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tic/Social & Political Phil

김희경, 오수경 (2010) 탈북 여성의 MMPI-2 프로파일

Soyo_Kim 2024. 11. 29. 04:22

김희경, 오수성 (2010). 탈북 여성의 MMPI-2 프로파일. 한국심리학회지: 일반, 29(1), 1-20.

Hee Kyung Kim and Soo-Sung Oh (2010). The MMPI-2 Profile of North Korean Female Refugees. Korean Journal of Psychology: General, 29(1), 1-20.

젊은 여성의 입국 비율이 높은 원인으로는 제3국에서의 은 닉이 남성에 비해 쉽고, 취업할 수 있는 기회 그림1. 하나원 입소성별현황 그림2. 하나원 입소연령별현황 가 많은 점, 중국 내에 젊은 여성에 대한 수 요가 존재한다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김태 현, 노치영, 2003). [2]

북한이탈주민의 국내 입국이 증가함에 따라 이들의 정신건강이나 심리적 적응에 대한 심 리학적 연구들도 상당히 축적되어 왔다. 북한 이탈주민은 탈북과 중국 체류, 국내 입국, 그 리고 지역사회 정착에 이르는 과정에서 여러 난관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건강이 상 당히 취약하고, 우울이나 불안, 외상 후 스트 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이하 PTSD) 등의 문제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 다. 한인영(2001)에 따르면, 하나원에서 사회적 응교육을 받는 북한이탈주민의 29% 이상이 임상적으로 우울한 상태로 나타났다. 신체화 경향성도 뚜렷하여 하나원 교육생의 30~40% 가 의학적 근거가 없는 다양한 신체 증상(허 리통증, 소화불량, 가슴이나 심장 두근거림 등)을 호소하였다(전우택, 2004). 이는 난민들 의 신체화 증상과 유사한데, 이주 과정에서 겪은 전쟁, 고문, 기아, 질병 등이 그 원인으 로 지적되고 있다(Molica & Lavelle, 1988; Westermeyer, 1985). [2]

북한이탈주민은 PTSD에서도 상당히 높은 유병율을 보인다. 중국 내 보호기관에 머물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9.2%가 PTSD를 보였으 며(유정자, 2006), 국내 입국한 북한이탈주민 의 약 27.4%에서 45.1%까지 PTSD를 경험한 다고 보고되고 있다(강성록, 2000; 박철옥, 2007; 서주연, 2006; 이숙영, 2005). 북한이탈 주민이 PTSD 증상을 많이 보이는 이유는 북 한 거주 당시에 다양한 외상 사건을 경험할 뿐 아니라 탈북과정에서 생존을 위협하는 여 러 난관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2]

전우택 (2004) 이 하나원 교육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 에 따르면, 북한에서의 외상 경험에는 식량부 족으로 인한 생명의 위협, 교화소나 감옥에 투옥되는 것, 아주 심하게 매를 맞거나 질병 으로 인한 생명의 위협, 정치적 과오로 인해 사상성을 의심 받은 것 등이 있었다. [2-3] 탈북 과 정에서의 외상 경험에는 “은닉”, “목숨을 잃을 정도의 음식과 물 부족”, “국경에서 북한 경비 병이나 안전원에게 검열을 당한 것” 등이 많 았다. 탈출 전과 탈출 과정에서 겪었던 문제 들은 정착지에서의 적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 으며, 그것이 원래의 외상 경험을 더 심화시 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3]

