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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부아르 (2022) 제2의 성 (7) 여성 예속의 역사

시몬느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2022.  7. 여성 예속의 역사“가장 훌륭한 여자는 남자들의 화제에 가장 덜 오르는 여자다”라고 페리클레스는 말했다. 공화국의 행정에 부인위원회를 받아들이고, 소녀들에게 자유로운 교육을 제공하기로 마음먹었던 플라톤은 예외적인 존재였다.여자는 결함이 있어서 여자이며 자기 집에 갇혀 남편의 휘하에서 살아야만 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선언은 사회 통념을 표현한 것이다. “노예는 토의할 자유를 완전히 빼앗겼다. 여자는 자유가 있으나, 그 자유는 약하고 효과적이지 못하다”라고 그는 단언한다. 크세노폰XenophÕn31에 따르면, 여자와 그 남편은 서로에게 근본적으로 낯선 사람이다. “여자처럼 이야기 상대가 안 되는 사람이 있을까? - 아마 없을 것..

보부아르 (2022) 제2의 성 (6) 사유재산제

시몬느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2022.  6. 사유재산제여자의 운명은 사유재산제의 도래로 인해 왕좌에서 쫓겨났으나 여러 세기에 걸쳐 사유재산에 결부되어 있다. 여자의 역사는 대부분이 상속의 역사와 일치한다. 소유자가 자기의 실존을 재산 속에 물질화시킨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이 제도의 근본적인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다. 소유자는 자기 삶 자체보다 재산에 더 애착을 갖는다. 재산은 이 덧없는 삶의 좁은 한계를 넘어서, 불멸하는 영혼의 현세적이고 감각적인 화신인 육체가 사라진 뒤에도 존속한다. 그러나 이러한 존속은 재산이 소유자의 수중에 남아 있어야만 실현된다. 재산은 소유자가 그 속에서 존속하고, 자기를 그 속에서 알아볼 수 있는 개인들, 곧 자기 자손들에게 속할 때에..

보부아르 (2022) 제2의 성 (5) 모권제로부터 부권제로의 이행

시몬느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2022.  5. 모권제로부터 부권제로의 이행  그렇지만 만약 생산노동이 여자의 체력에 상응한 채 있었다면, 여자는 남자와 더불어 자연 정복을 실현했을 것이다. 인류는 남성 개인과 여성 개인을 통해서 신들에 대항하고 자기를 주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자는 도구의 미래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없었다. 여자의 실추에 대한 엥겔스의 설명은 불완전하다. 청동과 철의 발명이 생산력의 균형을 현저하게 변형시켰고, 그렇게 해서 여자의 열등함이 생겨났다고 말하는 것은 충분치 못하다. 이 열등함은 그 자체로는 여자가 받은 억압을 설명하기에 불충분하다. 여자에게 불행인 것은 남자에게 노동의 동반자가 되지 못함으로써 인간적 공존에서 배제되었다는 것이다. 여자가..

보부아르 (2022) 제2의 성 (4) 인류의 역사 초기 단계에 나타난 여성의 타자화

시몬느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2022.  4. 인류의 역사 초기 단계에 나타난 여성의 타자화 하지만 생산과 재생산은 영아살해, 제물, 전쟁을 통해 언제나 성공적인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집단의 존속이란 관점에서 남자와 여자는 똑같이 필요하다. 식량이 풍부했던 시대에는 아이의 보호자이며 양육자라는 여자의 역할이 남자를 어머니인 여자에게 종속시켰다고 가정할 수도 있다. 모성에서 완전한 자주성을 끌어내는 동물의 암컷들이 있다. 여자는 왜 모성을 받침대로 삼는 데 성공하지 못했을까? 노동력의 수요가 개발해야 할 원료의 수요보다 상회했기 때문에 인류가 가장 맹렬하게 출산을 요구하던 시대에서조차, 그리고 모성이 가장 숭앙받던 시대에서조차 인류는 첫 번째 자리를 여자에게 허락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