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inental/20th Century Continental 19

『햄릿』에 나타난 유령과 호명 -애도의 윤리를 중심으로-

2020-1 문화철학연구 『햄릿』에 나타난 유령과 호명애도의 윤리를 중심으로  1. 들어가는 말 햄릿은 오래 전부터 정신분석학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캐릭터이다. 셰익스피어가 창조해낸 수많은 인물 중 가장 복합적이고 모호한 인물로 여겨지는 햄릿의 수수께끼 같은 행동에 대해, 프로이트는 그의 주저 『꿈의 해석』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부왕의 혼백이 맡긴 임무를 실행하지 못하도록 그를 가로막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다시 한 번 이 임무가 가진 특수한 성격이 그 답이라고 할 수 있다. 햄릿은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 다만 자신의 아버지를 제거하고 아버지 대신 어머니를 차지한 남자에게 복수하는 일만은 하지 못한다. 이 남자는 어린 시절 억압된 자신의 소원을 성취시킨 사람이다. 햄릿에게 복수할 것을 촉구하..

『주체의 해석학』에 나타난 아리스토텔레스의 위상 ― 아크라시아와 서구적 합리성 ―

2020-2 현대철학연습 『주체의 해석학』에 나타난 아리스토텔레스의 위상 ― 아크라시아와 서구적 합리성 ― 1. 들어가는 글 : 미셸 푸코의 철학적 문제의식과 후기 사유의 연속성 미셸 푸코는 세 번의 사유 전환 속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 고고학에서 계보학, 그리고 윤리학으로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는 그의 사유는 보편적 회의주의나 총체적 상대주의에 불과하다는 강한 비판에서부터[각주:1], 규범적으로 불명확하다는 약한 비판[각주:2], 『주체의 해석학』 시기의 사유 전환이 “정치적 영역과 권력 비판의 장을 포기하고 개인적인 윤리의 장으로 피신”[각주:3]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격을 받아 왔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종류의 비판은 모두 푸코의 이론에 요구되는 규범적 주체의 존재를 문제 ..

“예술철학이란 무엇인가?” - 시(時)와 사유의 관계성을 중심으로

2019-2 예술철학 “예술철학이란 무엇인가?” - 시(時)와 사유의 관계성을 중심으로 우리는 이 글에서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루지 않고, 곧장 “예술철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룬다. 왜냐하면 후자의 질문이 합당하게 해명되고 나서야,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다시금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은 영미의 분석 철학적 접근을 시도하는 철학자들, 즉 예술 정의 불가론을 주장하는 웨이츠(M. Weitz)나, 정반대로 예술이 정의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단토(A. Danto) 혹은 디키(G. Dicky) 등에게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이들은 “예술은 정의(定議) 가능한가?”라는 문제에 있어 양 극단에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이는 다시 말해 ..

에드문트 후설과 마르틴 하이데거의 현상학 개론 (3)

8절 후설의 시간의식Zeitbewußtsein을 다루기 위한 예비 작업 - 임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중심으로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사고한 것이 주어진 사태나 대상과 일치함’으로 사용한다.[각주:1] 이러한 명증성은 다시 사태와 사고가 일치하는, 즉 지향한 대상이 충족되는 충전적adäquat 명증성과, 주어진 사태가 존재하는 것을 결코 의심할 수 없는 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으로 구분된다.[각주:2] 이 부분에서는 일종의 전통적인 형이상학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아데쿠아티오(adequatio)라는 단어는 흔히 동화, 일치라는 뜻을 지니며, 전통적인 진리개념- 즉, “진리는 대상과 판단 사이의 ‘일치’에 있다.”에서 바로 그 ‘일치’에 해당한다. 이 단어의 유래는 아리스토텔레스로,..

에드문트 후설과 마르틴 하이데거의 현상학 개론 (2)

에드문트 후설과 마르틴 하이데거의 현상학 개론 2장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과 현상학(Phänomenologie)의 창설 4절 논리주의(Logizismus)와 심리학주의(Physchologismus)의 대립 앞서 설명했듯이 데카르트가 결행한 cogito의 확립은 근대의 존재론을 확실성을 기반으로 한 마주-세움(Gegen-stand)의 존재론으로 이끌었다. 이 확실성은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clara et distincta, 즉 명석하고 판명한 것과 동일한 것이다. 명석한 지각이란 “집중하고 있는 정신에 현존하며 드러난 지각”을 의미하며, 판명한 지각이란 "명석하기 때문에 모든 다른 지각과 잘 구별되어 단지 명석한 것만을 담고 있는 지각"을 의미한다. 이 최초의 인식 속에 포함되어 있는..

