그다음에 여자는 결혼을 하면 남편의 가정에 묶여 남편의 물건이자 그녀가 들어간 씨족의 물건에 불과해진다.

상속이 사라질 때 간통의 개념까지 사라진다. 모든 아이가 공동으로 전체 도시국가 [스파르타]에 귀속되기 때문에, 여자들 또한 한 명의 주인에게 예속되지 않았다. 혹은 반대로, 시민이 개인 재산도 개인 자손도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자 또한 소유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남자들이 전쟁의 의무를 따르듯이 여자들은 모성의 의무를 감내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민적 의무를 수행하는 것 이외의 어떠한 구속도 그들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