탈북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정신건강을 취 약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많이 경험한다. 이들 은 잔여 가족에대한죄책감과그리움이심하 고(장혜경, 김영란, 2001), 국경을 넘어 중국에 도착해도 안전한 피난처가 되지 못하고 강제 북송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극도의 긴장감과 불 안을 느끼며(전우택, 2004), 남한 입국 전에 중 국에서 수많은 인권 유린과 심리적 외상을 경 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김태현, 노치영, 2003). 재중 탈북 여성들의 탈북 동기와 생활 실태 조사(문숙재, 김지희, 이명근, 2000)에 따 르면, 이들은 북한 거주 당시 가족을 형성하 고 있었던경우가많아가정해체를경험하며, 북한에 남편과 자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 국으로 탈북하여 새로운 가정을 형성함으로써 북한과 재중 가정생활 사이에서 심각한 갈등 을 겪고, 재중 남편에게 북한에서의 결혼 경 험을 숨기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 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중 상당수는 신변 안전을 위해조선족이나 한 족과 결혼을 하는데, 사실혼 관계일 뿐 법적 으로는 보호받지 못하고, 불법체류자라는 신 분으로 인해 남편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서 살 아야 하며, 남편의 무시나 구타, 고발하겠다는 협박도 참아내야 한다. 김태현과 노치영(2003) 에 따르면, 탈북 여성들은 신변의 안전을 확 보하고 탈북자라는 지위로 인해 받는 멸시와 심리적 위축감을 극복하기 위해 외모와 언어 를 바꾸고, 불법으로 호구(신분증)를 만들어 중국여자처럼 위장하며, 원치 않는 미래를 보 장할 수 없기 때문에 아이 갖는 것을 보류하 고,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최소화하면서 주변 을 경계하며, 안전을 위한 또 다른 출구로서 한국행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국내 입국하는 탈북 여성들의 절반 이상이 중국 체 류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하나 원에 입소하는 탈북 여성들의 심리상태에는 재중 생활의 어려움이 반영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있다. [3]

이 프로파일을 보이는 사람들은 대인관계에서 민 감하고, 타인의 의견에 과도하게 반응하며, 경 계심과 의심이 많고, 잘못된 일은 타인의 탓 으로 돌리는 등편집증적 성향을 띤 행동이나 특성을 다양하게 나타낼 가능성이 높고, 친밀 한 대인관계를 회피한 채 다른 사람과 항상 정서적 거리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 로 알려져 있다(김중술, 1999; 박영숙, 1994). 정신과 이외의 장면에서 이 프로파일이 흔하 지 않은 점에비추어 본다면, 본 연구에 참여 한 전체 탈북 여성중 27.0%가 이 유형에 해 당된다는 사실은 다소의외로여겨질수있다. 그러나 난민 연구나 북한이탈주민 연구에서 본 연구의 결과와 상당히 유사한 결과를찾아 볼 수 있다. Tyhurst(1982)에 따르면, 난민들은 이주 전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병리적 증상, 예를 들어 편집증적인 행동(paranoid behavior), 신체화, 불안, 우울, 수면장애 등의 문제를 보 이는 경우가 많다. [12]

이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은 내 향적 기질과 더불어 경미하지만 만성적인 우 울증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고, 적절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거나 유지하지 못한 채 사회적 상황에서 고립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불안 과 피로, 불면증, 소진된 느낌, 죄책감이 있을 수 있으며, 신체 증상 호소와 함께 투덜대고 요구를 많이 하는 특징을 보일 수도 있다(김 중술, 1999). [13] 

MMPI의 <2-7-0> 프로파일은 임상 장면에 서 우울증 환자군이 보이는 대표적인 프로파 일이다(최정윤, 정진복, 1991; 한경희, 임지영, 한정원, 2002; Donnelly, Murphy, & Goodwin, 1976; Winster, Weintrabu, & Neale, 1981). 본 연 구에 참여한 탈북 여성의 27.4%가 이 유형을 보였다는 점은 하나원에서 사회적응교육을 받 는 북한이탈주민의 29% 이상이 임상적으로 우울한 상태였다는 선행연구(한인영, 2001)와 유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14]

본 연구에서 군집분석을 통해 MMPI-2 프로 파일 유형을 살펴본 결과에 따르면, 하나원에 입소한 탈북 여성의 절반 이상인 54.4%(제 Ⅱ 유형과 제 Ⅲ유형)가 심리적인 불편감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 여성의 국내 입국 전 경험들을 고려할 때 이 들이 모두 병리적인 상태에 있다고 보기는 어 렵지만, 전문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취약한 상태일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