에드문트 후설과 마르틴 하이데거의 현상학 개론 (1)

2019.04 사회철학반 발제문 에드문트 후설과 마르틴 하이데거의 현상학 개론 1장 후설 이전의 근대 철학의 문제의식에 대하여 대강 서술함 1절 근대 철학 이전 존재론Ontology의 주요 개념들- 아리스토텔레스의 ‘ousia’ 개념에 대한 중세 철학의 수용 지성사에 있어 사유가 인식과 맺는 독특한 관계는 언제나, 하나의 단일한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철학사는 마치 자연수로부터 정수, 유리수, 실수로 나아가는 교과서와 같은 형태를 지니게 되었을 텐데, 이는 철학사 곳곳에서 나타나는 돌발적인 사건들- 즉, 차이를 지닌 사상들 사이의 전투와 대립, 예기치 못한 공명과 결합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닭에 철학사를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구분하는 것이 그 자체로 ..

철학으로 본 문학 기말고사

2018-1 철학으로 본 문학 기말고사 Q) 철학과 문학 사이의 관계 속에서 사상가들이 자신의 사상을 표현함에 있어 시도했던 문체적인 노력을 서술하시오. A) 철학은 오직 시 지음으로서만 쓰일 수 있다.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이 글의 목표는 철학과 문학 사이의 관계 속에서 비트겐슈타인과 하이데거가 그들의 사상(Gedanken)을 표현함에 있어 시도했던 문체적 노력을 그들의 언어철학과 연관 지어 드러냄에 있다. 따라서 이 글이 다루고자 하는 철학자의 문체에 관련한 일련의 문제들이 어떤 지엽적이거나 부차적인 취향의 문제라고는 말할 수 없다. 오히려 그들의 철학과 그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문체 사이에는 근본적인 연결고리가 있으며, 나아가 문체라는 형식과 철학이라는 내용 사이 이분법을 넘어서 철학의 형식으로부..

진실-말하기-놀이에 나타난 힙합의 윤리적 가능성에 관한 고찰

프로메테우스 제전 (2018.11) Cause ain't no such things as halfway crooks[각주:1] : 진실-말하기-놀이 에 나타난 힙합의 윤리적 가능성에 관한 고찰 목차 1. 서론 힙합의 윤리적 가능성에 주목해야하는 이유 2. 본론 제1장 힙합 고유의 존재 양식 Ⅰ : 가치 부여에 있어 Real함과 Fake함 1절 진실함은 힙합 고유의 존재 양식이다. 2절 진실함을 삶의 규범으로 삼는 힙합 제2장 주체의 실천적 변형을 위한 철학의 개념 미셸 푸코의 『주체의 해석학』을 중심으로 3절 도덕과 윤리의 차이 초월과 내재 4절 철학 개념의 재검토 - 철학(Philosophie)에서 철학함(Philosophieren)으로 5절 철학함으로부터 드러나는 윤리적 주체의 자리, 고대 그리스와 ..

하이데거의 반시대적 고찰 : 니힐리즘과 존재의 빛남

2018-1 종교철학 하이데거의 반시대적 고찰 : 니힐리즘과 존재의 빛남 위험이 있는 곳에는 그러나 구원의 힘도 함께 자라네.[각주:1] - 프리디리히 횔덜린 이 글은 하이데거라는 사상가의 종말론적(그리고 구원론적) 사유를 재조명하기 위해 씌어졌다. 그러나 어떤 사상가의 특정한 면모를 드러내고자 할 때에는, 그 면모가 사상가의 사상(Gedanken)에 있어 어떠한 방식으로 그 핵심을 담지하고 있는가를 먼저 고려해보는 것이 옳다. 우리가 다루려는 주제가 단순한 흥미에서 비롯된 지엽적이고 부차적인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선 말이다. 그러므로 이 글의 목표는 종말과 구원의 사유가 하이데거 사상 전체의 핵심이자 그가 평생 동안 대결하고자 했던 사태와 맞닿아 있다는 것을 밝히는 데 있다. 하이데거는 그 스스로..